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어린이집 폭행 사건’을 시작으로 전국에서 아동폭행 신고가 잇따르면서 학부모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경찰이 전국의 어린이집과 유치원을 대상으로 실태 전수조사에 나서겠다고 발표했고, 정부에서도 서둘러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을 발표했지만, 실효성 없는 급조된 처방이라는 평가들이 나오고 있어 지난 2010년의 데자뷰를 보는 것 같다.
지난 2010년에도 아동에게 폭언과 폭행을 한 어린이집의 CCTV가 공개되면서 온 국민들의 공분을 샀다. 당시 정부에서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근절대책’을 내놓으며 안심할 수 있는 보육환경을 만들겠다고 발표하였는데, 발표했던 주요 내용을 보면 체벌 등 아동 학대 행위 금지, 아동 학대자와 해당 어린이집 원장 영구 퇴출, 보육교사 양성 기준 강화, 아동학대 예방 교육 및 캠페인 전개 등의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번에 발표된 ‘어린이집 아동폭력 근절대책’도 단어만 바뀌었을 뿐 2010년의 대책에서 크게 달라진 점을 발견하기 힘들다. 아동학대 발생 시 어린이집 폐쇄 및 영구 퇴출, 보육교사 양성 기준 강화, CCTV 의무화 등 2010년에 발표한 대책보다 처벌과 교육을 강화했을 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기는 어렵다.
물론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른 교사와 감독을 제대로 하지 못한 어린이집 원장 등 1차적인 아동학대 책임자들에게 엄중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또한, 아동 학대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벌금이나 몇 개월의 자격정지에 그치는 등 솜방망이 조치가 이뤄져 온 만큼 처벌 강화가 필요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2010년 어린이집 폭행 사건 직후 아동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는 대책이 발표되었음에도 오히려 보육교사의 아동학대 신고 건수는 2010년 100건에서 2013년 298건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2010년이나 이번에 문제가 된 어린이집에도 CCTV가 설치돼 있었지만, 아동학대를 막지 못했다. 이렇듯이 처벌이나 CCTV 설치가 사건이 일어난 뒤 사태를 수습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동학대 예방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는 없다.
의사가 진단을 잘못하면 제대로 된 치료가 이뤄질 수 없듯이, 현재 보육체계에 대한 제대로 된 진단이 필요하다. 현재 보육교사들은 월 140만 원 정도의 박봉을 받으면서 매일 10시간 넘게 20명 안팎의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또한, 평가인증 등 행정업무로 인해 아이들을 돌보는 것에만 전념할 수도 없는 것이 보육교사들의 현실이다. 이러한 열악한 현실은 외면한 채 ‘질 높은’ 교사를 양성하겠다는 것은 공허한 이야기에 불과할 뿐이다.
다행히 보건복지부에서도 맞벌이와 무상보육 등으로 급격히 불어난 어린이집의 관리 점검과 보육 서비스의 질 제고를 위해 보육 전달 체계를 손질하겠다는 발표를 했다. 단기적 대책이 아니라 보육사업 전반에 대한 개선방향을 강구하겠다고 나선 점은 다행이다. 하지만,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발표했다가 정부의 의지 부족과 관련 단체들의 반발로 흐지부지되었던 과거의 사례를 반복하지 않도록 철저한 준비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흔히 ‘아이는 우리의 미래’라고들 한다. 그동안 우리는 우리의 미래인 아이들에 너무 무관심해왔다. 바람직한 보육정책은 곧 대한민국의 미래를 결정하는 나침반이다. 이제는 근시안적인 생각을 버리고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보육현장을 정상화하고 보육의 질을 어떻게 높일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제2, 제3의 어린이집 폭행 사건은 다시 발생할 수밖에 없음을 명심해야 한다.
유의동 국회의원(새누리•평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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