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책의수도인천] 책이 없으면 인천의 미래도 없다

‘책의 수도 인천을 펼치다’ 자문위원 토론회

▲ ‘책의 수도 인천을 펼치다’ 기획연재 자문위원인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인문학센터장, 이한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김중현 도서출판 지식노마드 대표, 김상훈 인하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이 유제홍 경기일보 인천본사 정치부장과 책의 수도 인천의 정체성 정립과 인천 출판산업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누고 있다

유네스코 선정 ‘2015 세계 책의 수도 인천’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인천시민에게 ‘책의 수도’는 여전히 생소하다. 경기일보는 ‘책의 수도 인천을 펼치다’ 기획연재 자문위원인 김창수 인천발전연구원 인천도시인문학센터장, 이한구 인천시의회 문화복지위원장, 김중현 도서출판 지식노마드 대표, 김상훈 인하대학교 사회과학대학장과 토론회를 갖고 책의 수도 인천의 정체성 정립과 인천 출판산업이 나아갈 방향 등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유제홍 경기일보 인천본사 정치부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에는 박상신 인천시 문화예술과장, 이청천 인천시 책의 수도 팀장도 함께했다.

유제홍   자문위원께서 다양한 의견을 제시해 주시면 좋겠다. 가장 먼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봤으면 한다. 과연 인천시가 ‘세계 책의 수도’로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해야 하는지 고민이 많다.

김상훈   인천이 책의 수도를 계기로 문화 도시로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게 필요하다. 인천시는 주요 대학 진학률이 다른 도시에 비해 많이 떨어진다. 책이나 독서는 교육과 직접적인 상관관계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천이 책의 수도로서 독서, 책읽기를 활성화해야 교육도시,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닐 수 있다.

유제홍   ‘책의 수도’ 정체성이라는 게 광범위하고 어렵다. 특히 책 읽는 문화를 인위적으로 확산하고 주입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의 수도 정체성을 간단하게 정립하고 실현 가능한 목표를 정한다면 어떤 것이 있겠나.

김창수   ‘왜 인천이 책의 수도가 된 것이냐’는 의문도 많지만, 인천에는 자랑거리가 많다. 세계 최초 금속활자를 발행한 곳이 인천이다. 8만 대장경 조판지도 바로 인천이다.

강화에 있는 외규장각도 요즘 국립 아카이브 같은 곳이다. 근대 개항기 때도 책과 출판의 선구지였다. 과거의 영광을 미래의 출판·문화·인쇄문화의 선구지로 연결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유제홍   과거의 문화적 가치를 앞으로의 발전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겠다. 실현 방안은 어떤 것이 있겠나.

김창수   출판의 트렌드가 전자출판으로 바뀌고 있다. 이 기회에 인천시가 새로운 미래산업으로 전자출판, 미디어, 아트산업에 투자해야 한다. 출판산업 생태계를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할 때다.

김중현  출판산업을 어떻게 유치할 것인가에 대한 시각을 바꿔야 한다. 인천에서 태어났고 다시 돌아올 생각도 있지만, 출판사를 인천으로 옮긴다는 것은 아직 동하지 않는다. 출판은 단순히 책만 내는 것이 아니다. 출판은 저자, 유통, 최종적으로 독자가 있다. 저자를 위한 공간 등 현실적인 대안을 만들어야 한다.

이한구   유네스코가 왜 책의 수도를 지정해서 운영하는지 목적과 가치, 즉 원론적인 것에 충실해야 한다. 선진국의 선진도시는 책의 수도를 하지 않는다. 이제는 지속 가능한 사회를 만드는게 중요하다. 소양이나 미래 가치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김상훈   가장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 구성원이다. 인천시민이 책의 수도 이후에 공공도서관도 생기고 책도 읽을 수 있고 좋아졌다는 것을 체감할 수 있는 게 필요하다.

 

유제홍   책의 인문사회적 기능과 방향을 짚어주셨는데, 책이라는 것이 매우 딱딱하다. 책을 읽는 사람은 열심히 읽지만, 극소수다. 99%는 책과 접목하기 어려운 상태다.

김창수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이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왕정인 네덜란드는 왕자, 공주가 책을 읽고 난 후 긍정적 변화가 있었다는 내용을 담아 국민에게 편지를 썼다. 국민의 반향이 매우 좋았다. 매체를 통한 홍보도 중요하다. 기존 미디어의 책 관련 프로그램을 활용하거나 유명 작가나 인기 아이돌이 책의 감성적인 이야기를 전한다면 효과가 있을 것이다.

유제홍   대중을 책으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다. 최근 K팝 스타라는 것이 뜨고 있는데 K북(book) 스타라든지 대학 내 독서 특례입학 전형 등 책 읽는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김중현   출판의 입장에서 보면 책을 팔아 먹고사는 사람이지만, 책 읽기가 쉽지 않다. 공공영역이 나서고 있지만, 답을 찾지는 못했다. 책을 읽게 하는 아이디어는 민간에서 나올 수 있다. 민간은 자유로운 시도를 할 수 있다.

성공사례도 있다. 어느 한 기업의 경우 회사가 IMF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맞았지만, 대표가 직원에게 1년 동안 100만 원어치씩 책을 사도록 지원했다. 몇 년 만에 회사는 정상화되고 성장했다. 그런 사례를 잘 발굴해서 확산하는게 필요하다.

김창수   도서관 자체가 아동친화적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러한 시범사업이 필요하다. 유네스코가 세계적으로 좋은 도서관을 선정하고 있는데 가서 놀 수 있고 떠들 수 있는 역발상의 도서관이다. 아이들에게 책을 읽어주는 사람도 있고, 누워서 책을 볼 수도 있다.

아이들이 도서관에 놀러 간다고 생각한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도서관 중에는 동화 속에 나오는 주인공이나 공간을 전시해 놓은 곳이 있다. 그것을 구경한 아이들은 책을 읽고 싶어 한다. 도서관은 엄숙주의에서 탈피해야 한다.

유제홍   다양한 조언이 많이 나왔다. 중요한 것은 이번 기회에 인천이 책의 수도로서 방향을 잡아야 한다는 것이다. 속도가 중요한 것은 아닌 것 같다. 방향에 대해서는 색깔이나 생각이 다른 점이 있지만, 방향만 잡는다면 장기적으로 다음 세대까지 갈 수 있는 틀을 만들 수 있다.

이한구   우리 아이들이 초등학교 다닐 때 이웃분 중에서 독서지도 경험이 있는 학부모가 나서 아이들 20여 명을 모아놓고 독서토론을 지도한 적이 있다.

지금 돌아보면 아이들의 상상력이나 자신감, 논리력을 키우는 데 많은 도움이 된듯 하다. 혼자 읽는 책보다는 공동체 안에서 다양한 사람을 만나며 책을 나누는 문화가 더 좋은 것 같다.

김창수   책 읽기 관련 성공 사례 중 인천형 프로그램으로 바꿨으면 하는 게 있다. 예를 들면 인천형 북 스타트 운동을 생각해봤다. 인천에는 매년 5만~7만 명가량의 인구가 새로 유입되고 있다. 이들에게 책을 선물하는 것이다.

교양서적 뿐만 아니라 인천을 소개하는 책, 인천 작가의 책 등을 선물한다면 출판, 유통, 지역연구까지 파급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선순환구조를 만들 수 있다. 무엇보다 시민이 인천이라는 도시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김중현   책을 싫어하는 사람에게 어떻게 책을 읽게 할 것이냐가 제 관심사다. 독서는 굉장히 많은 자발성과 참여의지가 필요한 작업이다. 세계 책의 수도 1년 동안 책을 갖고 놀 수 있는 새로운 전형이 만들어졌으면 한다.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책과 가깝게 지내도록 하지 않는다면 도서관에 책을 100만 권 쌓아두더라도 소용없는 일이다.

박상신   실현 가능한 의견을 많이 들었다. 실행하고 만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인천에는 작은 도서관이 212개, 공공도서관이 49개 있다.

광역도시와 비교해 떨어지는 수준은 아니다. 하지만 책의 수도는 생애주기 동안 계속 해나가야 하는 사업이고 누군가 계속 이어가야 하는 사업이다. 어떻게 지속 가능하게 할 것인지가 중요하다.

대담=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리=김미경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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