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유도의 ‘히딩크’ 유도명문 경민고 ‘사령탑’
38년 지도자 생활 중 20년 가까이 태릉선수촌 지켜
“내가 못 이룬 꿈, 올림픽 금메달을 따내기 위해 더욱더 열심히 지도하겠습니다.”
‘의정부 유도의 대부’ 서정복(62·의정부 경민고 감독) 국가대표 총감독은 선수로서는 화려한 족적을 남기지 않았지만 특유의 카리스마 넘치는 지도력을 바탕으로 38년 간의 지도자 생활 중 20년 가까이를 태릉선수촌에서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 유도의 명 지도자다.
본래 육상 선수로 스피드가 있고 힘이 좋았던 서 감독은 다소 늦은 1970년 경민고 1학년 때 의정부 대명유도관 하종철 사범의 눈에 띄여 유도에 입문, 하 사범의 지도와 같은 체육관 출신인 몬트리올 올림픽(1976년) 은메달리스트 故 장은경 선배의 조언을 받으며 국내 정상급 선수로 발돋움 했다.
하지만 스물한살의 이른 결혼과 군복무에 따른 공백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한 그는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을 선택했다. 용인대 4학년이던 1978년 모교 경민중에서 기간제 교사를 시작한 서 감독은 그해 경민중 유도부를 창단, 첫 해부터 각종 전국대회를 석권하며 탁월한 지도력을 발휘했다.
서 감독은 “선수로서 이루지 못한 태극마크의 꿈과 아시안게임,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떨쳐버릴 수 없어 세계를 제패하는 명감독이 되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의정부를 유도메카로 만든 장본인
서 감독은 각종 전국대회를 휩쓸며 우수한 지도력을 인정받아 불과 1년 만인 1979년 경민중의 정식 교사로 채용됐고, 그의 우수선수 육성에 대한 포부는 1981년 같은 재단 내의 경민고에 이어 1983년에는 여자 팀인 경민상고(현 경민비즈니스고)에도 유도부를 창단해 총감독 직을 맡으며 의정부를 일약 ‘유도 메카’로 급부상 시켰다.
이후 서 감독은 남다른 열정과 지도력으로 수많은 우수선수들을 발굴해내며 경민중·고를 전국 최고의 ‘유도 명문’으로 이끌었고, 3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경민중·경민고·경민비즈니스고는 전국 최강의 자리를 지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양주시 유도회 상임 부회장 직을 맡고 있는 서 감독은 2009년 양주시청 유도팀의 창단을 주도해 현재 김원진, 왕기춘, 김성민, 김잔디, 정다운 등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최강의 팀으로 만들었으며, 양주시 소재 덕현초와 덕현중 유도부를 창단해 전국 최강으로 올려놓는 데 숨은 공로자다.
서 감독은 국가대표팀 지도자로서도 화려한 경력을 지니고 있다. 지난 2000년 시드니 장애인올림픽 유도대표팀 감독으로 부임해 값진 동메달을 수확한 그는 국가대표 상비군과 청소년대표팀 감독 등을 역임하며 경험을 쌓았다.
이어 2002년부터 여자 대표팀의 코치를 맡아 2004 아테네올림픽에 참가했지만 세계의 높은 벽을 실감하며 ‘노메달’의 쓴 맛을 봤다.
그는 “올림픽 금메달의 꿈을 안고 아테네 올림픽에 출전했지만 8강 진출도 쉽지 않은 한국 여자유도의 현실에 좌절했다. 그 이후로 내 지도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생겼다”고 말했다.
한국 여자유도 국제대회 승승장구 ‘금맥’
이후 서 감독의 한계를 뛰어 넘는 스파르타식 훈련은 그 강도가 더 높아졌고, 2010년 국가대표팀 총감독을 맡으며 한국 여자 유도에도 새로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황예슬(안산시청)과 정경미(하이원)가 금메달을 획득했고, 2013년 카잔 하계유니버시아드에서 여자부 종합우승,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정다운(양주시청)과 김성연(광주도시철도공사), 정경미가 우승하며 아시아 최정상에 올랐다.
특히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한국 여자 유도는 출전 선수 전원 메달 획득 쾌거와 함께 정경미가 여자유도 사상 처음으로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다. 서 감독은 한국 여자유도를 아시아 정상으로 이끈 비결을 맞춤형 훈련법으로 꼽았다.
선수 개개인의 특성에 맞춰 특기 기술을 강화하고 보완책을 강구하는 등 감독과 코치, 선수가 삼위일체가 돼 강도 높은 훈련한 것이 결실을 본 것이다.
꿈나무 육성 남다른 열정… 후원시스템 구축 앞장
서 감독은 유도 국가대표 총감독 직을 수행하면서도 꿈나무 육성을 위한 노력을 게을리 하지않고 있다.
경민고와 경민비즈니스고, 경민중 등 경민학원 유도부 100여명의 수장인 총감독을 맡고 있는 그는 형편이 어려운 결손가정이나 한 부모 가정의 자녀들이 운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학교 동문들과 지역 유지들을 찾아다니며 맨투맨 후원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또한 지도자들과 소통하며 그들이 열정을 갖고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고 소개했다. 그는 “지역 유지들로부터 후원을 받아 형편이 어려운 선수들의 의식주를 도와주다 보니 많은 오해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 38년 동안 정직하게 선수들에게 베풀며 지도자의 길을 걸었다고 자부한다”며 “후배 지도자들의 경우 생계가 안정 돼야 열정으로 선수들을 대할 수 있기 때문에 경민학원과 협의를 통해 (코치들을)성적에 따라 정식 교사로 채용하는 제도를 운영중”이라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경민학원에서 그의 손을 거쳐 국가대표로 활동한 선수만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고, 우승 횟수만도 수 백회에 달한다.
송대남, 김민수, 조남석, 최선호, 방귀만, 김주진, 김잔디, 이정은, 황예슬 등 무수히 많은 국가대표 제자들을 육성했지만 서 감독은 아직 자신의 손으로 이루지 못한 여자 선수의 올림픽 금메달을 획득하기 위해 오늘도 선수들과 함께 매트 위를 뒹굴고 있다.
교직생활 정년을 1년 남겨둔 서 감독은 “지도자 생활의 막지막이 될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서는 반드시 금메달을 따낼 것이라 확신한다”며 “은퇴 후에도 대한민국 유도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가 갈망하고 염원했지만 아직 이루지 못한 마지막 목표인 올림픽 금메달. ‘올림픽’이라는 세 글자에서 서 감독의 눈빛이 유독 매섭게 빛나는 이유다.
글=홍완식기자 사진=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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