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과정 예산 때문에 세상이 시끄럽다. 누리과정은 누구든지 만3세에서 5세까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는 어린이들에게 정부가 교육비나 보육비를 지원하는 사업이다.
2012년에 유치원에 다니는 만 5세 어린이들을 대상으로 시행했고, 2013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는 만 3, 4세 어린이들까지 전면시행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유치원과 어린이집에 다니는 어린이 1인당 방과후과정 7만원을 포함하여 월 29만원씩 지원하고 있다. 그런데, 이 누리과정 예산 중 만 3, 4세가 다니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부담을 일방적으로 시도교육청에 떠넘겨 버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핵심 공약으로 국가에서 책임지고 무상보육을 실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래놓고 내년 2조1천545억원에 달하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국고예산으로 전혀 편성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ㆍ도교육청에서 빚을 내서라도 이 사업을 하라고 윽박지르고 있다. 대통령이 무상보육을 약속했는데 정부는 나 몰라라하며 이행 책임은 시도교육청에서 떠맡기고 있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내년 시도교육청에 내려오는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1조3천475억원이나 줄어드는데 여기에다 막대한 예산이 소요되는 대통령 공약 국책사업까지 시도교육청에서 책임지라니 이게 될법한 소리인가? 정말 무책임한 정부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정부가 지방교육청의 재정상태가 어떤지 제대로 파악을 하고 있는 지조차 의심스럽다. 정부는 중기재정계획에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매년 3조원씩 증가할 것이라 전망, 올해 45조6천억원, 내년 49조원에 4천억원을 예측했다. 그런데 내년 무려 10조원이나 부족한 39조5천억원이다. 그 결과, 필수적인 초중등교육예산조차도 부족해 학생들의 학습권이 심각하게 침해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 시도교육청의 지출은 날로 늘어나고 있다. 내년 공무원 인건비 상승으로 1조 9천억원의 지출이 증가한다. 빚을 내 발행한 지방교육채가 13조8천509억원에 달해 채무상환액만으로도 매년 9천억원 이상에 나가고 있다. 이러다보니 시도교육청 예산 대부분이 경직성 경비로 쓰여 실제 가용예산은 10%도 안 되는 상황으로 필수교육비마저 부족한 상태인 것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한 재정 대책은 없고 누리과정 예산 등 국책사업까지 시도교육청에서 부담하라고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교육청 자체 예산 절감은 한가한 얘기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정부는 더 나아가 지방채를 발행하라는 터무니없는 소리까지 하니 한숨만 나온다.
유치원에 다니든 어린이집에 다니든 3~5세 어린이에 대한 누리과정 예산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원해야 한다는 것이 대원칙이다.
현행 법체계는 유치원은 교육부와 교육청이, 어린이집은 복지부와 시도가 책임지게 되어 있다. 이에 따라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으로 유치원의 누리과정을 지원하고, 국고인 복지부 일반회계로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지원하면 된다.
이것이 아니라면 법을 바꿔서 하면 된다. 유치원과 어린이집 누리과정 모두 교육부와 교육청이 책임지도록 하고 지방교육재정교부금율을 상향조정해서 필요한 재원을 마련하면 된다. 부처 소관문제를 따지거나 중앙과 지방이 다툴 문제가 아니다. 누리과정 예산을 지원하겠다는 대원칙을 지키겠다고만 한다면 무슨 방법이든 선택가능하다.
예산 부족 탓만 할 수도 없다. 이미 문제로 지적된 자원개발 지원 예산이나 비리로 얼룩진 방산비리 예산만 줄여도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 정부가 의지만 있다면 가능한 것이다. 아이들을 위한 보육과 교육예산보다 중요한 게 어디 있는가. 저출산문제를 해결하는 시작도 여기에 있다.
김태년 국회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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