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이 주신 선물 무공해 ‘표고’ 꽃피우다
지난 12월 1일 오전 9시. 화성시 비봉면 ‘비봉땅농장’에 도착했다.
농장 비닐하우스 입구에 다다르자 포근한 인상의 농장 주인 홍성의 씨가 냉큼 손을 잡아끌며 기자를 반겼다.
홍 씨의 손에 이끌려 들어간 비닐하우스 내부에는 네모 반듯한 선반들이 기다랗게 늘어서 있었다. 그 위로는 일정한 크기의 나무토막들이 빼곡했다. 나무토막 하나를 가만히 들여다보니 크고 작은 버섯들이 다닥다닥 달라 붙어있다.
‘배지’라고 불리는 길이 40㎝의 이 나무토막들은 버섯이 자라나는 ‘소형 밭’으로 톱밥을 분쇄해 그곳에 배양체인 표고버섯이 필요로 하는 영양분을 섞어 고체화 시킨 뒤 살균 처리를 거쳐 완성된다. 이렇게 만들어진 배지에 천공을 뚫고 버섯 종균을 심어 양생시키면 비로소 표고버섯이 자라나게 된다.
실제 농장 일은 갖가지 버섯 농업에 대한 지식을 교육받고서야 시작할 수 있었다.“밥값은 해야 하지 않겠어?” 웃음기 가득한 홍 씨의 따끔한 일침이 날라왔다.
왠지 모를 책임감에 손놀림을 재촉했다. 최상급 버섯 은 이미 수확을 완료한 상태로 이날 하우스에 남아 있는 것은 대부분 아직 수확 단계가 아니거나, 상대적으로 크기가 작은 중급 버섯이다. 그나마 버섯 수확에 쩔쩔매지 않을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했다.
화성 비봉땅농장의 모든 건물과 농장은 하나같이 홍 씨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10년간 건설 분야에 몸담았던 실력이 농장 곳곳에 배어 있다. 하우스 내부는 공간과 효율성을 따져 선반 형태의 구조를 설계했고, 여름철 온도상승과 자재비용을 고려해 와이어나 원형 파이프 대신 사각 파이프를 사용했다.
배지에 꽂아 물을 투입할 때 사용하는 ‘침봉기’와 수확한 버섯을 싣고 나르는 수레 역시 편의를 위해 손수 개조하는 등 홍씨는 수차례 겪었던 시행착오를 거름 삼아 자신만의 표고버섯 재배 노하우를 만들어 냈다. 여느 농장일과 다를 것 없이 버섯 재배에도 많은 손길이 필요하다.
하우스 상단에 달려있는 스프링 쿨러를 이용해 수시로 물을 뿌려주지만, 표면이 딱딱해 수분이 잘 스며들지 않는 배지에는 ‘침봉기’가 필수다. 배지 중앙에 바늘처럼 생긴 기다란 침봉기를 직접 찔러넣어 수분을 공급한다.
제법 묵직한 침봉기를 직접 찔러 넣어 봤지만, 잘 들어가지 않을뿐더러 이 많은 배지에 일일이 침봉기를 꽂는다니, 그 노동량에 입이 벌어졌다.
하우스에서 수확된 버섯은 인근에 자리한 저온저장고로 운반됐다. 홍 씨의 뒤를 따라 들어간 저온저장고는 앞서 수확한 최상급 버섯들로 가득했다. 두께면 두께, 크기면 크기. 누가 봐도 하우스에 남아있던 다른 버섯과는 차원이 다른 ‘최상급’이었다.
무조건 크다고 해서 최상급 버섯으로 분류되는 것은 아니다. 최상급 버섯은 갓의 색이 밝고, 줄기와 갓의 두께가 두꺼우며 갓의 아랫면인 주름살 부분은 때가 없이 깨끗하다.
두 번째 단계인 선별 작업 역시 초짜에게는 만만치 않은 작업이었다. 갓의 색상이며, 크기며 다를 게 전혀 없는 버섯들도 베테랑 부부의 눈에는 확연한 차이가 나는 것 같다. 결국, 비지땀을 흘려가며 부랴부랴 선별한 버섯들은 다시 여주인의 손으로 돌아가 재선별 작업을 거쳐야 했다.
이렇게 선별 작업을 거쳐 등급별로 나뉜 버섯들은 마지막 단계인 포장 단계로 넘어간다. 버섯들이 손상되지 않도록 일일이 포장박스에 담아내고, 밀봉까지 마치고서야 반나절 동안 끼고 있던 목장갑을 벗을 수 있었다.
홍 씨는 “표고버섯 자체가 농약이 쓰이지 않는 무공해 식품으로 내 자식이 먹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위생과 청결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신이 인간에게 내린 선물’로도 표현되는 버섯은 항암과 약리작용이 탁월해 웰빙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글 _ 박준상 기자 사진 _ 전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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