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2014년 말띠 해를 맞아서 열심히 달리자는 문구들을 보았던 것 같은데, 어느덧 12개월을 다 보내고 있는 자리에 서 있다. 다사다난했던 한 해라는 말을 실감하는 해였다. 국민 개개인의 사적인 일보다는 국민 전체가 들썩거렸던 사건사고들이 매달 있었던 한 해이다.
우리사회 전반에 걸쳐 초고속성장 또는 압축성장 과정에서 간과해 왔던 일들이 새롭게 드러나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나 자신을 포함한 잘못된 습관이나 관습, 사회적 인습 등이 우리 체내에 깊숙이 스며들어 있음에 또 한 번 놀라기도 했다.
어느 부분을 먼저 건드려야 할지, 어디부터 시작해야 매듭을 풀 수 있을지를 사회지도층뿐만 아니라 국민 한 명 한 명이 모두 놀란 가슴을 쓰다듬으면서도 가슴 아픈 자화상을 보는 듯했다. 어느 해보다 해외뉴스나 토픽으로 한국사회가 조명되었을 것 같다. 긍정적인 자화상이나 미래 비전을 보여주기보다는 어둡고 가려진 부위를 세상 밖으로 보일 수밖에 없는 상이 많았던 한 해였다.
한편, 12월은 또 다른 한 해를 준비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믿거나 말거나 한 해외토픽인 소위 ‘땅콩회항’으로 12월도 어이없음을 국민 전체가 느끼고 있다.
사내 규정과 규율을 강조하면서, 정작 사회공동체가 공유하고 가치있게 여기고 있는 사회규범이나 인권, 항공법 등 법규정이 무시되고 묵살되는 상황을 보면서 소비자로서 또한 일반시민의 한 명으로서도 매우 혼란스럽기도 하고 불쾌하기도 하다. 어쩌면 요즘 같은 불황기에 사업주 가족의 위세가 더욱 커지기도 하겠지만, 그만큼 국민이 기대하는 기준은 매우 높다.
대한항공이 국적기라는 자부심이 있었고, 내가 성장하는 10여 년 동안 대한항공은 ‘Welcome to my world!’라는 시그널 음악으로 한국사회의 성장을 세계에 알리는 게이트(gate) 같은 역할을 담당했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아직 낯선 마카다미아(macadamia nut) 봉투로 한순간 회사의 명성(good reputation)과 이미지(image) 가 실추됐다.
우리사회는 모든 것을 가진 자로서의 행세보다 모든 것을 갖춘 자로서의 모범을 기대하고 있다. 권리와 권한은 의무와 책임도 동반하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말하기를, 인간의 우둔하고 나약한 면이 자신이 무엇인가를 가지고 있고 누리고 있을 때는 그것의 가치와 고마움을 모르다가 그것이 사라진 뒤에야 그 소중함과 아쉬움, 고마움을 깨닫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금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든, 은수저를 입에 물고 태어나든지 간에, 그것의 진정한 가치와 부러움을 스스로 깨닫기는 사실 어렵다. 당연히 있어야 하거나 당연히 내 것이라고 여기기 일쑤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경향은 나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주어진 여건과 환경, 누리고 있는 모든 것들은 내가 성취하고 당연히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어느 순간 당연하거나 때로는 하찮게 여기는 것들이 내 주변인들한테는 그것들을 부러워하기도 하고 아쉬워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한 해를 마무리하며 우리가 누리고 있거나 지켜야 할 값진 가치들이 무엇인지를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시간이 있기를 바란다. 가치는 규정된 것이 아니라, 내가 부여하고 소중히 하는 만큼 가치는 올라간다.
또한, 2014년 한 해 동안 내가 소홀히 하거나 아프게 한 가족이나 친구, 이웃, 동료들은 없는지 다시 한 번 돌아봤으면 한다. 내가 한 실수실언행동들로 상처받은 사람들은 없는지 돌아보고 풀어주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2014년 한 해 마감이 따뜻한 사랑공감으로 채워진다면 2015년으로 내닺는 하루하루가 훨씬 가볍고 기대될 것 같다.
송민경 경기대 청소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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