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없는 청소년들에 ‘희망 로드맵’ 제시
대한민국 청소년들에게 ‘꿈’은 먼나라 이야기다.
당장 성적과 입시에 밀려 ‘꿈’은 늘 뒷전이다. 한 연구원이 내놓은 ‘청소년 생활실태 국제비교연구’에 따르면 한국 학생의 진학 고민지수(5점 만점)는 2.75로 중국(1.75), 일본(2.3), 미국(2.44)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의 청소년들은 대체적으로 이웃나라 청소년들에 비해 진로, 진학을 독립적으로 결정하거나 확신을 갖지 못하고 진로를 준비하는 자세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인하대학교의 교수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모인 것도 같은 이유에서였다. 중·고등학교 시절은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시기이지만 어떤 직업을 가져야할 지, 전공은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 지, 학교는 어디로 가야하는 지 알지 못하는 일이 많다는 것을 안타깝게 생각한 것이다.
인하대 최순자 화학공학과 교수를 단장으로, 한상을 건축공학과 교수, 김형수 토목공학과 교수, 정대용 신소재공학과 교수, 이경자 (Women In Science, Engineering & Technology) 인천지역사업단 연구교수 등 공대·IT공대, 법대, 사범대, 사회대 교수 20여명은 지난 2013년 5월 교육기부단인 ‘에듀 에이드 인하(Edu-Aid INHA)’를 발족했다.
이들은 인천지역 중학교 133개교와 고등학교 119개교를 찾아다니며 진로·인성 교육과 전공 교육에 열을 올리고 있다. 대학교수들이 전해주는 정확하고 생생한 대학현장과 진로에 관한 정보, 중·고등학교 학생들이 귀를 기울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꿈을 찾는 길을 알려줄게…”
‘에듀 에이드 인하 교육기부단(이하 교육기부단)’이 지난 2013년 5월 출범한 이후 지금(2014년 말 기준)까지 만난 청소년과 학부모들은 무려 1만8천135명에 달한다.
2013년에는 중학교 29곳을 찾아 학생 4천명, 학부모 570명 등에게 인성특강을 했으며 고등학교 51곳에서는 학생 6천402명에게 대학 전공을 소개하고 진로에 맞는 전공을 선택하는 법을 교육했다.
지난해에는 중학교 84곳과 고등학교 57곳을 방문해 미리 자신의 적성과 진로를 고민해보는 ‘영재진로콘서트’와 ‘균형잡힌 진로설계’ 특강을 했으며 대학이 어렵고 재미없는 곳이 아니라 즐겁게 학문의 깊이를 알아가는 곳이라는 것을 알려주는 ‘우리동네 교수님’ 등 다양한 전공소개 특강도 진행했다.
교육기부단 총무를 맡고 있는 이경자 교수는 “중학교 시절은 본인의 적성을 찾고 진로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시기이지만 현 교육계는 물론 학부모 등의 관심과 준비는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면서 “학교마다 진로진학 상담교사가 있어도 많은 학생을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고, 학교 선생님 이외에 학생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전문가들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학교 뿐만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 등 교육기관이 협조하면서 교육효과를 높이고 특성화고, 일반고 등 다양한 고등학교를 선택하는 것에 따라 미래 진로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중학생들이 공부와 학교생활을 즐길 수 있는 동기를 부여하고 학교폭력이나 왕따 등이 얼마나 큰 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지 인식하게 하는 교육과 인성교육 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교육기부단은 입시를 앞두고 있는 고등학생을 위한 맞춤형 특강도 진행하고 있다.
대학 학과나 전공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없이 막연한 생각으로 전공을 선택하고 대학에 진학하면 대학생활에 적응하지 못하고 전과나 휴학 등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 교수는 “고등학교의 진학상담은 학생들의 성적과 학생이 희망하는 학교에 대한 자료에 의존해 진로지도를 하는 한계를 갖고 있다”면서 “학생들의 적성에 맞고, 진정으로 하고하는 분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심도 있는 진로상담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교육기부단은 고등학교 2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대학의 각 학과에서 무엇을 배우고, 사회에 진출하면 어떤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구체적인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공대 교수가 많은 교육기부단의 특성을 잘 살려 이공계를 어려워하는 학생들에게 이공계의 장점과 비전을 정확히 전해주고 학생들이 쉽게 접해보지 못한 전문분야의 전공까지 상세히 알려주는 도우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진화하는 교육기부
교육기부단의 활동은 이제 3년차로 접어들고 있을 뿐이지만 성과는 눈에 띄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2013년에 특강을 받은 제물포고등학교와 효성고등학교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특강 내용과 구성이 좋았다는 응답이 평균 90%를 넘었으며, 다른 기부특강이 있다면 참여하고 싶다는 응답도 각각 86%, 91%로 나타났다.
지난해 중학생을 대상으로 진행한 ‘영재진로콘서트’ 설문결과에서는 전공이해도가 높아졌다는 응답이 88%였으며 생명공학과(20%), 화학공학과(15%), 컴퓨터정보공학과(14%) 등 이공계열 관심도가 높아진 것으로 조사됐다. 학부모들도 95% 가량이 주위사람에게 특강을 듣도록 권유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교육기부단은 이처럼 높은 호응과 성과를 바탕으로 지닌해 12월 ‘제3회 대한민국 교육기부대상’에서 기관부문 수상기관으로 선정돼 교육부 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교육기부단의 최순자 단장은 “앞으로 교수들도 더욱 노력하고 열심히 준비해서 양질의 교육기부 프로그램을 만들어나가겠다”며 “교육기부단은 청소년들의 미래와 꿈을 응원하고 있다. 교육기부활동이 인천의 교육계를 새롭게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교육기부단은 특강의 효율성과 만족도를 높이고자 특강 규모를 50명~100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청소년들이 조금 더 강의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고 청소년들과 의견이나 질문을 주고받는 시간을 많이 만들고 싶기 때문이다.
최 단장은 “교육기부단은 중·고등학생들이 스스로 진로를 선택할 수 있는 나침반이 되겠다”며 “청소년들이 적성에 맞는 전공과 진로를 선택하고 공부에 더욱 집중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교육기부단은 앞으로 해마다 중·고교 각 생애주기에 맞는 교육기부 특강을 운영하면서 인하대 교수 뿐 아니라 인근대학인 인천대, 재능대 등 다양한 학교의 교수들이 함께하는 기부단으로 성장하겠다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고 있다.
글=김미경기자 사진=인하대학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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