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경제] 저성장 시대, 관광산업이 기회다

초여름 날씨가 이어지면서 휴가철이 따로 없다. 공항과 항만으로 입국하는 해외 관광객도 꾸준히 늘고 있다. 2014년말 기준 우리나라를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벌써 1천400만명을 넘어섰는데 이는 전년보다 30%나 성장한 모습이다. 거기서 얻은 관광수입 18조7천억은 우리나라 국가 R&D예산과 맞먹는 규모에 해당한다.

경제가 마땅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는 지금 스스로 찾아오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는 사실은 고무적인 일이고 기회이다. 그러나 재방문율은 30%로 하락하고 예전처럼 싹쓸이 관광도 없어졌다고 한다. 어떻게 기회를 붙들 수 있을까.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큰 경쟁력임을 잊지 말자.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은 어떠한 기대로 왔다가 무엇을 얻어갈까.

우선 역지사지(易地思之) 해보자. 첨단 공항시스템과 초고층 빌딩이 대한민국의 첫인상이라면, 이를 가능케 한 현장은 어디서 볼 수 있을까 ? 도시와 농촌은 어떻게 가교되고 있으며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삶의 모습은 어떨까. 특히 인기 많고 조명 받는 한류스타들은 가까이에서 볼 기회가 있을까.

그렇게 시각은 달라도 우리 고유의 삶과 생활방식에 대한 기본적인 기대를 갖고 출발한다. 그런데 기대와 달리 역동적인 삶의 현장을 보지 못하고, 한류스타는 여전히 TV에서나 볼 수 있다면, 한옥과 한식, 개량 한복 입은 사람을 찾아보기 어렵고, 국악소리도 들을 수 없다면 굳이 다시 찾아야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어깨 춤이 절로 나는 국악과 풍물놀이, 사물놀이, 원조 한류인 태권도 시범을 어디 가서도 쉽게 만나볼 수 있어야 하는 게 대한민국의 참 모습 아닌가. 민속촌 하나로 우리의 전통문화를 마스터할 수 있다면 문화의 시장화는 어렵다고 본다. 우리의 얼과 혼이 깃든 문화를 복원하여 본래 대한민국 국민의 정체성을 보여주자.

식문화의 인프라를 확충해야 한다. 보릿고개를 넘긴 지 이미 오래지만 최근까지 우리에게 먹을거리는 크게 관심을 끌지 못했다. 그러나 금강산도 식후경이듯 관광에서 먹을거리는 빼놓을 수 없는 특별한 경험 중 하나다.

외국인 대상 설문조사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체험으로 ‘불고기와 비빔밥’을 든다. 하지만 50여개 나라와 체결된 FTA 탓인지 우리 입맛도 많이 변했다. 제철 채소와 오곡백과로 차려진 한식은 그대로가 웰빙식이며 식후에 녹차와 홍차는 세계적으로 기능성이 입증된 국산차이다. 음료수가 기름값보다 비싼 이때에 음용차의 다각화로 관광객의 입맛을 빼앗아 오자.

아울러 슬로시티도 다양화하고 여행 패키지 코스로 꾸미고, 나비축제, 자라섬, 머드 축제 등 국내 1천400여개에 이르는 축제를 식문화와 연계시키면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오감(五感)의 시대에는 맛보고 즐기는 음식을 넘어 감성적 스토리가 있고, 효소처럼 힐링식품이 살아남는다. 김치 종주국인 우리나라에서 유통되는 김치의 90% 이상이 수입산이라니 안타깝다. 세계인이 몰려오고 있다. 한식의 개발과 연구, 상품화와 보급에 더 투자하자.

보다 더 친절해지자. 홀로 있을 때도 갓끈을 고쳐 매듯 신독(愼獨)하는 사람들이 본래 우리 국민성이다. 손님이 오면 마당을 쓸어 환대하고, 갈 때는 아쉬워 동구 밖까지 따라가는 정이 많은 민족이다.

최근에는 크루즈 관광객도 많아졌지만 짧은 관광이라고 바가지요금이나 눈속임은 하는 건 애써 쌓은 국격을 홀로 떨어뜨리는 일이다.

땀 흘려 이룬 한강의 기적과 K-POP과 드라마 컨텐츠로 대변되는 최근의 신한류, 한식의 세계화로 문화 강국 한국을 리모델링하자.

하나의 상품으로 국격이 올라가는 건 아니겠지만 우리나라를 방문한 사실이 관광객에게 자랑이 되고 자부심이 될 수 있도록 오는 손님 친절하게 모셔서 국격을 높이자. 무엇보다 이제는 우리 스스로 우리 문화를 즐길 줄 알아야 보는 이에게 감동이 된다.

명정식 농협안성교육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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