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일전에 끝났다. 해운대와 서면, 남포동에 넘쳐났던 영화제 참관인들은 지금쯤 일상 속으로 돌아가 분주할 것이다. 그때 거기서 만났던 드라마와 환상세계의 여운을 가끔은 되새겨 음미하면서 다음 영화제를 기약하기도 할 것이다.
영화 속에서만 볼 수 있었던 유명 배우를 해운대의 밤, 조는 듯 몽롱한 가로등의 산책로에서 스치기라도 했다면 감상의 정도는 말로 다할 수 없으리라. 그런 경험은 보통 사람들을 꿈같은 환상의 세계 속으로 인도하는 것이니 국제영화제가 있어 가능한 일이겠다.
세계적으로 국제영화제는 헬 수 없을 만큼 많다. 그리고 국내에도 수십을 헤아리는 국제영화제가 매년 열린다. ‘이런 영화제가 있었나?’ 할 정도로 생소한 영화제를 만나기도 한다. 그래서인지 국제영화제가 너무 많다는 여론도 있다. 그럴 때면 그들 신생영화제들이 생존을 위해 겪고 있을 여러 부대낌을 생각하며 동병상련의 기분을 갖기도 한다.
사실 국제영화제의 존재 의미는 한두 가지가 아니다. 최근의 영화들이 한 자리에 모인다. 개중에는 일반 극장에서는 볼 수 없는, 상업성은 부족하나 독창적인 영화들이 있다.
영화애호가들에게 폭넓은 영화향유의 기회가 제공되는 것이다. 신인 영화인들로서는 발표의 장에서 얼굴을 알리는 기회를 갖는다. 영화역사를 빛낸 거장들의 회고전을 열어 그들의 예술혼을 기리기도 한다.
게다가 영화인들이 모이니 시민들이 그들을 직접 만나는 즐거움을 누릴 수도 있다. 마켓이 있어 영화를 파는 사람들도 좋고, 사는 사람들도 골라잡아 선택하는 편리함이 있다.
전문영화인들이 모여 세계영화의 흐름을 읽고, 영화의 길을 토론하는 컨퍼런스가 열린다. 덩달아 항공, 숙박, 유통, 관광 등이 활성화 된다. 개최지의 세계화는 덤이다. 이런 점들이 국제영화제가 많아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세계 유수의 영화제들을 보면 앞의 사실들이 선명해진다. 프랑스의 깐느, 이탈리아 베네치아, 독일 베를린영화제 등을 세계 3대영화제라 한다. 이중 가장 규모가 큰 깐느영화제는 프랑스 남부, 지중해변의 인구 7만의 작은 어촌도시 깐느에서 1946년에 시작되었다. 예술영화를 존중하는 이 영화제는 세계적인 감독, 배우들이 기꺼이 참석하는 권위 있는 영화제다.
약 60만원을 지불해야하는 마켓뱃지를 구입하는 사람들만 해도 2만5천여명을 헤아리는 큰 영화제다. 일반 관람객과 관광객들을 더하면 이 도시의 인구보다 많은 방문객들로 기간 동안 북새통을 이룬다.
이런 환경을 토대로 깐느에서는 국제방송제, 국제포르노영화제 등이 이어진다. 2011년 11월에는 G20정상회담이 이곳에서 열렸다. 인구 7만의 작은 도시가 세계적인 컨벤션 도시로 역할 한 것이다. 실로 영화와 영화제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성공사례라 할만하다.
국내에 국제영화제가 여럿이다. 깐느가 되기를 꿈꾸는 도시가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디나 깐느가 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영화제의 명분과 전략, 이해와 투자를 거듭하다보면 깐느 근처에 못가란 법도 없을 것이다. 개최국 문화의 수준이 세계적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충족할 수 있다면 말이다.
김영빈 인하대 교수•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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