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문화예술 기부

링컨센터는 세계최고 수준의 오페라 극장인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3천800석), 뉴욕시티 오페라단과 발레단의 주 활동 무대인 복합공연장 뉴욕주립극장(2천713석), 콘서트 전용의 에버리 피셔 홀(2천738석), 연극 중심의 비비안 버몬트 극장(1천47석), 실내악 전용 공연장인 엘리스 툴리 홀(1천97석) 등의 공연시설과 코르크 갤러리 등의 전시시설로 이루어진 세계 최대 규모의 종합문화예술센터이다.

센터에는 세계 최고의 예술교육기관인 줄리어드 예술학교가 자리하고 있으며. 각 극장에는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 뉴욕 필하모닉, 뉴욕시티 오페라단, 뉴욕시티 발레단 등의 12개 예술단체가 상주하고 있다.

링컨센터는 방대한 규모임에도 불구하고 공연 등의 프로그램 운영사업을 통하여 연평균 40% 내외의 높은 재정자립도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지원금은 전체운영비의 2% 정도에 불과하며 60%에 이르는 재정을 기업, 재단, 재력가, 개인후원자들의 기부를 통해서 조성한다.

링컨센터는 기업 및 개인 기부를 활성화하기 위하여, 사전에 접촉 대상 기업의 관심분야를 철저히 파악하고 그 기업에 대하여 연구한 후 링컨센터에 기부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마케팅 효과, 이미지제고 효과, 사회공헌 효과, 기부 기업의 자사 직원들을 위한 복지 효과 등 기업이 얻을 수 있는 긍정적인 측면의 설득노력을 통하여 기부를 유도하고 있다.

또한, 기부 기업이 필요로 하는 경우 대관료 할인이나 할인 티켓을 제공하기도 한다. 그리고 링컨센터 내의 일부 공간을 그 기업의 고객들을 위한 리셉션 장소 및 특별한 이벤트 장소로 활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한다.

개인기부 유치를 위해서도 노력하고 있는데 연간 2천500불 이상의 개인기부자들을 특별 관리하고 있으며 다양한 수단들을 활용하여 이들의 이름을 노출해주기도 한다. 개인기부자들 간의 네트워킹을 위한 자리와 특별한 이벤트를 정기적으로 마련해 주고 있기도 하다.

미국 문화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인 기부문화는 오늘날 미국사회 전체를 움직이는 가장 큰 동력이라고 할 수 있다.

문화예술분야 또한 기부에 의하여 움직이고 있다.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유럽이나 한국과는 매우 다른 상황인 것이다.

국가나 사회가 고도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점차 축소되어가고 민간의 영역이 더욱 확대되어 가고 있다. 사회 전체의 이익이 커질 때 기업의 이익이나 개인의 이익이 커진다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우리나라에서도 기부행위가 날로 증가하는 추세이다.

인간 삶의 핵심인 문화예술을 가꾸고 유지해나가기 위해서는 이들의 산실인 문화예술기관 및 단체의 생존과 발전이 이루어져야 하나, 태생적인 적자구조의 한계를 지니고 있는 순수문화예술은 지원이라는 힘에 기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고 마냥 지원에만 의존해서는 안될것이다. 스스로 생존을 위한 노력도 기울여야 한다.

미국의 거의 모든 문화예술기관에서 업무의 최고 중심을 기부업무에 두고 노력하고 있듯이 한국도 점차 문화예술기관의 핵심 업무를 기업 및 개인 후원 유치업무에 둬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후원유치 프로그램 개발과 전문가 교육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미국사회처럼 기부문화가 생활 속에 자리하기 위해서는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겠지만 그 시작을 이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박평준 삼육대 음악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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