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속문화이야기] 8. 문화와 전통이 숨쉰다 TRADITION PORT

여행객들로 항상 붐비는 인천국제공항 탑승동 한쪽에는 바쁜 걸음을 멈추고 시간도 잊게 만드는 공간이 있다.

우리 민족의 5천년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한국문화박물관이다.

외국인에게는 대한민국 문화예술의 우수성과 아름다움을 소개하고 우리에게는 잊고 지냈던 선조들의 숨결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한다.

한국문화박물관, 국립중앙박물관 국보급 유물 20여 점 자리

한국문화박물관은 인천국제공항공사와 국립중앙박물관이 공동으로 운영하고 있다. 국립중앙박물관과 고궁박물관 등에 전시돼 있는 국보급 유물들을 고스란히 옮겨온 듯한 그림과 유물 복제·복원품 20여점이 자리하고 있다.

주요 전시 품목은 ‘궁중문화’, ‘전통미술’, ‘전통음악’, ‘인쇄문화’다. ‘궁중문화’ 전시관에는 조선왕조시대의 생활과 복식 그리고 궁궐 안팎의 생활모습을 비롯한 여러 유교관련 문화재가 자리 잡고 있고 ‘전통미술’ 전시관에는 불교문화를 대표하는 석탑, 범종 등을 전시하고 있다.

‘인쇄문화’를 주제로 한 전시관에는 세계 최초의 목판 인쇄본인 무구정광대다라니경과 직지심경, 용비어천가, 한글 활자본인 월인천강지곡 등 우리 역사와 문화 속 자랑거리인 문화재를 만날 수 있다. ‘전통음악’ 전시관에서는 디지털기술과 전통음악이 접목된 새로운 방식의 한국 전통음악을 체험할 수 있다.

한국문화박물관은 지난 2008년 5월 인천공항 2단계 완공에 맞춰 탑승동에 둥지를 틀었다.

탑승에 있는 커다란 미디어아트와 백자 달항아리 옆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면 박물관을 쉽게 찾을 수 있다. 규모는 그리 크지 않아서 아담하지만 구석구석 볼거리가 많다.

전쟁으로 불 탄 ‘영조어진’ 20세기 초 초상화가들이 복원

박물관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것은 동궐도(東闕圖)와 영조어진(英祖御眞)이다. 국보 제249호인 동궐도는 경복궁을 기준으로 동쪽에 있는 궁궐인 창경궁과 창덕궁 전경을 조감도 형식으로 그린 일종의 기록화다. 제작연대는 1830년 이전으로 도화서 화원들이 그린 것으로 추정된다.

입체감을 느낄 수 있는 조감도식 그림이어서 자연의 구릉과 능선, 계류와 원림(苑林), 궁담, 전각, 재실, 정자 등이 생생하고, 집과 물체마다 먹으로 이름이 쓰여 있어, 역사적 자료로 가치가 높다.

궁궐의 전각과 부속 시설 등을 기록해 당시 궁궐의 면모를 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다. 원본은 고려대학교 박물관, 동아대학교 박물관에 있다.

영조어진은 보물  제932호로 국립고궁박물관에 원본이 전시돼 있다. 조선시대 제21대 왕인 영조(재위 1724∼1776)의 초상화로 영조가 51세 때 모습을 그린 것이다.

영조어진은 가로 68㎝, 세로 110㎝ 크기의 비단에 채색한 그림으로 오른쪽을 바라보고 있는 모습이다. 영조는 머리에 임금이 쓰는 익선관을 쓰고, 양어깨와 가슴에는 용을 수놓은 붉은색의 곤룡포를 입고 있다.

얼굴에는 붉은 기운이 돌고 있고 두 눈은 치켜 올라갔으며 높은 콧등과 코 가장자리, 입의 양끝은 조각처럼 직선적으로 표현됐다. 가슴에 있는 각대 역시 위로 올라가 있고, 옷의 외곽선을 따로 긋지 않는 등 조선 후기의 초상화 양식이 보이는 작품이다.

영조어진은 영조 20년(1744)에 장경주, 김두량이 그린 그림을 1900년에 당대 일류급 초상화가들이 원본을 보고 본뜬 것이다. 원본은 6·25전쟁으로 불타 없어졌으나 원본을 충실하게 재현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현존하는 왕의 영정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품이다.

유물·음악·그림 등 다양한 문화재 만날 기회

박물관에서 특히 눈에 띄는 작품은 석가탑이다. 박물관 중앙에 석가탑을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복제품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다. 국보 제21호인 석가탑은 우리나라 석조미술의 뛰어난 비례와 조형미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원 명칭은 불국사3층석탑으로 무영탑(無影塔)이라고도 불린다.

석가탑과 함께 눈여겨봐야하는 문화재는 무구정광대다라니경이다. 1966년 석가탑 탑신부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발견된 무구정광대다리니경은 닥종이에 목판인쇄가 된 두무마리 형식 다라니경문이다. 현존하는 최고(最古)의 목판인쇄본이다. 이밖에도 한글활자본인 월인천강지곡 등 인쇄물 9점을 만날 수 있다. 다양한 그림도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희귀작품인 감로도는 감로(甘露)를 베풀어 아귀의 세계에서 고통 받는 중생을 구제하고자 음식을 공양하는 의식 절차를 그린 그림이다.

조선 제22대 왕인 정조의 화성능행을 그린 화성능행도병도 전시관에서 만날 수 있다. 1795년 작품인 화성능행도병은 정조가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사도세자의 묘소가 있는 화성으로 행차한 뒤 성대한 연회를 베풀었던 일을 그린 그림이다. 말을 타고 행진하는 기마부대와 행차를 구경하러 나온 백성들, 유생 등을 섬세하게 표현한 작품이다.

전시관 한쪽 벽면은 한글로 가득 채워져 있고 영친왕비가 순종을 알현할 때 입었다는 화려한 왕비 복식도 전시돼 있다.

전통음악 코너에서는 누구나 쉽게 한국의 전통음악을 체험할 수 있다. 디지털 기술과 접목돼 있는 김홍도의 풍속화를 감상하고 그림 속의 연주자를 누르면 해당 악기 소리가 들리면서 그림 속 연주자가 연주하는 듯 움직이는 모습도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전시관에는 관람객들이 편히 쉴 수 있는 휴식공간도 마련돼 있다.

컴퓨터로 인터넷을 할 수 있고 문화재 관련 책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 탁본과 한글활자체험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도 있다. 기념엽서도 있어서 한글활자체험을 하고 추억으로 소장할 수 있다.

글 _ 이민우 기자 lmw@kyeonggi.com 사진 _ 인천국제공항공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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