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단상] ‘어린이집 공공성 강화’ 패러다임 전환 필요

어린이집 아동학대 사건으로 어린아이를 키우는 학부모뿐만 아니라 온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아직 자기 의사 표명도 정확히 하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공포와 억압의 폭력을 휘두르는 행위는 어떤 변명으로도 용서받지 못할 반인권적 범죄다.

가해 어린이집 교사와 원장들은 모두 지탄 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비난하고 성토한다고만 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CCTV 설치 의무화가 대책 중 하나일 수는 있겠지만 근본 대책은 아니다. 우리 사회 구조에서 발생한 모순과 부조리부터 깊게 살펴보아야 한다.

대도시 사설 어린이집은 이미 포화상태이다. 이유는 너무 자명하다. 수요도 많고 사업성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상적인 방법으론 사업성이 있기 어렵다. 그러다 보니 부실 운영과 아동학대 같은 문제가 나오는 것이다. 우수한 보육교사를 확보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것도 또 다른 이유다.

정부와 정치권도 ‘어린이 집’ 문제에 자유롭지만은 않다. 전국적 조직을 가지고 있는 ‘어린이집 연합회’는 사회단체 중 결속력이 강하고, 선출직 공무원들에게는 압력 단체로서의 입지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어린이집 정책은 우리나라의 미래의 희망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정책이다. 일부겠지만 어린이집을 돈벌이의 수단으로 여기는 인식이 존재하는 한 어떤 대책이나 방안도 궁극적인 해결책이 되기 어렵다. 정책은 수요자의 목소리가 우선시돼 입안돼야 한다. 공급자의 논리로 제공되는 정책에서 벗어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첫 번째로 정부의 보육정책이다.

복지부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0~2세는 부모와 유대감 형성을 위해 가정에서 키울 것을 권고하고, 이 시기 적정 보육시설 이용률은 30% 미만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0~2세 영아의 66.1%가 어린이집을 이용했다. OECD 평균 32.6%의 두 배가 넘는다.

물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어린이집에 대한 요구가 많은 것은 이해하지만 이를 사설시설로 충당하게 하는 정부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 또한 맞벌이 부부를 제외한 전업주부의 유아 교육 인식의 전환도 필요한 대목이다.

두 번째, 정부가 나서서 국공립 어린이집을 확대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사립 교육시설에 다니는 유아 비율이 OECD 3위안에 들고 있다. 사립 교육시설이 국공립보다 유치원의 경우는 최대 수십 배 비싸지만 학부모들은 선택의 여지가 없다.

교육부가 2014년 9월에 조사한 ‘OECD 교육지표’ 분석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6세 이하 어린이 중 84.0%는 사립, 16.0%가 국공립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다니고 있었다. 사립 비중이 OECD 평균(31.5%)보다 2.6배나 많고, 국공립 비중은 4분의 1 수준이다.

세 번째로 학부모로부터 선호도가 높은 직장 어린이집의 대폭 확대이다.

직장 어린이집은 운영주체가 기업이나 단체며, 영리가 아닌 직원들의 복리 증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가 상시 여성근로자 300명 이상, 혹은 상시 근로자 500명 이상을 고용하는 사업장은 어린이집을 설치하도록 한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 수당을 지급하거나 위탁을 하고 있고, 이행조차 하지 않는 사업장도 상당하다. 따라서 법적 제도의 강화나 사업장의 세금 혜택 등 장려정책도 검토돼야 한다.

어린이집 설치가 보육과 종업원 복지를 위한 최우선 과제라는 기업주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어린이집 국공립화 정책은 진지하게 재검토돼야 한다. 어린이집의 공공성을 강화해 나가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문제들의 근본적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대한민국에서 아동학대가 사라져 직장을 가진 부모들이 안심하고 자녀들을 어린이집에 보낼 수 있도록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정부의 책임이고 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근본일 것이다.

이찬열 새정치민주연합 국회의원∙경기 수원시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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