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지속 가능한 사회의 미술관

산업혁명 이후 20세기까지의 역사는 도시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팽창을 거듭해온 도시는 20세기 들어 ‘도시문제’에 관한한 그 극점에 이른 듯하다. 21세기 들어오면서 도시문제는 발전보다는 지속가능성에 무게를 두게 되었다.

성장 둔화, 도시 공동화 등 극한점에 이른 도시 문제는 발전을 목표로 삼는 그동안의 관점으로는 해결점을 찾기 어렵게 되었다.

도시문제의 해결을 위한 새로운 관점은 인간 삶의 가치를 경제적 가치에서 인간다운 삶의 질을 기준으로 삼는 것이다. 아직 시작일 뿐이고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지만 공장이 떠난 자리에는 아트센터가 들어서고 공원이 조성되었다.

여전히 메트로폴리탄이 경제와 문화, 정치의 중심에 있지만, 일부 이를 떠나 조용한 전원도시에 정착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삶을 또 다른 기준에서 실현하려는 모습이다.

이달 15일부터 17일까지 한국박물관협회의가 주최하는 국제 학술대회의 주제가 ‘지속 가능한 사회를 위한 박물관’이다. 절박한 도시문제에 미술관이 기여할 수 있는 방안과 역할을 찾으려는 질적인 접근의 한 모습이다.

그리고 18일부터 열리는 독일의 베를린 아시아 태평양 포럼이 스마트 시티(smart city)를 주제로 열리는 것은 도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의 필요성을 인지한 결과로 보인다.

10회째를 맞는 아시아 태평양 포럼은 낙관적이지는 않지만 과학기술이 인간에게 제시할 수 있는 희망과 가능성 그리고 도시 발전의 비전, 아시아 도시와의 관계형성 등을 모색하면서 10개의 공식 예술행사가 열린다.

이 공식 문화행사에 양평과 베를린 작가들의 작품을 전시하는 ‘change-exchange’ 전시가 공식 행사로 열린다. 양평군립미술관이 개관하고 나서 양평 거주 여성작가 모임인 물뫼리란 단체 주관으로 2012년 시작된 전시는 매년 베를린과 양평에서 번갈아 교류전을 개최해왔다.

그 전시가 개인단체 교류전을 넘어 세계 최고 수준의 예술 활동이 펼쳐지는 베를린시의 공식 문화행사로 채택되어 우리 양평작가들이 공식적으로 초청되었다. 인구 10만의 조그만 전원도시인 양평이 국제도시 행사에 참여하고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이다. 세계가 통합된 정보사회로 발전하면서 이렇게 문화교류도 전문화되고 질적 교류의 장으로 전환되었다.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의제로 대두된 것은 불확실성이 그만큼 높다는 것에 대한 반증이다. 기업은 말할 것도 없고, 도시나 국가조차도 폐쇄성은 높아진 불확실성 앞에 더 이상 존립할 수 없는 환경에 직면하게 할 뿐이다. 대중적 교류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교류는 아직 한류의 그것에 미치지 못한다. 국제교류에서 전문가들의 교류 증진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수준 높은 새로운 트렌드를 교환하는 지속 가능성 때문일 것이다.

또한 지속 가능성은 정체와 다르며, 끊임없는 전개와 다이내믹한 적응 노력을 소홀히 해서는 유지되지 않는다. 특히 현대미술을 전시대상으로 하는 미술관의 경우에는 새로운 예술경향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교류를 통한 예술의 수용과 현시는 공공미술관이 지속 가능한 사회에 기여하기 위한 전제이고 질 높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밑거름이다.

이철순 양평군립미술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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