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자 인하대학교 총장
최순자 인하대학교 총장
인하대학교에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 중심에는 최순자 제14대 신임총장이 있다. 인하대학교 최초의 여성 총장이자 2번째 모교 출신 총장이라는 점 외에도 최 총장이 그동안 인하대와 지역사회에서 보여줬던 추진력과 리더십이 앞으로 어떻게 결실을 맺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최 총장은 인하대 화학공학과를 졸업한 뒤 1987년부터 인하대 교수로 재직하며 ㈔한국여성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5대 회장, 교육부 교원양성 평등위원회 위원장, 유정복 인천시장 인수위원회 위원장 등을 역임했다. 인하대 교수들이 참여하는 교육기부단인 ‘에듀 에이드 인하(Edu-Aid INHA)’를 만들어 지역 중고등학생 진로교육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오는 2019년까지 4년 동안 인하대를 진두지휘할 최 총장은 ‘학생을 잘 가르치는 인하대’, ‘연구를 더 많이 하는 인하대’, ‘시민사회와 소통하고 봉사해 사랑받는 인하대’라는 3대 목표를 제시했다. 지역 사회에 대한 역할로는 ‘학교 주변 상권 등 경제 활성화’와 ‘인하대-한진 재단-인천시 3자 협력 사업 추진’ 등을 약속했다. 최 총장이라는 변화의 바람이 찻잔 속의 태풍에 그치지 않고 진정한 태풍의 눈으로 인하대의 미래와 비전을 이끌어내기를 지역사회가 기대하고 있다.
Q 인하대학교 14대 총장으로 낙점됐을 때 지역사회에서 여러 가지 반응이 있었다. 의외의 결과라는 시각도 있었다. 재단이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가.
A 첫 번째는 재단의 변화다. 원래대로라면 나 같은 사람은 총장이 될 수가 없었다. 그동안 내가 학교에서 보인 성향이나 재단이 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생각한다면 1%의 가능성도 없었다고 볼 수 있다.
Q 재단이 가고자 하는 길과 자신이 걸어온 길에 차이가 있었다는 것인가.
A 재단과 논쟁하거나 싸우거나 하는 큰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지만 부딪힌 일은 있었다. 더욱이 나는 교수로 재직하면서 단 한 번도 보직을 맡아본 일이 없다. 역사적으로 보직을 한 번도 맡지 않고 총장이 된 경우는 처음이다.
Q 최순자라는 사람은 인하대 안에서 비주류였다는 것인데, 재단 내 정치적으로 불편한 관계였던 최 총장을 선택한 것은 재단이 변한 것인가. 최 총장이 변한 것인가.
A 두 가지 다라고 할 수 있다. 우선은 재단이 변했고 내가 총장으로서 할 수 있다고 제시했던 발전방향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생각한다. 나는 항상 무엇이든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준비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 총장을 뽑는 과정 자체가 그것을 점검할 기회였다. 이번 총장 공모는 15분 동안 자신이 준비한 발전방향 등을 발표하고 45분 동안 심사위원과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내가 재단에 꼭 맞는 성향을 보여준 것은 아니지만, 인하대를 위해 필요한 점이 있다는 것을 재단 측이 느낀 것 같다.
Q 사실 한진이라는 그룹이 갑작스럽게 변화하거나 혁신적인 선택을 하는 조직은 아니다. 최근 땅콩 회항 등 일련의 사건이 재단 변화에 영향을 줬다고 생각하는가.
A 그렇다. 확실히 재단이 변했다고 볼 수 있는 게 총장과 이사장과의 관계가 달라지고 있다. 나는 무엇보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상대방을 설득하는 게 강하다. 그리고 테이블 위에 숨김없이 꺼내놓고 논의하는 편이다. 감추는 게 없다. 그런 점에서 재단이나 이사장과 진솔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 원래 이사장의 대화 방식이 공격적인 부분이 있다. 날카롭게 질문한다. 나는 항상 그런 질문에 답과 대안을 갖고 대응한다. 이사장은 아니라고 판단되면 재차 묻고 다시 묻는 편인데 내가 답한 것에는 수긍하고 매우 긍정적으로 평가해줬다.
Q 한진과 인하대는 인천을 대표하는 기업과 대학이지만 그동안 역할이 부족했다는 게 지역사회의 중론이다. 중요한 시점에 취임한 총장으로서 어떤 변화를 계획하고 있나.
A 가장 큰 것은 재단의 투자를 끌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성과가 있다. 발표 시점은 아직 고민 중이지만, 인하대 개교기념일이자 취임 2개월이 되는 다음 달 24일쯤 공개하려 한다. 취임하면서 보직 교수 13명을 모두 새로운 사람으로 구성했다. 주말도 반납하고 학교 전체를 파악하고 학교를 어떻게 운영해나갈 것인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하고 있다. 어느 정도 방향이 설정되면 본부가 할 일, 단과대학이 할 일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 교직원 전체회의를 하고 4월24일 개교기념일을 맞아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이끌어갈지 구상을 발표할 계획이다. 투자 성과도 같이 알릴 생각이다.
Q 인하대가 전국 10위권 내 꼽히는 대학이지만 홍익대 미대, 동국대 경찰행정, 중앙대 연극영화 등과 같은 대표학과가 없다. 인하공대가 강하다고는 하지만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는 것 같다.
A 학교를 대표할 단과대학이나 학부, 학과가 없다는 것이 인하대 약점이다. 그래서 인하대 발전계획 안에 그것(대표학과)을 만들겠다는 내용을 담았다. 하지만, 내가 직접 정하지 않으려고 한다. 이미 단과대학별로 숙제를 던졌다. 어떤 방향으로 갈 것인지는 단과대학의 몫이다. 인하대는 기본적으로 학교 전체 순위가 높고 취업률도 4~5위로 높은 편이다. 학생들이 들어올 때보다 나갈 때 더 잘한다고 자부한다. 하지만, 전국 1등 학과가 없다는 것은 문제다. 인하대 하면 떠올릴 수 있는 학부를 만들어야 한다. 총장 공모심사에서도 질문이 있었다. 어느 학과를 없애고 살릴 것인지 질문이 있었지만, 끝까지 대답하지 않았다. 내가 일방적으로 학과를 구조조정하는 것은 좋지 않다. 구조조정은 단과대학별로 교수들이 직접 그림을 그리는 것이 좋다. 밑에서부터 올라오는 방식이 좋다.
Q 학교의 상징성이 지역 경제와 어우러지면 함께 성장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홍대는 미대의 명성과 함께 홍대 거리로 발전해 학교의 문화가 널리 퍼지고 지역상권과도 좋은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인하대는 옛날부터 유명하기는 했지만, 현재는 지역상권이나 지역경제와의 연관관계가 크지 않은 것 같다. 별도로 구상한 것이 있나.
A 당연히 구상하고 있는 게 있다. 세계 어디를 가도 신도시를 만들지만, 원도심은 특색있게 남겨둔다. 파리를 가도 라데팡스와 같은 고층빌딩도시가 있지만, 옆에는 옛 도시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곳도 남아 있다. 고유의 모습을 유지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급속도로 발달하다 보니 모두 부수고 새로 짓는 게 많다. 인천만 해도 송도, 청라, 영종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그것이 꼭 옳지는 않다고 생각한다. 인하대는 1954년에 만들어졌다. 건국과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학교는 강의하는 곳으로 그대로 둔다고 해도 주변은 변화하고 있다. 우선 내년 초 수인선이 개통된다. 인하대 역을 만들어 달라고 요청하고 있다. 나는 인하대 역에서 인하대까지 학생들이 오는 길을 문화의 거리 같은 곳으로 만들려고 생각하고 있다. 현재 인하대는 학교가 비좁은 반면 학생은 많고, 차도 다니기 때문에 위험하다. 운동장을 지하화해 주차장 만들고 학교를 깨끗이 하려고 한다. 재단 측도 찬성하고 있다. 인하대 주변을 서울의 동숭동처럼 젊은이가 움직이는 거리로 만들고 싶다.
Q 구도심은 인천의 가장 중요한 과제다. 인하대 자체가 경제적, 문화적 인프라로 매우 좋은 아이템이다. 여태까지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것 아닌가.
A 총장이 되겠다고 했을 때부터 그런 구상을 하고 있었다. 인하대 문화의 거리도 단순히 길을 만든다는 것이 아니라 길을 지하로 만들어 상권을 만들고 극장가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 재원이 부족하다면 또 다른 대안을 준비하면 된다. 앞으로 용현동 일대나 옛 동양화학 자리 등에는 아파트 주거단지 1만 5천 세대가 들어설 예정이다. 지역상권이 새로 생긴다. 인하대 주변과 새로운 상권을 연계한다면 가능한 일이다. 한전과 협의해 지역 일대 도심 전깃줄을 지중화하는 것도 고민하고 있다.
Q 재단의 변화와 최 총장이라는 새 얼굴, 그리고 유정복 인천시장의 인수위원장을 했던 경력까지 고려하면 한진, 인하대, 인천시 3위 일체가 잘 맞는 골든타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구상한 것이 구체화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고 있나.
A 재단으로부터 받게 될 투자는 학교와 지역사회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만큼 큰 선물이 될 것이다. 인하대 주변 원도심을 침체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임기 내에 가능하다고 본다. 내년 초에 수인선 역이 개통되니 그때를 기점으로 학교 지하주차장 등을 가시화할 수 있다. 2년 안에 학교와 연계한 지역경제 활성화도 가능하다.
내부적으로 큰 문제는 공간마련이다. 전체 학교 강의실이 200여 개 되는데 2005년 이후 리모델링한 것이 40개 밖에 안 된다. 160개가량이 남아 있다. 발전기금을 걷어 2년 안에 고치겠다는 것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학생을 위한 교육환경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 4년 임기 중 2년 안에 끝내겠다는 목표를 잡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가장 집중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교수들의 동참을 이끌어내는 것도 중요하다.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고 교수들의 동참을 요청할 것이다.
Q 인하대는 지역 앵커시설로서 숨은 보석이다. 지금까지 제대로 빛을 보지 못했을 뿐이다.
A 미국 델라웨어에는 다우케미칼, 시애틀에는 보잉사가 있다. 도시와 대표기업은 같이 간다. 인천은 한진그룹이 시작한 출발점이다. 앞으로 인천하면 한진과 인하대를 떠올릴 수 있도록, 한진과 인하대가 인천 지역사회에 스며들 수 있도록 중간역할을 하겠다. 서로 보탬이 되고 도움받는 관계를 만들고 싶다.
대담=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리=김미경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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