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년특집] 乙未年 새해는 ‘양띠의 해’

善·義·美 상징 길상의 동물

▲ 국립민속박물관에서 2015년 을미년 양띠해를 맞아 열린 ‘행복을 부르는 양’ 특별전을 찾은 관람객들이 전시된 양석을 지나고 있다

2015년 을미년(乙未年)은 양띠 해다. 현대에 들어와 양에 대한 일반적인 이미지는 면직물의 재료를 제공하는 면양(綿羊)이지만 농경문화인 우리나라에서 양은 20세기 이전까지만 해도 산양(山羊) 또는 염소로 더 익숙했다.

양의 외형과 습성, 생태는 상(祥)·선(善)·미(美)·희(犧)처럼 좋은 의미의 한자에 반영돼 있듯이, 우리 생활문화 속에서 길상(吉祥)의 소재로 자주 등장했다.

사람이 양을 길러온 것은 약 1만 년 전부터라고 한다. 동양에서는 영험한 동물로 여겨져 소 돼지와 함께 제물로 쓰였고, 서양에서도 성서에 맨 처음 등장하는 동물이 양이다. 성서에는 5백번 이상 양이 언급돼 있다. 양은 그러나 한국 역사와는 인연이 많지 않은 동물이다.

목축이 성하지 않아 목양에 관한 이야기 역시 흔하지 않기 때문이다.

삼한시대에 양을 식용으로 썼다는 이야기가 있고, 낙랑시대에 만든 양 모양의 장식품과 원주 법천리 고분군에서 나온 양모양의 청자 등이 일부 남아 있을 뿐이다. 그림으로는 공민왕의 ‘이양(二羊)그림’과 김홍도의 ‘금화편양도(金華鞭羊圖)’등이 전해온다.

 

고려 때 금나라에서 면양(綿羊)을 들여와 조선 때까지 사육했으나 풍토병 등으로 인해 성과는 좋지 않았다. 호랑이나 말 등 다른 띠 동물에 비해 양과 관련된 민속도 적다. 다만 남에게 해를 끼칠 줄 모르는 착하고 여린 성질 때문에 착함, 의로움, 아름다움 등을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져 왔다.

상형문자인 ‘羊(양)’에서 맛 미 (味), 아름다울 미(美), 착할 선(善) 등의 한자가 파생된 것도 이런 까닭이다. 또, 글자 모양이 상서로울 상(祥)과 같고, 소리가 밝을 양(陽)과 같아서 길상의 뜻을 담고 있기도 하다.

조선을 건국한 이성계가 초야에 묻혀 지내던 시절, 꿈에서 양을 잡으려 하자 뿔과 꼬리가 몽땅 떨어져 놀라 잠에서 깼다는 이야기도 전해져 온다. 이 꿈 이야기를 무학대사에게 했더니 곧 임금이 될 것이라는 해몽이 나왔다. 한자의 ‘羊’에서 양의 뿔과 꼬리에 해당하는 윗부분과 아래 부분을 떼고 나면 임금 왕(王)이 남게 된다는 것.

이때부터 양 꿈은 길몽으로 풀이돼 왔다고 한다. 양은 또한 재물, 종교인, 선량한 사람을 뜻하기도 한다.

특유의 독창성과 희귀성으로 그 경제적 가치도 매년 상승하고 있다. 마나스 아트센터에 소장된 마콘테 조각도 백만원 대에서 수 억원에 달하는 조각들이 전시돼 있어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다.

속담에 ‘양띠는 부자가 못 된다’고 하는데, 이것은 양처럼 양띠 사람은 너무 정직하여 부정을 못보고 너무 맑아서 부자가 되지 못한다는 것이다.

천성이 착한 탓에 해로움을 끼칠 줄도 모르면서 오직 희생돼야 하는 양들을 어떤 이는 우리 민족사에 비견하기도 한다. 구한말 지사(志士) 김종학 선생은 양의 슬픈 운명을 우리 민족사에 찾는 듯이 이렇게 외치기도 했다.

글 _ 박광수기자 사진 _ 경기일보DB·연합뉴스

© 경기일보(www.kyeonggi.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댓글 댓글 운영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