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

생활속의 문화 향유… ‘변화의 바람’ 진두지휘

“경기도에는 문화정책이 없다!”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의 단언이다.

겁없는 소리다. 경기도 문화 정책 관련 공직자와 관계자들에게 원성을 살 법 하다.

특히 30여 년 공직에 몸담으며 속 사정을 다 아는 사람에게서 나온 말이니, 더그렇다.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다.

‘문화정책을 이야기할조직도 없다’, ‘경기도와 문화재단의 구조적 문제가 심각하다’, ‘보조금과 지원에 의존하는 지역 문화 생태계를 바꿔야 한다’ 등 쉼없이 문제점을 지적한다.

이쯤되면 문제의식에 맞는 해결책이 궁금해진다. 기대를 불러일으키는 ‘겁없는남자’ 조 대표와 문화재단 나아가 지역 문화예술계의 문제점과 발전 방을 ‘톡 까놓고’ 짚어 봤다.

조창희(61) 대표는 취임 한달만에 야위고 격양된 모습이었다.지난 9월 16일 문화재단 5대 대표이사로 취임한 직후인터뷰에서 밝힌 ‘현장 중심’의 경영 방침을 실천한 후폭풍으로 보인다.그간 조 대표는 관용차를 승용차 대신 SUV로 바꾸고현장을 누볐다.

문화재단 주최 및 주관 행사는 물론, 도로부터 위탁 운영 중인 문화기관을 방문해 직원 간담회를 가졌다.문화재단의 현황을 파악하고, 경기문화재연구원(수원)ㆍ경기도박물관ㆍ백남준아트센터ㆍ경기도어린이박물관(이상 용인)ㆍ경기도미술관과 경기창작센터(안산)ㆍ전곡선사박물관(연천)ㆍ실학박물관(남양주) 등을 찾아가 직원들의 입을 통해 문제점을 확인했다.

“충분히 듣고 시작하려 했다. 각 기관의 문제의식을 가진 직원들을 현장에서 담당자로 지정해 계속 연구하고해결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줬다. 기관마다 팀장, 실장,관장 등 내부 논의를 활성화하고 재단을 거치는 불필요하고 복잡한 행정절차는 없애기로 했다.

”문화예술의 ‘진짜’ 발전을 위해선 자율성과 독립성을보장해야 한다는, ‘팔길이 원칙(지원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을 고수하겠다는 조 대표의 경영 원칙을 엿볼 수있는 대목이다.

그는 또 문화재단의 기형적 구조로 비롯된 문제점을가감없이 고백했다.“내가 마치 아파트 관리소장이 된 것 같다. 도가 효율성과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며 문화재단으로 문화시설운영을 맡겼는데, 문화재단은 이것에 함몰됐다.

각 시설도 예산은 없고 효율성만 따져 죽어가고 있다.”문화재단과 8개 시설 운영에만 필요한 기본 예산이230억이다. 도가 2007년 도립 문화기관에 대한 문화재단의 통합 운영을 결정하면서 보장했던 최소한의 운영금이다.

당시 책임자들은 떠나고 명문화되지 않은 예산은 삭감 제 1대상이 됐다. 결국 올해에는 170억원까지‘추락’했다. 건물 운영과 인건비도 모자라는 상황이다.당연히 문화재단 본연의 업무인 연구와 문화예술 진흥을 위한 지원 사업, 각 시설의 기획전시와 교육 프로그램등은 꿈도 못 꿀 처지다.

이 총체적 난국의 원인은 도대체 무엇일까. 조 대표는‘지역 중심 문화정책의 부재’로 진단한다.“집행기능 중심의 지역 행정탓에 문화정책은 없다. 예산,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왜 그 예산이 필요한 지 인식하는 지방정부와 그것을 토대로 한 정책이 먼저다.”칼날같은 지적만큼 예리한 해결책은 있는지 물었다.‘현실적’인 답이 돌아왔다.“민간 전문가가 있는 문화재단이 정책을 연구하고 이를 도에 건의하면 그것이 정책으로 실현되는 시스템이시급하다.

조직ㆍ인력ㆍ재원ㆍ정책 시스템을 모두 개선해야한다. 당장 결정하기 어렵다. 대표(나) 혼자 할 수 없는 일이다. 직원들의 공감도 있어야 한다.

때문에 최근 내외부전문가가 참여하는 ‘재단혁신 TF’를 구성했다. 연말까지운영하면서 방법을 찾고 추진할 계획이다.”대대적인 조직개편이 예고된다. 이어 조 대표는 ‘정신없이 바쁜’ 문화재단의 가까운 미래를 짐작케 하는 사업도 소개했다.

경기도 문화예술 부문 빅데이터 연구 수집, 기초지자체 문화재단과의 연대 강화, 유휴공간을 활용한 창작촌(가칭 청년문화허브) 조성, 생활문화공동체 활성화 등이다.이 중 눈길을 끄는 사업은 단연 청년문화허브다. 문화와 교육, 경제까지 3개 부문이 절묘하게 균형 감각을 이루고 있는 사업이다.구상은 이렇다. 일단 도내 버려진 건물을 순수예술인이 작업하는 창작촌으로 조성한다.

예술가에게는 작업실, 시민에게는 전시장이자 문화예술 교실이 된다. 여기까지는 기존의 관 주도로 형성됐다가 잡음을 내며 사라져간 레지던시 혹은 대안공간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조 대표가 추구하는 차별지점은 ‘민간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보장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문화재단의 역할은 재활용가능한 유휴공간을 찾고원활한 운영을 위한 전문 기획자 지원이다. 경제적 지원또는 세부 프로그램까지 기획하는 것이 아니다.

순수예술인과 시민의 자발적 참여가 이뤄지도록 부싯돌이 되어야 한다. 예술인과 시민이 지원금에 의존하는 인식을깨야 한다. 그래야만 그 안에서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나오고 창업 혹은 새로운 직업의 탄생까지 이어질 수 있다.

훗날 이 창작촌들을 묶어 역동적인 문화 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문화재단의 책임이 될 것이다.”그가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국장, 관광레저도시기획단장, 종무실장(1급) 등을 거치며 확립한 문화예술 발전을 위한 방향성이 엿보인다.

본래 남이 하는 입바른 소리는 시원하지만, 내가 하는입바른 소리는 할수록 답답한 법이다. 이날 현황과 대책을 쏟아내는 조 대표가 딱 그래보였다. 남은 것은 언행일치다. 겁없는 남자의 당당한 행보를 기대해 본다. 자신도속 시원해질때까지.

류설아기자

사진=추상철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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