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들은 ‘눈 가리고 아웅’ 놀이에 까르륵 웃음을 터트린다. 어딘가 잠깐 숨었다 나타나며 얼러도 참 좋아한다. 사물을 인지하는 단계이기 때문에 단순하고 반복적인 놀이를 좋아하는 것일 테다. 하지만 ‘눈 가리고 아웅’의 뜻은 그렇게 좋지 않다. 뜻풀이를 보면 ‘얕은수로 남을 속이려 한다는 말’ 이거나 ‘실제로 보람도 없을 일을 형식적으로 하는 체하며 부질없는 짓을 비유하는 말’이다. 비슷한 속담으로 “머리카락 뒤에서 숨바꼭질 한다”가 있다.
요즘 정치인들 보면 국민들과 ‘눈 가리고 아웅’ 놀이 하나 싶다. 정부가 루게릭병 등 ‘희귀·난치성 유전질환자 의료비 지원’ 내년도 예산을 올해보다 30억 원 줄였다. 이 사업은 박근혜 정부 들어 계속 삭감 되었다. 희귀·난치성질환자 의료비 지원은 저소득층 환자에게 의료비와 간병비, 호흡보조기 대여료를 지원하는 사업인데, 대상자들 대부분이 정부 지원 사각지대에 있다.
얼마 전 루게릭병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갖자는 취지로 전 세계적으로 유행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 캠페인에 정치인들이 동참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등이 얼음바가지를 뒤집어썼다. 박근혜 대통령도 돈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참여했다. 그런데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을 오히려 삭감했다. 그야말로 ‘눈 가리고 아웅’한다.
최근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세월호 특별법으로 인해 민생안전 법안들이 통과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의 발언을 했다. 제대로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은 의무를 반납하고 세비를 돌려줘야한다는 말도 했다. 이 말을 의미심장하게 생각하며, 국회에 계류된 법률들이 민생안전 법은 맞는지, 국회의원 시절 박근혜 대통령 성적은 어땠는지 살펴봤다.
의료 민영화, 부동산 투기와 개발업자들 이익을 보장하는 법안, 금융규제 완화 법안 등으로 채워져 있다. 심지어 ‘크루주산업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은 해상카지노 설립을 허용하자는 것이다. 학교 앞 호텔 설립을 허용하는 관광 진흥법도 시급한 민생 법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도박 산업으로, 심지어 세월호 참사가 진행되는 지금, 선박에서 도박해서 경제를 살리겠다는 식의 법안이 민생과 안전 법안이란다. 19대 국회 당시 박근혜 의원 본회의 출석률 0%는 웃고 말 일 일지도 모른다.
출근길에 보는 청년이 있다. 중국산 밤을 구워 한 봉지에 5천원씩 판다. 찌는 듯한 여름에도 뜨거운 화로 옆에 선 그를 자주 보았다. 그를 볼 때 마다 “우리 모두는 열심히 살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눈 가리고 아웅’하며 살 재주가 없기 때문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그런데 힘있는 자들, 정치하는 자들은 늘 ‘머리카락 뒤에서 숨바꼭질’을 한다. 선거 앞두고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다 절을 했고 ‘도와 달라’며 피켓도 들었다.
힘없는 자들이 거리에서 하던 모든 것을 흉내 냈다. 그런데 흉내와 ‘아웅’조차 필요 없는 선거철도 끝났으니 그 다음은 무엇을 할까. 중앙지검에 ‘사이버 명예훼손 전담수사팀’을 만들어 포털 사이트, 카카오톡 등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을 한다고 한다. ‘눈 가리고 아웅’하던 어른이 알고 보니 놀아 준 것이 아니었다. 속마음은 달랐다. 그렇게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다. 감시를 피해 사이버 망명이 속출한다는데, 이러다 진짜 망명해야할 일이 오지는 않겠는가. ‘눈 가리고 아웅’의 본질이다.
/박진 다산인권센터 상임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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