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이 붐을 이루고 있다. 갈수록 험난해지는 고용시장의 상황 때문이기도 하고, 창조경제 생태계 조성을 위해 창업을 유도하는 정부의 노력이 효과를 보는 면도 있을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3년 우리나라의 총 창업 수는 164만 개에 달한다. 창업동기로는 82.2%가 경제적 이유를 첫 번째로 꼽고 있는 반면, 자아실현을 첫 번째 동기로 꼽은 사람은 18.8%에 불과했다.
이는 급여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거나 직장을 잃고 생계를 위해 부득이 창업에 나설 수밖에 없는 이들이 매우 많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어떤 동기에서든 창업을 위해 누구나 많은 계획을 세운다.
그리고 성공적인 미래를 그린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신생기업의 5년 후 생존율은 30%에 채 미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창업에는 당연히 위험이 따른다. 예상했던 만큼 매출이 오르지 않고, 거래위험은 언제 발목을 잡을지 알 수 없으며, 함께 일하는 직원은 내 맘과 같이 움직이지를 않는다.
게다가 경제적 이유 때문에 창업에 나서다 보니 빨리 매출을 올려서 수입을 얻고 투자금도 회수하려는 조바심이 앞서게 마련이다. 물론 자신과 가족들의 생계를 꾸려가는 일은 시급하고 절대적이다.
그렇지만 그 때문에 시야를 멀리 두지 못하고, 눈앞의 이익만을 추구하다 보면 목적 없이 남의 뒤를 쫓아 벼랑 끝으로 달려가는 레밍스(lemmings, 나그네쥐)처럼 언제 실패의 문으로 밀려나간 자신을 보게 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다.
창업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경영을 잘 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오죽하면 경영학이라는 학문이 다 생겼겠는가. 그래도 기업을 운영한다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누군가에게 제공하고 그 가족들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급여를 제공할 수 있으니 얼마나 큰 보람인가. 그 뿐이랴. 경영을 잘해서 얻은 수익으로 장학 사업이나 소외된 이웃을 돕는 보람된 자선사업에 기여할 수도 있다. 우리는 자신이 얻은 부(富)를 멋지게 사용한 이들의 사례를 잘 알고 있다.
세계 최대의 부호로 손꼽히는 빌게이츠와 워런버핏이 빌앤멜린다재단(Bill & Melinda Gates foundation)에 수백억 달러씩을 기부한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프랑스에서는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소시에떼 제네랄 은행, 에어프랑스 항공, 푸조 시트로엥 자동차 등 기업대표들이 자신들에게 세금을 더 걷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수십억 달러의 유산을 포기하고 환경운동에 뛰어든 베스킨라빈스의 상속자 존 로빈스가 있고, 우리나라에서는 일제 강점기 전 재산을 털어 국가의 보물을 지키고자 노력한 간송 전형필선생도 있다. 이밖에 자녀들이 경영에 참여하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유산도 남기지 않은 유한양행 유일한 회장 등은 진정한 노블리스 오블리주가 무엇인지를 생각하게 하는 분들이다.
그러나 그 반대는 어떠한가? 기업주가 기업가정신을 망각하고 이윤만을 추구할 때 얼마나 부끄러운 일들이 일어났던가. 탈세, 경영자의 자금유용, 회계분식에 의한 비자금조성, 정치권과의 유착 등 하루가 멀다 않고 지면을 어지럽히는 기사들로 인해 불신과 갈등이 끊이질 않고 있다. 이로 인해 대다수 선한 기업인들마저 의심의 시선을 견뎌야 하는 현실이다.
자본주의 시장체제에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은 썩 괜찮은 일이다. 하지만 ‘창업=돈을 버는 것’이라는 명제가 제일 앞장선다면 아쉽다. 그럴 때 실패의 위험은 크게 줄어들 것이고 창업은 일평생 한 번쯤은 꼭 해보고 싶은 ‘그 무엇’이 될 것이다. 오늘 아름다운 창업을 준비하는 이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진 신용보증기금 경기영업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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