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 서승원

규제 풀고 족집게 지원 ‘야전사령관’ … 中企 희망등대

99%의 중소기업이 88%의 일자리를 창출한다는 ‘9988’을 굳이 꺼내지 않더라도, 우리나라 경제의 기초를 담당하는 중소기업의 역할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근 신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벤처ㆍ창업ㆍ여성기업의 활성화도 주목할 만하다. 그러나 막상 중소기업 현장에서 느끼는 경영환경은 그리 녹록지 않다.

세계적인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 속에 다양한 규제들까지 중소기업을 옥죄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기반 산업이 무너질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3분의 1 이상이 모여 있는 경기지역에서는 이러한 목소리가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서승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장(51)의 하루하루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이유다.

서 청장의 지론은 바로 “현장에 답이 있다”다. 지난해 1월 부임 이후 매일같이 중소기업 현장을 찾아 적극적인 규제개혁과 지역 맞춤형 지원책을 펼치면서 도내 중소기업의 ‘희망 등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서 청장을 지난 22일 직접 만나 경기지역 중소기업을 위한 비전에 대해 들어봤다.

Q 취임 이후 1년 동안 수많은 현장을 직접 찾았다. 현장에서 본 중소기업들의 가장 큰 어려움은 뭐였나.

A 경기도에는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1/3 이상이 밀집된데다 높은 기술력과 많은 일자리를 창출하는 우수 중소기업이 많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세계경제 불황 여파, 내수부진으로 인한 자금조달 어려움, 글로벌 소싱 확대에 따른 외국 기업과의 경쟁 등 국ㆍ내외 사정이 모두 좋지 않아 중소기업이 기업을 견실히 경영하기에 많은 어려움이 있더라.

지역 중소기업의 활성화를 위해 해야 할 역할과 책임에 대해 늘 고민이다. 현장의 문제점을 정책에 제대로 반영해 현장 중심의 정책 수립에 가교 역할을 해야 하는 것이 우리의 몫이 아닌가 한다.

Q 기억에 남는 중소기업 현장 경험이 있다면.

A 지난해 8월쯤이다. 초췌한 행색의 한 기업인이 청을 방문해서 하소연하시더라. 일단 현장을 보면서 이야기하자 하고, 며칠 뒤 업체를 방문했다.

그런데 공장 바닥에 1㎝는 족히 돼 보이는 크랙이 무수히 발생해 있었다. 알고 보니 2011년에 폭우가 내리면서 하천이 범람해 공장을 덮친 것이다. 직원들과 함께 수해 이후의 손해액을 계산해보니 무려 50억원가량 됐다.

“너무 괴로워서 술의 힘으로 이겨내고 있다”는 하소연을 모른 체할 수 없었다. 하천정비공사를 해 달라고 관계기관에 협조를 요청했고, 이를 수긍해줬다. 실제 현장의 어려움을 해결할 수 있던 값진 경험이었다.

Q 현장의 목소리 중에 ‘규제개혁’만큼 중요한 것이 없다. 대표적인 규제개혁 사례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A 지난해 9월 대통령주재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건의된 ‘농업진흥구역 내 공장증설 시 건폐율 완화’다.

처음에 수출 물량의 10배 가까운 수주를 받았음에도 공장증설에 대한 해결책이 없어 7년간 속앓이를 하던 업체를 만나고 관계 부처에 수차례 증설을 건의했지만 받아 들여지지 않았다. 이에 포기하지 않고 재차 건의한 끝에 이를 해결하는데 성공해 규제 개혁의 모범 성공사례로 꼽혔다.

또 산업단지 입주기업을 모집할 때 관리기관에서 취ㆍ등록세 면제 등 긍정적인 면만 부각하고 3년 이내 미착공 시 재차 취ㆍ등록세를 추징하는 규제를 전혀 알려주지 않는 관행으로 피해를 본 중소기업의 사례를 접하고, 수십 차례에 걸친 회의와 현장 답사, 건의를 통해 ‘산업단지 관리지침’을 개정할 수 있었다.

스틸크레이팅이 단체 표준으로 인정받을 수 있도록 지침을 개정하고, 명예옴부즈만과 함께 수많은 ‘손톱 밑 가시’를 발굴하는 등 규제개혁에서 제법 많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Q 그럼에도 여전히 현장에서는 다양한 규제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성공적인 규제개혁이란 어떻게 이뤄진다고 보나.

A 지난 14일에 말레이시아 공무원들이 교육의 일환으로 우리 청을 방문했다. 규제개혁 사례를 벤치마킹하러 온 것인데, 그들의 빛나는 눈빛에 무척이나 놀랐다.

그때 규제개혁을 위해 특별히 강조한 것이 바로 ‘역지사지’(국민의 입장에서 생각하자)와 ‘법구폐생’(좋은 법도 시간이 지나면 폐단이 생긴다)이다.

우리 정부가 규제개혁을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선진국의 다양한 방법을 벤치마킹 하고 있다. 그런데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공무원들의 긍정적인 마인드이다.

‘법령에 저촉되니 안됩니다’보다는 ‘될 수 있는 방안을 함께 고민해 봅시다’라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서로 고민을 하다 보면 저절로 풀리는 게 많더라. 정책을 만들 때에도 정책수요자인 국민의 마음으로 정책을 만든다면 더 금상첨화가 아닐까.

Q 규제개혁만큼 중소기업에 중요한 것이 바로 ‘판로개척’이다. 도내 중소기업 판로 지원을 위한 계획이 있다면 밝혀달라.

A 사실 많은 중소기업이 우수한 상품을 개발하고 생산해도, 판로를 확보하지 못해 겪는 어려움이 크다. 이런 기업들에게 공공기관의 중소기업제품 의무구매제도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 우리 청은 여기에 착안해 공공기관이 의무구매제도를 준수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위반 기관에는 행정조치도 취한다.

또 초기 기술개발제품의 경우 정보력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만큼 공공기관이 중소기업 기술개발 제품을 수의계약으로 우선 구매할 수 있도록 요청하고, 동시에 공공기관과 함께 ‘공공구매상담회’를 수시로 개최하고 있다. 앞으로 SNS를 활용한 마케팅 지원, 대형 유통업체와 협력해 판매전을 추진하고자 한다.

Q 그럼에도 여전히 소외감을 느끼는 기업들이 있다. 바로 경기북부지역에 위치한 중소기업이다. 이를 해결할 복안은 있나.

A 북부지역에는 도 전체 중소기업의 24.7%에 해당하는 17만개에 달하는 업체가 있지만, 지리적 위치 때문에 각종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감을 느껴왔던 게 사실이다.

지난 2011년 3월에 북부사무소를 개설하고 중소기업의 접근성을 대폭 향상시켜 북부지역 중소기업의 육성과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 올해들어 매달 수시로 북부지역 기업인들과 수시로 영상간담회를 진행한다.

지리적 요인으로 정보 공유의 부족과 원거리 이동에 따른 불편과 비효율을 개선하고자 함이다. 2번을 개최했는데, 이를 통해 건의된 의정부 제일시장 주차시설 관련 지침 개정 등을 진행하고 있다.

북부지역은 섬유와 가구 등이 특화산업으로 자리매김했다.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특화산업 지정, 운영을 통해 가구 산업의 제품개발 및 디자인 기술개발은 물론 경기섬유 특화산업 TF를 구성하는 등 맞춤형 행정을 지원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Q 도내 중소기업을 위해 앞으로 할 일이 더욱 많을 것 같다. 어떤 청장으로 남고 싶나.

A 경기중기청장으로 부임한 지 벌써 2년차에 접어들었다. 바람이 있다면 중소기업의 ‘대변인’으로 남고 싶다.

정책수요자인 중소기업 입장에서 그들을 대변해주고 공감해주고, 현장의 목소리를 많이 듣고 반영해서 정책의 피드백을 확실히 완성하는 것이 청장의 역할이라 생각한다.

직원들에게는 리더로서 최고의 역할을 한 청장이 되고 싶다. 바람대로 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웃음).

직원들이 가진 능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게 하는 리더가 되고자 노력하고 있다. ‘꿈은 이뤄지기 위해 존재한다’는 것을 우리 직원들이 느낄 수 있었으면 한다.

이관주기자

사진=김시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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