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이 있고 성년의 날, 스승의 날까지 있다.
가정과 가족의 의미를 돌아보며 오월을 보내고 있지만 얼마 전 발표된 한국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를 보면 미안함과 함께 한숨이 나온다. 아마도 그 책임이 고스란히 우리 어른들의 몫으로 다가오기 때문일 것이다.
지난 18일 서울대 사회복지연구소의 발표에 따르면 15개국을 대상으로 어린이 행복지수를 조사했는데 한국 어린이들의 행복지수는 12위로 아주 낮은 편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영국 이스라엘 네팔 등 15개국의 어린이 중 만 8세, 10세, 12세 5만여 명의 어린이를 대상으로 주관적인 행복감과 삶의 만족도를 조사했다고 한다.
그 결과 한국 어린이들은 물질적 풍요로움은 2위였지만 삶의 만족도는 네팔 어린이들보다 낮았고 주관적인 행복감은 전 연령대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받았다고 한다. 이 조사결과로 연구진은 한국 어린이들은 어릴 때부터 경쟁을 해야 하는 탓에 행복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그리고 기막힌 타이밍에 정부는 제1차 아동정책기본계획을 발표하고 10년 안에 어린이와 청소년의 행복지수를 OECD 평균으로 끌어올리겠다고 자신하고 향후 5년간 4조 5천억이라는 예산을 투입하기로 했다.
항상 들어오던 행복지수 꼴찌가 지겨웠는지…. 어쨌든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인식을 했다니 다행이고 야심찬 계획들이 꼭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정부의 계획을 보면 미래를 준비하는 삶, 건강한 삶, 안전한 삶, 함께 하는 삶, 기본계획 실행기반 조성 등 5가지 주제를 설정하고 이것들을 이루기 위해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누리과정 운영시간확대와 자유학기제 도입, 체육교사의 확대와 전담배치, 아동폭력학교폭력 대처방안 등 다양한 방안들을 추진하기로 했다 한다. 하지만 이제껏 정부정책이란 것이 졸속으로 정해진 경우가 많아 국민들이 눈 크게 뜨고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필자도 자녀가 둘이 있다. 큰아이는 이미 대학에 진학해 아동청소년 시기를 거쳤고 작은 아이는 중학교 2학년이다.
다들 경험하듯 필자의 아이들 역시 눈 뜨면 밥 한술 뜨기 무섭게 무거운 책가방 들고 등교하고, 학교가 끝나기 무섭게 학원을 돌며 학원이 끝나면 집에 와서 밥 먹기 무섭게 엄마에게 잔소리 들어가며 새벽까지 공부한다. 이것이 현실이다.
이 원인이 무엇인가! 실은 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무슨 정책을 쓰던 얼마나 많은 돈을 투입하던 과연 이들의 행복지수가 높아질 수 있을까 심히 우려가 된다.
필자가 생각하는 아이들의 행복지수를 높이는 방법은 교육의 혁신이다 틈만 나면 얘기했던 교육의 혁신이 없이는 아이들의 행복지수도 없다는 것이다.
아이들 교육에서 가장 중요하게 다루어야 할 체육음악미술 등이 입시 때문에 홀대를 받거나 사라지고, 역사는 선택과목으로 버림받고 외면 당하는 슬픈 교육의 나라가 되었다. 국어영어수학이 교육의 전부가 되어버렸고 학교의 존재이유가 되어버렸다. 아이들의 인성과 창의성, 역사의식 등이 도저히 생겨날 수 없는 교육과정이다.
이런 잘못된 교육과정을 바로잡아야 한다. 초등학교에 음악소리가 지속적으로 들려야 하며 중학교 운동장에서는 학생들이 많은 시간을 뛰어놀게 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도 야외로 나가 환경을 배우고 숨 쉬게 해야 한다. 물론 그들이 경쟁할 수밖에 없었던 사회의 진출 길은 영어수학이 아닌 창의성과 감성, 인성 등을 위주로 뽑아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어려워 보일 수도 있지만 사회구성원 전부가 고정관념을 깨야 한다.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어른들의 구속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시간을 가질 수 있는 나라가 되어야 한다. 어른들은 그저 놀이터를 만들어 주면 될 것이다.
장용휘 수원여대교수•연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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