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24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키스톤XL 송유관 건설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다. 키스톤XL 송유관 프로젝트 법안은 오일샌드 생산지인 캐나다 앨버타주와 미국 텍사스주 멕시코만 사이에 2천678㎞ 길이의 송유관을 건설하는 것으로, 이곳을 통해 하루 83만 배럴의 원유를 공급받게 된다.
찬성론자들은 송유관이 건설될 경우 34억 달러 규모의 국내총생산 증가와 2만 명 이상의 고용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도 오바마 대통령이 재임 동안 두 번에 그쳤던 거부권 행사를 이번에 다시 한 것은 정책적 판단과 정치적 계산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반대론자들은 이 송유관 건설은 경제적 이익이 과장 되었고, 환경파괴가 예상된다고 한다.
이 키스톤XL 송유관 프로젝트는 2008년 처음 제안되었지만, 본격적인 논쟁이 있었던 것은 2012년 대선 때이다. 당시 미국 대선은 2008년 시작된 금융위기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실업률이 9%에 달해서 경제정책이 초미의 관심사였다.
공화당은 고용 등 경제적 효과와 중동 의존도를 줄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이 프로젝트를 지지했다. 반면 민주당은 에너지 정책의 중점을 환경 친화적인 셰일가스와 대체에너지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 타당해 보였다.
그러나 경제 위기 상황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이를 반대하는 것은 쉽지 않기 때문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검토 중이라고 했다. 이것은 환경론자들의 지지를 유지하면서도 경제위기에 대처하는 후보로서의 이미지도 심기 위한 행보로 평가되었다. 이번에 거부권 행사도 완전하게 반대한 것이 아니라 국무부가 아직도 검토 중이라는 이유를 제시했다.
이 송유관 프로젝트는 또 다른 국제 및 국내 정치적 함수도 개재되어 있다. 전 세계적으로 석유가 공급과잉인 가운데 오일 샌드 생산국인 캐나다는 이 프로젝트를 통한 석유수출에 적극적이다. 세계 제2위의 석유 소비국인 미국의 입장에서도 안정적인 원유공급선이 필요하다. 중동의 정정이 늘 불안하기 때문에 캐나다로부터의 안정적인 공급망 확대는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반면에 미국 국내의 셰일가스와 신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해 에너지 자립도를 높이고, 고용을 높이려는 오바마 행정부 입장에서는 국내 에너지 산업보호를 위해 이를 찬성하기 쉽지 않다. 특히 온실가스 감축을 업적으로 여기는 오바마 대통령은 일반적인 원유 생산보다 온실가스를 30% 정도 더 배출하는 샌드오일 생산을 찬성하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여기에 캐나다는 중국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 안 되면 중국으로 원유를 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은연중에 나타내고 있다. 물론 세계의 공장인 중국은 경제성만 충족되면 반대할 리 없다. 결국 오바마 대통령이 찬성하기도, 반대하기도 쉽지 않은 환경이다. 그래서 비록 거부권 행사지만, 그 이유는 결정을 미룬 것이다.
지난 3월3일 국내에서는 이른바 김영란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필자가 속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공청회 등 법안심사 과정에서는 과잉금지의 원칙위배, 사적 영역에 대한 과도한 침해 등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필자는 한 두 달 더 정교하게 법안을 가다듬자는 제안을 했지만, 원내대표간의 합의와 여론 등 때문에 서둘러 입법이 되었다. 대한변협이 이틀 만에 헌법소원을 제기해서 여기에 대한 헌재의 판단이 이루어지겠지만, 국회가 조금 더 시간을 갖고 검토하는 것도 필요했다고 본다.
최근 미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인 사드(THAAD)의 국내 배치 공론화를 놓고 새누리당 내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원내 지도부는 적극적이고 정부나 일부 의원들은 미온적으로 보인다.
사드는 안보도 중요하지만, 교차하는 미국과 중국의 입장 등 국익에 대한 전략적 판단도 해야 하고, 경제적 비용문제도 고려해야한다. 정책결정은 그 내용과 함께 언제 결정하느냐는 시기도 중요하다. 쉽지 않지만 혜안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홍일표 새누리당∙인천 남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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