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 화장품·과일… 자체 브랜드 이름표 달고 내가 제일 잘나가~
2014년 11월 10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중국을 방문한 박근혜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에서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실질적 타결을 선언했다.
지난 2012년 5월 1차 협상 이후 30개월 만에 전격 타결됐다. 앞서 미국, 유럽연합(EU)에 이어 14억 내수시장이 존재하는 중국까지, 세계 3대 경제권과 FTA를 맺은 한국의 경제영토 확장이 전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한·중 FTA 타결 한 달 후인 12월10일, 한·베트남 FTA도 실질적으로 타결됐다. 2002년 10월 최초 칠레를 시작으로 체결된 FTA 대상국가는 이로써 53개국으로 확대됐다.
특히 국제공항과 항만을 갖추고, 중국 등 FTA대상국과 지리적으로도 가까운 인천은 국내 어느 도시보다 대도약의 기회가 눈앞에 펼쳐졌다.
엄청난 물량 공세로 가격경쟁력에서 밀릴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인천시 특유의 브랜드가치 상승 전략이 방어체계를 구축했다. 인천 자체 브랜드를 내세운 ‘화장품’이 대표적이다.
또 품질 향상에 주력해 인천 자체 브랜드로 자리 매김하고 있는 ‘과일(배)’도 주목받고 있다. 대도약의 기회를 앞에 두고 2015년 인천이 본격 시험대에 놓였다.
■ 한·중 FTA 인천 화장품 업계 ‘화색’
인천에서 한·중 FTA로 가장 수혜를 볼 품목은 ‘화장품’이란 게 정설이다. 그동안 중국 시장은 국내 화장품 기업에 기회의 시장으로 여겨졌으나, 중국 정부의 자국기업 보호 정책들로 수출절차가 복잡하고 오래 걸리는 등 보이지 않는 장벽이 존재해 왔다. 자본력과 조직력을 갖춘 일부 대기업을 제외하곤 성과를 내기 어려웠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번 FTA 체결로 화장품업계는 크게 반색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말 대한상공회의소가 국내기업 700개사(중국 수출 365개사, 내수 위주 335개사)를 대상으로 ‘한·중 FTA 타결과 국내기업의 대응실태’를 조사한 결과 한·중 FTA 체결로 인해 화장품·패션, 의료바이오, 음식료 산업 등이 혜택을 많이 볼 것으로 꼽혔다.
한·중 FTA 체결로 화장품 업계가 이득을 볼 부분은 통관 간소화와 TBT(Technical Barriers to Trade·무역 기술장벽) 관련 조치다. 지금까지 중국은 한국에서 발행한 국가공인시험성적서와 위생증명서를 인정하지 않고 화장품을 수입할 때마다 일일이 검사해왔다.
통관에만 8~10개월이 소요되기 때문에 화장품의 유통기간이 짧아지고, 유행이나 계절이 지나 상품성이 떨어지는 문제 등이 있었다. 이번 한·중 FTA의 TBT 관련 조치로 앞으로 한·중 양국이 국제공인시험성적서를 수용하고, 시험 샘플 통관도 원활하게 이뤄지는 발판이 마련됐다.
반면, 관세 부분에서는 큰 수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중국으로 수출되는 화장품 관세는 6.5~10%다. 한·중 FTA 협정문이 아직 공개되지 않았으나, 관세 인하폭은 1%대에 머물고, 향수 등 12개 품목은 관세 철폐 대상에서 제외될 것으로 예상된다.
■ 인천 자체 화장품 브랜드 ‘어울(Oull)’…한·중 FTA로 도약 꿈꾼다
인천시가 화장품을 포함한 뷰티산업을 인천의 신(新)성장 동력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1년 3월부터다.
인천은 공항·항만 그리고 국내 화장품 생산공장의 80%가 들어선 지역 특성과 자원을 활용해 4년여 전부터 전 세계 미용산업 제패를 겨냥해 왔다. 여기에 최근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 등 폭발적인 한류열풍에 힘입어 자연스레 한국산 화장품의 ‘제2의 전성시대’를 맞았다. 이후 한·중 FTA 체결까지 정확한 예상에 치밀한 준비, 시기까지 3박자가 들어맞은 셈이다.
인천시는 지난해 배우 한채아를 전면에 내세워 중국 상해 Sitv 채널의 뷰티예능방송(미려밀마)을 통해 중국 58개 지역에 CF 광고로 지역 화장품 회사와 공동개발한 화장품 ‘어울’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는 데 매진했다.
앞서 같은 해 10월 출시한 어울은 인천지역 내 오프라인 상점(휴띠끄 1~3호점)에서 중국관광객을 대상으로 판매됐다. 3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화장품인 만큼, 소비자 만족도가 높은 건 당연지사.
어울은 검증된 품질에 유통경로를 낮춘 합리적인 가격, 여기에 세련된 디자인, 지자체 공신력까지 더해져 중국인으로부터 각광받고 있다.
최초 론칭쇼에 참가한 중국 유통업체가 어울 제품을 중국에서 테스트로 판매, 브랜드 가치와 우수한 품질을 확인하고서 세 차례 대량으로 물건을 구입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판매된 매출액만 4억 5천만 원에 달한다.
시는 앞으로 24개 품목의 기초 스킨케어제품에서 특화된 기능성 제품을 추가 개발하고 위생허가 인증을 통해 본격적인 중국 수출에 나설 방침이다. 또 상해 미용박람회, 홍콩 코스모프로프 등 뷰티박람회에 참가해 바이어와 미팅기회도 늘리고, 직접구매 온라인 쇼핑몰 ‘티몰’과 ‘Qoo10’, ‘위챗’ 등을 통한 판매도 강화할 예정이다.
황의용 인천경제통상진흥원장은 “그동안 어울의 개발에 주력했다면, 앞으로 더욱 공격적인 마케팅과 유통 지원으로 중국시장을 공략하겠다”고 밝혔다.
■ 품질 향상한 인천 ‘남동 배’ FTA 파고 넘어 세계로
2014년 12월 10일 베트남과의 FTA가 실질적으로 타결됐다. 이를 예견하기라도 한 듯 인천 남동배는 같은 해 10월 31일부터 11월 2일까지 베트남 호찌민시에서 판촉행사를 벌였다. 고령화와 농가소득 정체 등 뿌리가 허약한 국내 농업이 연이어 농업강국과 FTA를 체결하면서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인천시는 화장품보다 앞선 지난 2007년 인천지역에서 재배되는 과일의 품질향상과 브랜드화에 손발을 걷어붙였다. 국내 타지역보다 좁은 재배면적과 낮은 인천 과일의 인지도를 해결할 방법은 품질과 브랜드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국내에서조차 인지도가 낮은 남동배를 해외로 눈을 돌려 저격수로 육성한 셈이다.
시는 지난 2007년 전국에서 최고 과일을 생산하기 위한 농촌진흥청의 프로젝트인 ‘탑프루트(Top fruit)’에 본격 합류했다. 당시 인천 자체 과일 브랜드가 없는 상태에서 농가 시설도 낙후, 가격경쟁력은 계속 떨어지는 상황이었다.
시의 3개년 탑프루트 사업(예산 2억여 원)의 핵심은 ‘고품질 도약’과 ‘해외 수출’이다. 인천시 농업기술센터를 주축으로 20㏊ 면적(20개 농가)에 불과한 남동구 지역에 배 작목반을 구성, 배나무 유인시설과 방풍·방조망, 친환경제제 투입 등 기반시설 확충에 집중 지원했다.
시는 3개년 사업을 추진하면서 ‘인천 5대 명품’에 배를 선정(2008년)했다. 최초 도매시장 신세에만 그쳤던 남동배의 유통경로는 프로젝트가 진행된 이래 품질과 브랜드 가치가 상승, 농협 출하·직판 등으로 성장했다.
시의 이 같은 남동배 육성은 불과 몇 해 지나지 않아 성과를 보게 됐다. 이미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나주·성환 지역 배를 물리치고 지난 2012년 농촌진흥청의 중앙품질평가 심사에서 대상을 거머쥐며 ‘전국 최고의 배’로 등극했다. 탑프루트 생산능력도 30%가량 상승한 550t 규모로 성장했다. 어느 정도 품질을 검증받은 남동배의 남은 목표는 ‘해외 수출’이다. 앞서 2009년 대만과 과테말라 등으로 첫 수출을 진행하기도 했으나, 실적은 미비한 수준이었다.
시 농업기술센터는 올해를 본격적인 수출의 원년으로 삼았다. 그동안 맛보기에 그쳤던 수출 규모는 올해 1차 시범적으로 50t으로 늘릴 계획이다. 이후 매년 50t씩 늘여 150t 규모를 유지하는 게 목표다. 수출 브랜드도 ‘인천 명품 남동배’로 통일했다.
장영근 인천시 농업기술센터 소득작목 팀장은 “브랜드 가치가 오르려면 품질이 뒤따라야 하지만, 그전에 기반시설이 뒷받침돼야 한다. 현재 남동배의 시설 개선 사업 공정이 80% 수준으로 성장했다”며 “앞으로도 기반시설 지원은 물론, 농가 현장 교육 및 1:1 맞춤형 컨설팅을 확대해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명품 남동배 브랜드로 자리 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동민기자
사진= aT 인천지사·인천경제통상진흥원·인천 농업기술센터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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