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펀지와 똑 닮은 경영철학… “진심 다해야 고객이 다시 찾죠”
남자의 아침은 특별하다. 남자는 매일 아침 고3 딸을 위해 밥상을 차린다.
시간도 없고, 입맛도 없고, 귀찮기도 하고… 더구나 스트레스로 힘든 수험생 딸에게 아침식사는 멀게만 느껴진다. 그런 딸을 위해 남자는 매일 아침식사를 챙긴다. ‘매일 아침밥상 차리는 남자’가 바로 원동일 (주)폼텍(Foam Tech) 대표이사다. 원동일(49) 대표이사는 기본을 중시하는 사람이다.
지금도 가정과 회사, 그리고 지역사회에서 ‘한결같이’,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성공한다는 신조로 지내고 있다. 원 대표의 세가지 기본 원칙은 ‘프로정신’, ‘개척정신’, ‘책임정신’이다. 그가 청춘을 바쳐 일군 회사 (주)폼텍의 사훈이기도 하다.
경기도 화성시 양감면에 소재한 (주)폼텍은 스펀지(sponge) 가공업체다. 냉장고, 에어콘, 김치냉장고의 소음이나 떨림을 최소화해 주는 내장재와 자동차가 달릴 때 생기는 소음이나 떨림, 하부 마찰음을 잡아내는 패드 등 취급하는 제품만 900여 개가 넘는다.
위니아만도, 자강산업, 성부실업, 한민내장 등의 제품에 폼텍이 만든 제품이 들어간다. 원동일 대표이사는 부드럽고 말랑말랑한 스펀지와 함께 생활해서 그런지 그의 인생과 경영철학이 스펀지를 똑 닮았다.
#1. 기본에 충실한 사람이 성공한다
원동일 대표이사는 스펀지처럼 흡수력이 뛰어난 사람이다. 말수는 적은 스타일이었지만 특유의 친화력으로 먼저 친구들에게, 주변 사람들에게 다가가 부드럽고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고 안부를 주고받는다. 2남1녀의 막내로 어릴 때부터 온가족에게 귀여움과 사랑을 받으며 자라 성격이 밝고 모난 구석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뭔가를 가져와 응용해 내 것으로 만드는 능력이 탁월하다.
푸근한 외모와 달리 반전이 있다. 원 대표는 육군 제13공수 특전여단(흑표부대) 출신이다. 얼굴만 봐서 마냥 착하디 착해 보이지만 내면은 단단하다. 오산에서 태어난 원 대표는 군 제대 후 오산 여자를 만나 결혼해서 아들, 딸 낳고 키우며 지금도 팔순이 넘은 노부모와 오산에서 살고 있다.
그는 1994년 남일화성에 입사해 영업직 4년, 이어 삼원우레탄에서 3년 동안 영업직원으로 근무했다. 영업직 7년 경험을 바탕으로 그는 첫 도전을 하게 된다. 바로 ‘창업’이었다. 아내도, 부모님도 반대했다. 먼 친인척과 지인도 그의 창업을 뜯어말렸다. 왜 안정적인 회사를 그만두고 고생길을 걷냐고 다들 걱정하고 강하게 반대했다. 허나 소용없었다.
원 대표는 살던 오산집을 세놓고 그 전세금으로 2002년 9월 화성시 정남면에 폼텍을 차렸다. 기계 한 대, 외국인 근로자 1명이 회사의 전부였다. 아내가 일손을 도왔지만 첫해 부도를 맞아 재기불능으로 보이는 어려움에 처하기도 했다. 원 대표는 이겨냈다. 그리고 첫해 수익 1억원을 냈다.
“7년 동안 영업직 일을 했다. 30대 후반이 되니 과연 내가 50대가 되면 무엇을 하며,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냥 정년만 바라보며 40~50대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나만의 삶을 개척해 보자 싶었고 회사를 차리게 됐다. 영업력이 전부였다. 은행대출 없이 그야말로 맨바닥에서 맨손으로 시작했다.”
2002년 회사를 열 때 그의 나이 서른 일곱이었다. 이른 나이에 사장이 된 그는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었다. 그에게 요행은 없었다. 원칙은 딱 하나, ‘최저원가에 최고의 품질을 납기일에 공급하는 것을 생명같이 여기는 것’. 그 원칙이 직원 1명으로 시작한 폼텍이 탄탄한 중소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이다.
“제품은 품질과 납기가 생명이다. 아무리 좋은 제품이라도 납기와 납기일 준수를 못하면 커스터머가 물량을 주지 않는다. 신뢰가 깨지는 것이다. 8월부터 12월까지 가장 바쁜 시즌이다. 요즘은 김치냉장고에 들어가는 내장재 납품으로 전직원이 정신없이 일하고 있다.”
원 대표의 경영철학과 직원들의 성실함이 더해져 폼텍은 지난해 연매출 17억원을 기록하고 올해 목표 연매출 21억원을 이미 달성했다.
#2. 지역이 커야 기업이 큰다
2002년부터 2014년까지 12년 동안 쉼없이 달려온 원동일 대표. 그는 올해 새로운 도약을 꿈꾸고 있다. 아파트나 연립주택, 다세대주택 등 공동주택에서 지켜야 할 생활소음의 최저기준을 담은 ‘공동주택 층간소음 기준에 관한 규칙’이 지난 5월 14일부터 시행됨에 따라 이에 발빠르게 움직이고 대처했다. 실제로 소음과 진동 민원은 전국적으로 최근 5년간 47% 증가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층간소음 관련민원이 2012년 450건에서 2013년 1천9건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기업인으로서 생활환경 민원 해결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고민했다. 결과물은 컸다. 공동주택 층간소음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제품인 반건식 뜬바닥 시스템 ‘소피온210’을 개발ㆍ생산하는데 성공해 오는 2015년 4월 시판 예정이다.
연구개발 및 특허권자인 주식회사 한글로벌(대표이사 조성연ㆍ정지영)과 공동개발한 ‘소피온210’는 단순한 매트나 판상형의 층간완충재가 아닌 PP허니컴 패널, 고밀도 EPS보드와 방진고무로 이뤄진 복합구조체다.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으로부터 경량충격음 1등급, 중량충격음 2등급의 시험성적서를 취득했다.
“층간소음이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소음 방지 용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번에 출시한 ‘소피온210’은 공동주택의 슬라브 위에 방진고무로 중공층을 형성해 가벼운 소음부터 중량충격음에 이르기까지 소음차단효과가 크다. 또 2천500㎜의 스티로폼을 180㎜로 압축한 고밀도 EPS(발포 폴리스티렌·Expanded Polystyrene)와 간편한 시공을 위해 고안된 온돌파이프 고정클립으로 시공이 용이할뿐 아니라 단열 및 내부 온도 유지효과가 뛰어나다.”
원 대표는 기업은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과정에서 성장한다고 믿는다. 그래서 사람을 귀하게 여긴다. 폼텍이 지난 12년 간 사람이 이용하는 가전제품과 자동차의 내장재 제품을 생산했다면, 이젠 사람을 위한 제품, 사람과 함께 할 수 있는 제품을 만들고 싶다고 꿈꿔왔다. 그 꿈은 공동주택 층간차음을 위한 최고의 시스템인 ‘소피온210’에 오롯이 담겨 있다.
원동일 대표는 중소기업사장이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어려움이야 왠만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다. 그 어려움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자금, 인력 등은 물론 기술 유출에 대한 걱정도 빼놓을 수 없다. 허나, 원 대표는 불평ㆍ불만을 늘어놓지 않는다. 불평ㆍ불만은 투정에 불과하다는 것이 그의 신념이다.
“하나를 팔아서 얼마나 남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다. 우리 제품이 고객에게 얼마나 이득이 됐느냐가 더 중요하다. 소비자와 고객들에게 더 어필하기 위해 업그레이드 등의 연구는 당연한 일이다. 무한 경쟁체제에서 우리 제품을 한 번 선택한 고객이 다시 찾을 수 있도록 ‘진심’으로 만들어 ‘최상’의 품질로 약속한 날짜에 납품해야 한다. 사업은 화려하고 복잡한 것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기본에 얼마만큼 충실하냐는 것이다.”
기본에 충실하며, 사람을 귀하게 여기는 원동일 대표이사는 경영인으로서 ‘지역에서 벌어서 지역에 쓴다’는 생각으로 오산, 화성 지역발전을 위해 열정을 쏟고 있다. 양감면애향장학회, 대한민국 특전동지회 오산시재난구조대, 한국연예예술단, 양감라이온스클럽 등 여러 방면에서의 봉사활동을 통해 이웃과 함께 나눔을 실천함으로써 희망의 씨앗을 지역 사회 이곳저곳에 뿌리고 있다.
강현숙기자사진=추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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