주주들, 적극적인 ‘적정 배당정책’ 요구해야
초저금리 시대가 되면서 은행에서도 펀드를 먼저 권할 정도로 펀드는 대표 금융상품이 되고 있다. 이런 와중에 요즘 배당펀드가 뜨고 있다. 주식형펀드는 올해 6조가 빠졌는데 배당펀드는 되레 1조가 늘었다. 트렌드를 바꾸고 있는 배당펀드의 기세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투자 패러다임의 거대한 변화인가 아니면 한 때의 유행인가?
경제 펀더멘털로 보면 일시적인 유행은 아니다. 실질금리가 제로 수준이고 세후금리도 1%대로 주저앉았는데, 2%대 배당수익률에 대한 관심은 지극히 합리적이다. 문제는 시중자금 흐름의 이 같은 변화가 고령화, 저금리, 저성장의 엄습과 함께 우리 경제금융구조가 예전과는 달라도 너무 달라진 데서 비롯되고 있다는 것이다.
배당펀드는 어쩌면 진작부터 주목을 받았어야 했다. 그럼에도 지금껏 배당투자가 주목을 받지 못한 것은 기업의 배당정책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 투자주도 압축성장 경제에서 기업 이윤은 배당의 대상이 아니라 국가경제의 성장잠재력을 더 높이는 재투자의 재원으로 이해되었다. 배당정책 없이 투자정책만 있어도 고성장에 주주들은 만족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배당에 대한 사회적 합의였고, 경제학적으로도 무리가 없었다.
그러나 어떤 경제정책도 경제구조의 근본 변화를 거스를 수 없다. 고령화로 노후가 불안하고 소비가 줄고 저성장이 고착화되는 경제구조의 변화 앞에 초저금리를 피해 움직이는 자금의 물꼬를 터주는 것은 정부의 본연의 역할이다. 이런 점에서 배당정책은 현 경제팀이 저금리 저성장 타개해법을 수출보다 내수에서, 투자보다 소득 증대와 소비에서 찾기로 한 이상 반드시 풀어야 할 정책과제이다.
배당 활성화는 투자재원을 소비재원으로 돌리는 효과가 있는 만큼 거시적으로는 수출중심 투자중심 경제구조를 내주중심 가계소득중심 소비중심의 경제구조로 전환하는 의미가 있다. 작게는 기업경영, 크게는 국민경제의 자금흐름을 바꾸는 계기로 작용할 것이며, 주식시장 관점에서도 주식이 자본이득의 단기투자 대상에서 안정소득을 위한 장기투자 대상으로 바꾸는 투자패러다임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배당 활성화는 정책만으로 되지는 않는다. 기업의 주인은 주주이지 정부가 아니다. 수십년간 배당에 인색했던 기업의 재무의사결정 관성을 바꿀 수 있는 기업 내부적인 계기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정부 의지와 시장 움직임이 따로 노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배당펀드 열풍이 버블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결자해지다. 배당정책의 주연인 주주가 나서야 한다. 정부는 조연일 뿐이다. 투자가 미덕인 고성장 경제에서는 저배당과 고투자가 주주이익에 반하지 않았고, 그래서 주주들은 기업의 배당정책 부재를 용인했다. 그렇지만 이제는 아니다. 경제 패러다임이 변했다.
주주들은 경영진의 배당철학과 장기적인 배당정책이 무엇인지 요구해야 한다. 투자잠재력을 훼손할 정도의 약탈적인 고배당도 대리인 문제를 야기할 정도의 저배당도 기업가치 관점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 기업가치 관점에서 적정 배당정책이 무엇인지 요구해야 한다. 해외 사례를 보면 미래의 이익전망 못지않게 배당의 일관성과 지속성, 그리고 주주들의 배당에 대한 적극성이 배당정책에서 중요하다.
이렇게 볼 때 배당펀드가 성공하려면 배당잠재력 높은 회사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주주를 대신해 펀드매니저들이 배당정책에 대한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는 것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배당에 관한 적정수준의 주주행동주의가 경영효율을 높이고 배당문화 확산을 위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야 배당에 인색한 고수익 성숙기업들도 배당정책을 고민하게 될 것이다.
/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펀드연금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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