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의섬] 순수한 섬에 새생명을 불어넣다

▲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자리 잡은 ‘외도’

일본의 나오시마와 한국의 외도는 섬 개발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섬을 개발하고 발전시키려는 의지를 가진 지자체에게 나오시마와 외도는 최고의 발전 동기다.

인간이 파괴한 섬을 문화와 예술의 힘으로 다시 복구한 나오시마, 척박한 환경 속에 인간의 노력으로 꽃을 피운 외도는 섬 자원 개발이 시급한 인천에 많은 점을 시사한다.

인천에는 자연환경만으로 관광 명소라는 칭호를 얻기에 부족한 섬이 너무 많다. 이들 섬을 개발하는 것은 인천이 반드시 풀어 나가야 할 큰 숙제이다.

나오시마, 예술의 섬으로

나오시마는 지난 1910년대 설치된 구리 제련소로 괄목할만한 경제적인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제련소에서 나온 각종 폐기물로 몸살을 앓아야 했다.

제련소로부터 뿜어져 나온 유독가스는 식물을 말라 죽였고, 주민수도 한때 200명 안팍으로 줄기까지 했다. 그러나 일본 출판교육기업 베네세 그룹의 후쿠다케 쇼이치로 회장이 문화와 예술로 자연을 복원하는 ‘나오시마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나오시마는 희망을 되찾았다.

 

▲ 보물 제178호인 전등사는 보물 제179호인 약사전, 보물 제393호인 범종 등을 보유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찰로, 강화도 관광시 빼놓을 수 없는 명소다

나오시마 프로젝트는 쇼이치로 회장이 지난 1989년 나오시마에 국제캠프장을 연 이후,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와 의기투합해 시작한 프로젝트다.

이들은 지난 1992년 호텔 겸 미술관 ‘베네세 뮤지엄’을 세우면서 본격적으로 프로젝트에 착수했고, 섬을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든 이 프로젝트는 현재에도 진행 중이다. 특히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전 세계에서 연간 32만 명의 관광객이 나오시마로 몰려들고 있을 정도로 활기를 찾았다.

전문가들은 나오시마 프로젝트의 성공요소로 쇼이치로 회장의 기발한 기획력과 동시에 섬 주민의 협력을 뽑는다. 쇼이치로 회장이 프로젝트 착수에 앞서 학교·마을회관·페리 터미널을 지어 주민의 신뢰를 얻었고, 자연스럽게 프로젝트에 대한 협력을 구할 수 있었다.

외도, 자연환경·인위적 아름다움 결정체

외도는 한려수도라는 천혜의 환경과 인간의 노력이 조화로움을 더하는 국내 최고의 관광섬 중 하나다.

한려해상국립공원 내 외도해상무화시설지구로 지정된 개인 소유의 섬으로, 거제도와 4㎞가량 떨어져 있다.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에도 물이 풍부하고 기후가 온난해 각종 열대성 식물이 자라기 쉬우며, 해금강·홍도·대마도 등을 관망할 수 있는 전망이 아름다움을 더해준다.

 

▲ 강화도 마니산 산정에 자리한 참성단은 제천의 대례를 행한 곳이다.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성화가 채화된 장소로도 유명하다

지난 1995년 4월 25일 ‘외도자연농원’이란 이름으로 개원한 지 불과 2년만에 연간 100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명소로 자리매김 했으며, 한국관광공사와 누리꾼으로부터 한국 최고의 관광지로도 선정된 바 있다. 또 외도는 멀리서 보기에는 하나의 섬 같지만,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져 있다.

서도에는  약 3만3천㎡ 규모의 식물원과 편의시설이 조성돼 있다. 동도는 자연 상태가 그대로 보존돼 있어 자연환경과 인위적 아름다움이 서로 교차하는 특유의 매력을 갖고 있다. 그러나 외도는 지금과 같은 모습을 갖추기 전까지 척박한 환경 그자체로 머물러 있었다.

바위투성이 섬에 불과했으며, 전화는 물론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곳이었다. 선착장도 설치돼 있지 않아 바람이 조금이라도 불면 섬에는 아무도 들어오지 못했다. 이처럼 척박한 환경을 바꾼 것은 섬의 소유주인 이창호·최호숙 부부의 노력이다.

지난 1970년대 초반부터 섬을 개발하기 시작한 부부는 주민들이 고구마를 심던 밭에 밀감나무 3천주와 편백 방품림 8천주를 심어 농장을 조성했다. 겨울에 닥친 한파로 정성이 한 순간에 물거품이 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부부는 30여년 동안 외도를 가꾸고 담듬어 연100만 명이 다녀가는 지금의 외도를 탄생시켰다.

▲ 일본 나오시마 베네세 하우스는 뮤지엄, 파크, 오발, 비치 등 여러개의 관으로 구분돼 있으며 각 관에는 작가의 드로잉과 판화 등이 전시돼 있다

강화도·백령도 ‘잠재력’ 끌어내야

강화도는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릴 정도로 다양한 역사 유적이 산재한 곳이다. 한국 문화유산의 보고와 같은 강화도는 선사시대 유적으로 고인돌이 주로 알려져 있지만, 구석기시대와 신석기시대의 각종 유물까지 발견되고 있다.

특히 강화고인돌은 약 150여기가 강화지역 곳곳에 분포하고 있으며, 유네스코는 이들 고인돌을 인류 전체가 보호해야 할 ‘세계유산 제977호’로 지정했다. 특히 강화 부근리 고인돌은 세련된 조형미로 한국의 고인돌을 대표할 뿐만 아니라, 이스터 섬의 모아이, 영국의 스톤헨지 등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거석문화로 뽑힌다.

또 강화군 길상면에 있는 전등사는 보물 제178호인 대웅전과 보물 제179호인 약사전, 보물 제393호인 범종 등을 보유하고 있어 역사적 가치가 높은 사찰이다. 강화도 마니산 산정에 있는 참성단은 제천의 대례를 행한 곳으로, 지난해 열린 2014 인천 아시아경기대회의 성화가 채화된 장소로 유명하다.

이처럼 다양한 역사 유적을 갖고 있는 강화도의 잠재력을 끌어내려면 교통 인프라를 비롯해 각종 연계 시설의 확충이 시급하다. 그러나 강화 해안순환도로는 일부 구간이 국비 확보의 어려움으로 답보 상태를 거듭하고 있다.

▲ 외도는 아열대 식물원을 연상케하는 이국적인 분위기의 정원과 조각공원과 공룡굴 등 아름다운 풍경을 자랑한다

강화도와 인천국제공항이 위치한 영종도를 서로 연결하는 연륙교도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한국에 입국한 외국 관광객들은 강화도를 가려면 인천 서구 지역 등을 경유해 돌아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각종 역사 유적들을 이어줄만한 연계 프로그램 등도 부족해 자칫 지루한 관광지로 전락할 가능성도 높다.

백령도도 무한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 잠재력을 끄집어낼만한 기획력은 부족하다. 북한과 인접한 지리적 특징을 이용해 평화와 예술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평화미술 프로젝트’도 각종 내홍 속에 고스란히 표류한 사태를 겪기도 했다.

 

▲ 나오시마에는 섬의 상징인 일본 작가인 쿠사마 야요이의 노란호박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기발한 기획을 바탕으로 노력이 가미된다면, 나오시마와 외도가 그랬던 것처럼 어느 섬이라도 최고의 관광 명소가 될 수 있다. 더욱이 인천에는 강화도와 백령도처럼 특유의 잠재력을 가진 섬이 존재한다. 섬이 갖춘 자연환경과 주어진 조건에만 만족하는 것이 아니라, 무한한 잠재력을 맘껏 끄집어낼 수 있는 지혜가 필요하다.

글=김민기자 사진=경기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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