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맥간공예 전수자 즐거운 외길인생 “항상 설레고 새로워요”
참 여물다. 작은 체구의 마냥 여리기만 할 것 같은 여자의 손이 그렇다.
그 손끝에서 농부에게 수확의 기쁨을 안기고 속이 텅 빈 채 버려진 보릿대도 영근다. 예술작품이 된다.
‘맥간공예(麥稈工藝)’의 전통을 잇는 이수진(43) 수석 전수자 얘기다.
맥간공예는 보릿대를 모자이크 기법과 목칠공예기법을 결합해 만드는 독특한 예술장르다. 백송 이상수 선생이 1983년 종이 제조기법에 대한 첫 실용신안을 딴 이래 지금까지 총 7종의 실용신안 등록을 마쳤다.
삼성반도체에 근무했던 이 전수자는 지난 1993년 맥간공예를 배운 후 퇴사를 감행, 지금까지 23년째 보리와 동고동락하고 있다.
지난 2005년부터는 스승의 문하생으로 꾸려진 ‘예맥회’의 대표를 맡아 전시를 열고 맥간공예를 알리는 데 온 힘을 쏟았다. 현재 예맥회는 수원, 안산, 서울 강서, 천안, 청주, 음성 등에 지부를 두고 회원 32명이 활동 중이다.
자신의 제자들과 뜻을 모아 작품 판매 수익금을 기부하는 ‘보리사모전’을 매년 열어 나누는 삶을 그려나가고 있다.
이 같은 열정에 맥간공예를 전수받은 지 꼭 20년이 되는 해(2012년)에 한국예술평론가협의회가 시상하는 ‘제32회 올해의 최우수예술가’에서 전통부문 특별상을 거머쥐었다.
그는 또 지난해 미술경영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맥간공예를 체계적으로 계승하기 위한 담금질을 멈추지 않고 있다.
하지만 다른 전통공예에 비해 역사가 짧은 맥간공예를 전수받고 명맥을 잇는 일이 녹록치만은 않다.
“예맥회 전성기에는 전국에 더 많은 지부를 중심으로 회원이 활동했다. 하지만 회원 대부분이 주부여서 육아를 병행하다가 쉽게 그만두기 일쑤다. (나도)힘들게 애를 키우면서 해왔는데…, 안타깝다. 맥간공예가 발전하려면 회원들이 끈기있게 뿌리를 내려야 하고, 결국 내 숙제다.”
어린 딸을 어려서부터 어린이집과 학원에 맡기며 뒤따른 무거운 자책감에도 지켜온 맥간공예다. 때문에 중도 포기한 주부 이수자들에 대한 아쉬움은 더 크다.
이토록 힘겨운 외길 인생을 걸을 수 있었던 힘은 무엇일까.
“너무 오래돼 모르겠다”며 웃으며 말했다.
“확실한 것은 질리지 않는다는 거에요. 같은 재료에 반복적인 작업 방식이지만 디자인과 완성된 작품은 항상 새롭죠. 새로운 것만큼 설레고 즐거운 것은 없잖아요.”
10년 후, 반복되는 작업에서 새로운 재미를 찾고 만드는 그녀의 여문 손끝이 그려진다.
글=류설아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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