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이 높고 푸르다. 가을이다. 하지만 비염환자에게 가을의 낭만은 사치다. 차라리 여름은 그냥 견딜만했다.
하지만 건조한 날씨와 일교차, 꽃가루까지 날리는 가을이 오면 재채기와 콧물, 코막힘까지 동반하는 증상은 비염 환자들을 밤낮으로 괴롭힌다.
현대인들이 가진 가장 흔한 질병이지만, 가장 고치기 힘든 비염. 그 고통은 당해본 사람만 안다.
너무 이른 이유식·흡연 ‘알레르기 비염’ 걸릴 가능성 높아
알레르기 비염은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합쳐져서 생기는 질환이다. 이를 일으키는 원인을 항원이라고 하는데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곰팡이, 애완동물의 털이나 비듬 등이 대표적인 항원이다. 가족력이 있다면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
부모 중 한쪽이 알레르기가 있으면 자녀가 알레르기 질환에 걸릴 가능성이 30%정도이고, 부모 모두가 동일한 알레르기 질환을 갖고 있다면 확률은 약 80%로 증가한다는 통계도 있다. 영유아의 경우 너무 이른 시기에 이유식을 시작했거나 흡연에 노출되면 알레르기 비염에 걸릴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보고된 바 있다.
그렇다면 알레르기 비염은 일반 비염과 무엇이 다른 것일까. 비염은 코 안을 덮고 있는 점막에 염증이 있는 상태를 말한다. 종류는 크게 급성과 만성으로 나뉜다. 급성은 흔히 감기라고 말하는 감염성 비염이다. 만성은 원인에 따라 다양한데, 대표적인 것이 알레르기 비염이다.
이 밖에 코의 구조적인 이상도 비염을 유발한다. 콧속을 좌우로 나누는 연골이 휜 비중격만곡증이 있으면 콧속 공기 흐름이 막혀 점막에 쉽게 염증이 생기고 잘 낫지 않는다. 다른 종류의 비염이라 해도 증상은 콧물, 재채기, 코 막힘 등으로 비슷하다.
하지만 알레르기 비염은 코 점막을 자극하는 특정 물질에 대한 과민 반응 때문에 점막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코 점막이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노출되면 민감하게 반응해 재채기나 콧물이 나온다. 알레르기 비염 환자 중 약 80%가 여기에 반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특정 물질에 노출될 때 재채기나 콧물, 코 막힘 등의 증상이 지속적으로 나타나면 알레르기 비염을 의심해봐야 한다.
꽃가루 등 알레르기 유발 환경 요인 조심해야
알레르기 비염에 걸렸을 때 먼저 해야 할 것이 회피요법이다. 항원이 무엇인지 파악해 그것을 피하는 회피요법만 적극 활용해도 증상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하지만 항원을 100% 회피하는 것은 불가능하므로 약물 치료를 적절히 병행하면 증상이 개선된다.
단, 코 막힘이 매우 심하거나 콧속을 좌우로 가르는 연골인 비중격이 휘어 있는 등 구조적인 문제가 있을 때는 수술 치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일상생활에서는 알레르기를 유발하는 환경 요인을 잘 관리해야 한다.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집먼지진드기나 꽃가루 등의 원인물질에 노출되지 않도록 주의하고, 평소 실내 습도와 온도를 적절하게 유지해 콧속 점막을 촉촉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적정 실내 습도는 50% 안팎이며, 온도는 18~20℃ 정도다.
건조한 계절 ‘증상 악화’ 위험… 코 점막 촉촉하게 유지해야
건조한 계절에는 증상이 악화되기 쉬우므로 코 점막이 촉촉하게 유지되도록 생리식염수로 코를 세척하는 것도 좋다. 건조해진 코 점막을 생리식염수로 세척하면 점막이 촉촉해질 뿐만 아니라 염증을 일으키는 물질도 희석할 수 있다. 알레르기 비염 치료에 사용하는 약은 크게 4가지다.
비강 분무용 스테로이드제(corticosteroid)는 염증 반응을 효과적으로 억제해 대부분의 알레르기 비염 증상 조절에 효과가 좋고, 특히 코 막힘과 눈이 가려운 것을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준다.
항히스타민제는 체내에 너무 많이 분비된 히스타민의 작용을 막아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지 못하게 한다. 단, 재채기나 콧물에는 효과적이지만 코 막힘에는 효과가 미미하다. 류코트리엔 수용체 길항제는 비염의 염증 반응에서 히스타민과 함께 중요한 역할을 하는 류코트리엔의 작용을 억제한다.
항히스타민제와 같이 사용할 때보다 좋은 효과를 보인다고 알려져 있다. 항콜린제는 부교감신경의 전달 물질인 아세틸콜린 수용체를 차단해 그 작용을 하지 못하게 하는 제제다. 특히 콧물 억제에 효과적이다.
글 _ 박광수 기자 ksthink@kyeonggi.com 사진·자료 _ 국민건강관리공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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