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웨덴에 출장을 다녀왔다. 올해 1월 25일부터 2월 4일까지, 서울에 있는 스웨덴 한국대사관이 주관하고, 스톡홀름과 예테보리의 관계기관이 함께 한 열흘이었다. 감동이 적지 않았던 여행이었다.
스웨덴은 북유럽 스칸디나비아 반도에 있는 나라이다. 면적 45만여 제곱킬로미터로 남북한 전체의 2배를 넘는데 인구는 970여만 명으로 한반도의 7분의 1에 미치지 못한다.
우리보다 15배쯤 넉넉한 인구밀도에, 국민소득 5만 8천여 달러로 세계 7위이며, 높은 수준의 문화와 복지를 누리는 선진국이다. 2008년 부천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 관객상을 받았던 토마스 알프레드슨 감독의 <렛미인> 이 스웨덴 영화다. 골프여제 소랜스탐이 이곳 출신이며, 최고 수준의 항공기와 자동차 등 세계적인 기계산업 강국이기도 하다. 렛미인>
스웨덴 대사관은 자국의 영화를 아시아 지역에 적극 소개하기 위해 한국의 국제영화제 관계자들을 살폈고, 부천국제영화제의 집행위원장인 필자와 영화현장의 프로듀서이며 부천영화제의 프로그래머인 강성규, 부산영화제 프로그래머 이수원, 씨네21의 정지혜 기자를 초청했다.
스위디시 인스티튜트(SI)가 주도한 스톡홀름 4일, 예테보리 2일의 공식일정 동안 그들은 국제관계의 모색에 필요한 모범적 태도를 보여줬다. 출발하기 전부터 그들은 프로젝트의 세부를 꼼꼼히 살펴 철저히 준비했다.
그리고 스웨덴 방문의 성패를 좌우할 각 방문조직과의 미팅의 형식과 내용에서 빈틈이 없도록 성의를 다했다. SI와 함께 문화부, 영화TV 프로듀서 조합, 국립영화연구소, 스톡홀름 드라마예술 아카데미, 민간 스튜디오와 영화사를 망라한 다양한 조직과 사람들이 진정성 있는 만남과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영화제작비 지원에서 어린이와 노인에 대한 전폭적인 배려, 1년 50편 정도의 완성 영화 중 다큐멘터리가 15편 정도를 차지하는 데서 알 수 있는 진실성 추구 정신, 거의 대부분의 영화가 북유럽 국가들과의 공동제작으로 하는 국제성, 전체 감독 중 38%, 프로듀서 중 60%, 시나리오 작가 중 46%를 차지하는 여성 전문 인력 등이 스웨덴 영화의 오늘을 설명하는 지표들이다.
스톡홀름의 마지막 날인 1월 28일 저녁에 라스 다니엘손 주한 스웨덴 대사 주최 만찬이 있었다. 미셀린 별점2의 OAXEN식당도 신선한 경험이었지만, 무엇보다도 일부러 서울에서 날아온 다니엘손 대사의 자전거 행차가 인상적이었다.
눈발 섞인 이슬비가 오락가락하는 다운타운 도로를 건너 만면에 함박웃음을 달고 도착한 대사는 더없이 소박한 모습과 진솔한 태도로 만찬을 주재했다. 부자나라 호스트로서의 선민의식이나 오만함 따위는 눈 씻고 볼 수 없는 따뜻한 접대였다.
대사는 다음날 이른 시간에 예테보리로 떠나는 방문단을 배웅하기 위해 호텔을 찾아주는 수고를 더했다. 대사의 모습은 공직자의 온갖 구설에 무방비로 익숙한 우리 방문단에게 적지 않은 감동을 줬다. 공직자 다니엘손은 그의 매력적인 태도를 통해 방문단이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결실을 위해 각자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뿌리칠 수 없는 무언의 사명감을 강제했다고도 할 수 있다.
지금 필자는 스웨덴에 도착한 날 받았던 스케줄북을 바라보고 있다. 그곳과 그 일정을 생각하면 떠오르는 거리와 사람들이 있다. 차분한 풍경과 그 사람들의 맑은 표정을 떠올리며 문화 선진국에서의 의미 있었던 열흘을 회억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빈 인하대 교수•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