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AG)와 ‘2014인천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APG)가 길고도 짧았던 일정을 모두 마치고 끝이 났다. 그러나 인천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인천시는 인천AG와 인천APG를 치르고자 국비를 포함해 2조2천억 원이 넘는 예산을 투입해 경기장을 짓고 도로망과 교통망을 정비했다. 그리고 1조2천억 원이 넘는 빚을 졌다.
인천AG와 인천APG는 이제 끝났고 인천시가 인천AG·APG를 어떻게 발전동력으로 삼느냐를 고민해야 하는 시점이다.
인천, 남북화합을 이끌다
연평도 포격사건, 연평해전, 천안함 사태 등 남북갈등이 빚어낸 전쟁터였던 인천은 인천AG·인천APG를 계기로 평화의 도시로 부각되고 있다.
인천AG와 인천APG에 북한팀이 참가하면서 남북 간의 대화를 이끌어내는 단초역할을 했고 꽁꽁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풀어냈기 때문이다.
북한은 인천AG에서 종합 7위로 목표 이상의 성과를 냈으며 인천APG에서는 심승혁 선수가 수영 평영 100m 종목에서 동메달을 따고 APG 사상 처음으로 메달을 획득하는 등 만족스럽게 대회를 마치고 돌아갔다.
인천시는 그동안 북한이 대회에 참가하도록 독려하면서 북한 NOC, 북한 IOC 위원 등 직·간접적으로 북한과의 연결망을 갖췄으며 지난 2011년부터 인천평화컵 국제유소년 축구대회를 개최하는 등 북한과의 스포츠교류 관계를 다져오고 있다.
앞으로 인천이 남북 간 스포츠교류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을 뿐만 아니라 문화, 역사, 경제 등 다방면의 남북교류 전진기지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지역 안팎에서는 인천시가 중앙정부와 대북기조를 함께 하는 한편 인천AG·APG의 성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남북 민간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또 중앙정부로부터 서해5도 특별지원, 백령~중국 롱청간 항로개설, 영종~강화간 도로, 접경지역 지원 등 새로운 남북관계를 구축하고 인천을 평화지대로 만들 수 있는 행·재정적 지원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뿐만 아니라 백령, 연평 등 서해5도 지역과 강화 등을 평화관광지역으로 개발하고 인천을 평화거점도시로 육성하는 등 정책적인 뒷받침도 필요하다.
경기장, 인천시민의 자산으로
인천AG·APG가 인천에 남긴 가장 큰 유형자산은 16개의 신축 경기장이다.
인천시는 공공성과 수익성 두 마리 토끼를 놓치지 않을 수 있는 경기장 활용방안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함께 떠안았다.
그러나 지난 2011년부터 경기장 활용방안 계획을 짜던 인천시는 대회가 모두 끝난 지금도 구체적인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16개 신설 경기장 수익분석 결과 관리에 필요한 운영비용은 연간 500억 원 이상이 되는데 거둬들일 수 있는 수익은 절반인 250억 원 수준에 머물고 있기 때문이다. 시는 기존의 실패사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며 경기장 활용방안을 정하는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초 인천시설관리공단이 제시한 경기장 사후활용방안 용역 결과를 토대로 실행계획을 세울 전담팀을 구성하고 체육계와 전문가 등이 포함된 자문위원회, 시민 공청회 등을 거쳐 합리적인 경기장 운영방안을 제시하겠다는 것이 시(市)의 생각이다.
현재까지 나온 활용방안을 살펴보면 인천아시아드주경기장과 문학박태환수영장은 수익을 극대화한 운영수익형 경기장이다. 설계단계부터 영화관, 대형할인점, 스포츠센터(헬스·피트니스), 스포츠용품 쇼핑센터, 키즈테마파크 등이 반영돼 있다.
송림경기장(배구)과 남동경기장(체조, 럭비)은 준수익형이다. 수영장, 골프연습장, 오토캠핑장 등을 추가로 설치하고 상업시설을 유치한다는 계획이다.
십정경기장(스쿼시, 테니스), 선학경기장(하키), 계양경기장(배드민턴, 양궁), 강화경기장(태권도, 우수, BMX) 등은 공익형이다. 이밖에도 프로스포츠단 장기임대 등을 유치해 수익을 내기로 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시는 생활체육 저변 확대라는 공공성보다는 운영적자를 줄이는 수익성에 무게를 두고 활용방안을 찾고 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여태껏 활용방안을 결정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수익성인데다 하키, 럭비, 사격, 양궁 등 생활체육 인구가 많지 않은 경기장은 축구, 풋살, 야구, 농구 등 임대수익이 가능한 시설로 변경하는 방안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체육계에서는 국제규격에 맞는 우수한 경기장 인프라를 갖추게 된 만큼 이를 계기로 다양한 종목의 체육 특화도시로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천, 브랜드 가치를 올려라
인천AG·APG는 혹평과 호평을 오가며 엇갈린 평가를 받긴 했으나 ‘인천’이라는 도시의 인지도는 상당히 끌어올렸다.
한층 높아진 인지도를 바탕으로 ‘인천’의 실질적인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관광, 산업 등 투자유치를 이끌어내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인천AG·APG 유치 당시 대외경제정책연구원이 내놓은 연구결과를 보면 총 13조 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27만 명의 고용 효과를 거둘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인천AG·APG에 대한 정확한 평가는 인천시가 이 경험을 어떻게 활용하고 투자유치로 연결하느냐에 달려 있다.
중요한 것은 인천의 투자유치 체계를 개선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인천의 투자유치 조직은 인천시, 인천경제청, 인천도시공사 등으로 분산돼 제각각 따로 움직였다.
또 투자의향 기업에 대한 평가, 분석이 미흡해 실질적인 투자여력이 있는 기업인 지 파악하지 못해 끌려 다니는 일도 다반사였다. 에잇시티와 밀라노디자인시티 등이 무산된 예만 봐도 알 수 있다.
영종도 준설토투기장이나 인천 내항 등은 중앙정부의 의중에 따라 움직이고 있어 인천시의 투자유치와 중복·경쟁하거나 인천의 입장은 배제된 채 진행되는 일도 있다.
인천이 인천AG·APG라는 기회를 제대로 잡으려면 내부적으로 투자유치 체계를 개편하는 것 외에도 인천경제자유구역의 발목을 잡고 있는 규제를 풀고 싱가포르, 중국 등 인근 선진도시와 경쟁할 수 있는 각종 지원혜택을 늘리도록 중앙정부와의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글 _ 이민우·김미경 기자 사진 _ 장용준 기자·인천사진공동취재단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