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판교 야외공연장에서 일어난 환풍구붕괴다. 마우나 리조트붕괴, 세월호참사, 고양종합터미널화재, 군의 엉터리고문훈련, 홍도유람선 좌초 등 인재로 인한 대형 참사들이 잊혀 지기는 고사하고 아직 해결도 되지 않은 상황에서 또다시 지난주 금요일 일어난 판교 야외공연장 환풍구 추락 사고는 안전 불감증에 정점을 찍는 초원시적 범후진국적 재난사건이다. 가히 참사공화국이라 불러도 할 말이 없을 지경이다.
하지만 세월호 참사가 한심한 선장과 선원들에 더해져 정부의 최악의 무능한 대처로 일어난 참사라면 이번 환풍구 추락 사고는 공연 관계자들의 안전 불감증과 시민들의 무의식이 더해져 만들어진 개별적 인재라는 점에서 더 심각하고 안타까운 사건이라 할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잠재적 사고 발생 위험을 안고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기 때문이다.
그 은폐되고 엄폐된 위험 속에서 우리는 매일 전쟁터에 선 기분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필자는 수많은 공연현장에서 연극이나 뮤지컬 행사 등을 연출하는 연출가이며 대학에서는 제자들을 길러내는 선생이다. 평생을 공연 현장에서 살다보니 수없이 많은 안전사고를 경험했고 나의 안전은 내가 지켜야 한다는 단순하지만 굉장히 중요한 교훈을 얻으며 살고 있다.
실제 일어났던 상황 몇 가지를 예를 들어보면 오래전 필자가 연출 하고 어느 국제연극제에 출품했던 창작뮤지컬 야외공연장에서 일어난 조명감독 추락사건이다.
비오는 날 어쩔 수 없이 다음날 공연을 위하여 리허설을 하고 있었는데 비오는 날 조명기기 시설에 올라가서는 안 되고 설사 올라가더라도 전원을 차단하여야 했는데 이것을 무시하고 조명감독이 시설에 오르다 떨어져 많은 사람들이 놀란 적이 있다. 아름다운 조명보다 사람이 우선이라는 평범한 진리를 잠시 잊은 것이다. 다행히 무사해서 지금은 안전을 최우선하는 조명감독으로 일하고 있다.
실제로 공연현장에는 수많은 사고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 배우가 공연을 마치고 커튼콜을 하는데 암전상태에서 성급히 나오다 무대 아래로 추락하는 장면도 보았고 아주 오래전 세종문화회관 대 공연장에서는 공연 중 실제로 막에 불이 붙어 큰 사고로 이어 질뻔한 적도 있었다. 국립극장에서는 무대장치가 무너져 많은 배우들이 다치기도 하였다.
판교 야외공연장 환풍구 붕괴 추락 사고는 일차적으로 아무런 안전장치나 안전펜스 없이 방치한 제작사 그리고 오르지 말아야 할 곳에 오른 시민들 떨어지면 죽을 수밖에 없는 수십 미터 깊이의 환풍구 설치 매뉴얼이 없는 나라 모두가 책임일 수밖에 없다.
안타깝지만 우리의 안전은 우리가 지켜야 한다. 세월호에서 엄청난 비극을 당하고 진실을 밝히고 제대로 된 안전 국가를 만들자는 외침을 하는 자식을 잃은 부모들에게 적당히 시간을 벌고 욕하고 비난도 마다 않는 정치인들 몰상식한 단체들과 사람들이 존재하는 이 땅에서 누구에게 기대고 안전을 바랄 것인가! 참사가 일어날 때마다 정치판이고 언론이고 학자들까지 요란을 떨지만 적어도 지금 까지는 안전국가로 만들려는 의지는 없어 보인다.
그런 것 따질 시간에 먹고살아야 하니 경제를 살려야 하고 부동산을 활성화해야 하고 그래서 금리도 최저로 내려야 하고 서민 증세도 슬쩍 해야 하고 그러려니 머리 쓸 일이 많고 그러니 안전은 나중에 해도 되는 사람들이 작금의 이 나라를 끌어가고 있다. 집을 나서기 전에 기도하고 눈 크게 뜨고 내 안전 내가 지켜야 한다.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