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强 대 强, 강한자에겐 강하게 맞서라

일반인들이 경매물건 입찰에 선뜻 나서지 못하는 것은 경매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밑바탕에 깔렸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경매물건에 얽히고설켜 있는 많은 복잡한 권리들을 어떻게 풀어나갈지에 대한 방법도 어렵다.

그러나 뛰는 사람 위에 나는 사람 있다고 했다. 문제가 있어 보이는 물건도 경매업계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전문가 눈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는 물건도 상당하다. 또한, 인도명령에 기한 강제집행이라는 최고의 무기를 부여하고 있는 민사집행법제하에서 원하는 만큼 오래도록 버틸 재간이 있는 점유자는 그리 많지 않다.

지난 7월 21일 강북구 미아동 소재 S아파트 33평이 감정가 3억4천800만원에 한차례 유찰돼 2억7천840만원에 경매에 부쳐진 적이 있다. 이 아파트에는 두 명으로부터 유치권 신고서가 제출돼 있고, 임차인 H씨가 소액임차인(보증금 3천400만원)으로 경매압류 직전에 전입했다. 유치권자나 임차인이나 모두 가짜일 가능성이 많을 것이라는 냄새가 났다.

이런저런 계산 끝에 그 물건에 입찰해 8명이 경쟁한 끝에 2등과 280만원 차이로 낙찰받은 J씨는 곧장 법원 경매계로 가서 집행기록을 열람해 두 명이 제출한 유치권 신고서를 비롯해 임차인 H씨의 임대차계약서, 주소 변동사항이 있는 주민등록초본과 등본 등을 열람복사하거나 수기로 메모를 했다.

확인 결과, 유치권이 가짜로 신고된 것임이 분명해졌다. 발걸음이 한층 가벼워진 J씨는 곧장 임차인 H씨에게 전화를 해서 가옥 명도에 대한 일정을 협의하려 했으나 H씨는 본인이 이사하면서 내부 인테리어비로 2천만원을 들였다는 말만 되풀이할 뿐 협상의 의지가 전혀 없었다. J씨는 내부를 보여줘야 인테리어를 했는지 알 것이고 그래야 얼마를 주든지 할 것 아니냐고 반문했지만 통하지 않았다.

낙찰 후 1주일 되는 시점에 예정대로 매각허가결정이 났다. 또 1주일 후 매각허가확정이 나기를 기다렸지만 무슨 일인지 매각허가확정이 떨어지지 않았다. 담당 경매계에 확인해보니 임차인 H 씨가 매각허가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즉시항고)을 했단다.

낙찰자인 J씨는 임차인이 또다시 경매절차를 지연시키는 수작을 부릴 것 같아 대금지급기한이 정해지자마자 9월 초에 서둘러 매각대금을 내고 인도명령 신청과 더불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했다.

점유자가 없어 강제로 문을 개방하고 집안 내부에 점유이전금지가처분 집행문을 부착했다. 임차인이 주장한 인테리어 흔적은 전혀 없었다. 내부사진을 촬영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강제집행 일자가 그만큼 빨라져 11월 12일로 잡혔고, 11월 초에 강제집행 계고까지 끝내자 임차인 H씨가 마지못해 백기를 들었다. 강제집행 전 11월 8일에 이사 약속을 받아내고 이사 당일 이사를 마무리했음을 확인한 후에 약속한 300만원을 건네줬다. 악의의 점유자를 상대로 대금납부 후 두 달 열흘만의 비교적 이른 시일 내에 명도를 마무리한 셈이다.

이렇듯 신속하게 명도가 이루어질 수 있었던 것은 낙찰자 측의 발 빠른 대응이 있었기 때문이다. 낙찰 후 유치권자 주소를 찾아가 유치권의 가짜 여부를 확인하고, 관리사무소에서 해당 호수의 공사신고 내역을 확인하고, 대금납부 후 즉시 인도명령신청과 더불어 점유이전금지가처분을 신청해 가처분집행을 통해 내부를 확인함으로써 명도협상의 주도권을 낙찰자에게 가져올 수 있었던 탓이다.

낙찰자가 점유자를 상대로 명도 협의할 때 받아들일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십분 양보하고 협의를 진행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애당초부터 악의적으로 대하는 점유자의 사정까지 무작정 받아줄 수는 없는 노릇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 낙찰자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적극적인 행동과 응용할 수 있는 법적인 강제사항을 최대한 동원해 강하게 대응하면 악의의 점유자라 해도 협상 테이블에 나설 수밖에 없는 법이다.

이영진 이웰에셋 대표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