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장 넘기면 ‘상상의 신기루’ 활짝
이규근씨(50·인천시 연수구 청학동) 거실에는 11년째 TV가 없다. 인천으로 이사 오던 지난 2003년 전국에 몰아쳤던 ‘거실을 독서실로’ 열풍에 동참한 이후 TV 없는 거실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이 가장 좋아하는 여가활동 선호도 1위(41% ·2012년 기준)인 TV 시청의 행복이 이 집에서는 원천봉쇄됐다.
덕분에 가족은 청학도서관의 유명한 ‘도서 다 대출 가족’으로 이름을 올렸다. 가족 6명이 최근 2년간 이 도서관에서 빌린 책만 7천638권에 달한다.
규근씨 512권, 부인 이재영씨(45) 1천103권, 우용군(17·고2) 759권, 우정양(15·중3) 1천88권, 건용군(11·초4) 2천67권, 민용군(9·초2) 2천167권.
6명은 청학도서관 도서 다 대출자 순위 1~4위를 비롯해 TOP 10에 모두 포함돼 있다. 청학도서관 개관 초기 6개월 동안 매일 2~3시간씩 가족이 이 도서관에서 읽은 책까지 합치면 1만 권이 훌쩍 넘는다.
2003년부터 짱뚱이 어린이 작은 도서관을 다니며 만난 책의 권 수는 헤아릴 수조차 없다.
가족의 독서 생활은 책으로 맺어진 이씨 부부가 지닌 ‘책 바보’ DNA에서부터 자연스럽게 시작됐다.
지난 11월 8일 사서 일을 하는 송도동 성지아파트 내 작은 도서관에서 부인 재영씨를 처음 만났다. 이날 책으로 맺어진 재영씨 부부의 결혼 이야기를 들었다. 재영씨가 결혼 전 친구 오빠인 규근씨를 만날 때는 가족이 결혼을 반대했다. 당시 규근씨는 딸 가진 부모가 싫어하는 조건을 대부분 갖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재영씨는 틈만 나면 주머니 속에서 ‘나카무라 덴프’의 책을 꺼내 드는 독서 청년 규근씨를 선택했다.
책을 보는 사람은 미래가 있다고 확신했고, 지금은 그 확신이 여지없이 증명되고 있다.
재영씨는 어려운 고비마다 남편이 책을 통해 빠르게 극복하는 힘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재영씨는 “책을 잣대로 사람을 선택하면 실패가 없다”며 “탁월한 선택이었으며, 다시 태어나도 이 남자와 결혼한다”고 말한다.
이 가족에게 독서는 특별하지도, 어렵지도, 자랑스러운 것도 아니다. 생활 그 자체일 뿐이다. 숨소리처럼 작지만, 인생에 없어서는 안 되는 중요한 일부이다.
엄마, 아빠는 독서란 당장 효과 보다는 꾸준히 성장하면서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라고 아이에게 설명해 준다. 그 사이 아이들의 가슴에는 상상의 고래 한 마리가 자라고 있다.
글 _ 유제홍 기자 사진 _ 장용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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