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사건사고를 남긴 2014년 갑오년 청마의 해는 지고 그 많은 숙제를 넘겨받은 2015년 을미년 청양의 해가 무거운 마음으로 하지만 희망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힘차게 떠올랐다.
언제나 그렇듯이 새해 첫날이 되면 개인도 가정도 여느 단체도 그리고 국가도 다양한 구호를 외치며 저마다 어떤 목표를 만들고 결심들을 한다. 그리고 기원한다. 결심한 목표들이 이루어지도록…
필자 또한 새해 첫날 여느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덕담으로 첫 인사를 나누고 싶다. 하지만 그런 덕담들은 일월 내내 들을 테니 필자는 조금 다른 소리를 하려 한다.
바로 2014년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모두가 지나간 일은 다 잊고 앞으로 힘차게 나가자고 할 터이지만 적어도 필자는 2014년 잊는다는 것이 얼마나 무책임한 회피라는 것을 잘 느끼고 깨달았다. 그래서 우리는 잊음이 얼마나 우리의 미래를 예전의 허약함으로 돌려놓는지 알아야 한다.
많은 이들이 피로감을 느낀다며 지겹다고 표현하는 2014년 역사에 없었어야 할 세월호 참사는 우리가 얼마나 이기적이며 국가가 얼마나 무책임하고 무능한 상황임을 일깨워 주었다. 하지만 더 아쉬운 것은 참사 후 국가가 보여준 태도이다. 확실한 진상규명과 사후조치보다 정쟁으로 시간만 보내고 아직도 정확한 로드맵이 없다는 것이다.
2014년은 전반적으로 우리사회에 깊게 숨겨져 왔던 어두운 면들이 한꺼번에 드러난 해이기도 하다. 언제나 사건사고들은 있었지만 2014는 긴 시간 동안 곪았던 것들이 터지기 시작한 것이라 근본적 개조가 필요한 것이다.
윤일병 사망사건과 임병장 총기난사사건은 폐쇄된 병영문화의 참담한 일면을 보여주었고 세월호는 물론 마우나리조트붕괴, 고양터미널화재, 장성요양병원화재, 수많은 지하철사고 등 우리사회의 모든 분야에서의 안전 불감증이 빚어낸 참사이다. 또한 수많은 사회지도층의 성추문사건 대한한공 땅콩회항 같은 슈퍼 갑들의 도덕불감증으로 인한 오만한 갑질들 너무도 많고 다양한 문제들이 우리 앞에 산적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가와 국민의 기본적인 시스템과 정신적 개조없이 먹고사는 일만 강조한다면 우리의 후손들은 지금보다 더욱 불안한 사회로 내몰려야 할지도 모르는 일이다.
국가개조를 약속했던 정부가 지금 그것을 이행하고 있는지 아니면 경제가 급하니 뒤로 미루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경제를 핑계로 국가개조는 없던 일이 된 것인지 잘 모르겠다.
나 태어나 이 땅에 살면서 경제위기가 아닌 적이 없었다. 늘 위기다. 특히 위정자들은 그들의 권력이 흔들릴 때 항상 국가경제를 들고 나온다. 경제 좀 어려우면 어떤가! 지금보다 오히려 좀 배고프면 어떤가. 스마트폰 없으면 살수 없는가! 재벌 총수 매번 풀어주고 경제가 잘 풀렸으면 우리는 아마 지금 지상 최고의 경제 대국일 것이다.
수없이 죄지은 재벌들 가장 많이 풀어준 나라 아니던가! 재벌들이 금고에 쌓아두고 있는 천문학적인 돈 총수 풀어주면 투자하는가! 기업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라 법이 계급을 나누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것이 무엇인가! 2014년에 벌어진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려놓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세월호 진상규명을 진실로 철저히 하여 다시는 국가가 무능하여 무고한 국민이 희생당하지 않아야 할 것이며 비극적으로 비참하게 죽어간 윤일병의 죽음을 교훈삼아 군대문화를 더욱 근본적으로 바꿔야 할 것이다. 심심하면 터져 나오는 지도층의 성추문도 대한항공의 땅콩도 슈퍼 갑들의 질 나쁜 못된 짓거리니 갑과 을의 잘못된 문화도 확 바꾸어야 한다.
그리고 정녕 이 모든 것을 백년대계로 바꾸어 나가려 한다면 작금의 교육제도와 교육정책을 뿌리부터 바꿔야 한다. 초중등교육은 경쟁이 아닌 자율로 영어수학이 중심이 아닌 그래서 없애거나 축소한 음악, 미술, 체육, 역사 수업을 필수과목으로 바꾸고 대학에서 푸대접 받는 인문학을 다시 부흥시켜야 한다.
대학을 취업기관이 아닌 공부하는 상아탑으로 돌려놓아야 할 것이다. 취업은 국가의 책임이다. 국가의 대개조 2015년 양띠해가 시작해야 할 일이다. 백년 후를 바라보며!
장용휘 수원여대 교수•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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