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지역 공공문화재단의 필요성

지역문화 활성화와 지역 주민의 문화 향수권 신장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지역의 정책과제로 등장하였다. 예술가 지원 중심의 정책에서 지역 주민의 문화 향수권 신장과 문화의 생활화 정책이 부가되면서 문화기관과 문화재단의 역할이 증가되었다. 예술 창작 활성화 정책에서 문화 소비와 문화 공급의 활성화로 영역을 넓혀가기 시작한 것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격년제로 발간하는 ‘전국 문화기반시설 총람’에 따르면 문예회관,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 문화의집, 문화원 등 공공 문화기반시설은 2013년 12월말 현재 2천 3백여 기관에 이른다. 전국적으로 문화 인프라는 어느 정도 구축되었다 할 것이다.

이들 문화기반 시설은 그동안 주로 지방자치단체가 직영하는 형태로 운영되었으나 전문가에 의한 운영 전문화 요구가 대두되면서 시설관리공단 형태의 과도기를 거쳐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는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 13개의 광역시도와 47개의 기초자치단체가 문화재단을 운영하고 있다. 광역시도는 거의 문화재단을 설립하여 운영하고 있는 셈이고 기초 자치단체는 문화재단 운영의 시작 단계라 할 수 있다.

중앙정부와 광역시도 및 기초 자치단체의 재단업무 범위와 기능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문화정책은 문화정책 연구와 개발, 문화 자원의 지원, 문화정책의 집행으로 구분할 수 있다. 중앙정부는 문화관광연구원, 한국문화예술위원회를 두어 정책개발과 지원을 담당하게 하고 국립중앙극장, 국립 박물관, 국립현대미술관 등을 두어 문화정책의 집행을 분야별로 수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문예회관연합회와 예술경영지원센터 등을 통하여 정책 집행의 수월성을 높이고 있다. 문화 정책의 전달체계가 비교적 세분화되어 있는 셈이다.

반면에 광역시도와 기초자치단체의 문화재단은 예술단체와 예술가 지원 사업을 하는 동시에 문예회관을 비롯한 미술관, 박물관 등을 운영하는 기능을 겸하는 경우가 많다. 다시 말해 지역의 문화재단은 정책 연구개발, 지원, 예술활동을 수행하는 복합 조직이라 할 수 있다.

이는 중앙정부와 달리 예산 한정, 지역 인적자원의 한계, 문화영역의 복잡성 등으로 필요에 의한 것이 큰 이유일 것이다. 정책 기능별 조직에 의한 분야별 정책을 수행하기에는 지역의 문화 환경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재단을 통한 통합관리방식은 관리 효율성을 기하려는 데 있다. 그렇지만 정책연구와 개발, 지원, 문화 활동은 각기 다른 미션과 역할을 수행하는 독립 단위이다. 문화 활동 기관 내에서도 문예회관과 미술관, 박물관은 각기 수행할 영역과 기능이 다르고 메커니즘도 다르다.

운영의 전문성이 필요한 이유다. 문화재단이 지원기능과 예술기관을 통합관리 운영하는 것은 추후 정보 비대칭과 비용에 따른 대리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중장기적으로는 각 예술기관이 독립된 법인으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지만, 현재는 운영의 전문성과 통합 운영에 따른 효율성 간의 균형이 지역 문화재단에 부여된 과제가 아닌가 한다.

지역 문화예술 진흥과 지역주민 문화예술 향유권 신장을 위한 재단 설립 운영이 문화정책 전달체계의 필연적 유형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문화재단은 전문가에 의한 전문적 운영을 할 때에 성과를 담보할 수 있다. 따라서 정치적 성과를 기대하기보다는 실리적이고 현실적인 기대 수준이 필요하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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