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발열체크 안하고 마스크 안쓰는 1·2차 병원

접수처 옆 손세정제도 없어 도내 개인병원 안일 대처…
보건당국 뒷북행정 비난 고조

▲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와 관련 도내 병원장 회의가 열린 7일 경기도청 상황실에서 참석한 병원장과 감염병 관련 병원 관계자 등이 생각에 잠겨 있다.  추상철기자

확산되고 있는 메르스 공포에 대응, 도내 개인병원 등 1ㆍ2차 의료기관의 대처가 지극히 허술하다.

대학병원이나 종합병원 등 3차 의료기관과는 달리 이들 병ㆍ의원은 손 세정제를 비취하지 않는가 하면 심지어 종사자들마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등 기본적인 조치도 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오후 5시30분께 수원시 장안구 조원동의 한 내과 병원. 방문 환자의 진료 접수를 받기 위해 접수처에 간호사 두 명이 앉아 있었다. 그러나 이들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모습이 목격됐다. 더욱이 접수처 옆 세면대나 화장실 등 병원 어느 곳에서도 손 세정제를 찾아볼 수 없었다.

병원 관계자는 “고열 증세를 보이는 환자가 오더라도 단순 감기 환자로 구분해 진료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슷한 시간, 인근의 한 이비인후과 병원. 그마나 6명의 간호사와 1명의 의사가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긴 했지만 이중 3명의 간호사는 마스크가 불편하다는 듯 턱에만 걸치고 있었다.

해당 간호사는 “보건소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라고 해 하고는 있지만 일을 하다보면 걸리적거리고 솔직히 이렇게 작은 병원에 메르스 환자가 오지는 않을 것 같다”며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반면 이날 수원 지역의 한 3차 의료기관은 병원을 방문한 모든 시민을 대상으로 병원 입구에서부터 간호사 2명이 체온 검사를 실시했다. 또 모든 직원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병원 곳곳에 손 세정제를 비치하는 등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처럼 1ㆍ2차 의료기관의 메르스 확산 방지 조치가 취약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시민들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사망자의 감염 사실을 사망 이후에서야 뒤늦게 확인하거나, 확진자 명단에서 환자 이름을 누락시키는 등 부실한 감염자 관리에 국민들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이 모두 질병관리기관을 비롯한 의료기관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시민 A씨는 “아무리 규모가 작은 병원이라도 그렇지, 연일 메르스 예방법이라면서 곳곳에서 손 세정제를 사용하고 마스크를 쓰라고 알리고 있는데 손 세정제 하나 마련돼 있지 않은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정부나 보건당국, 의료 관계자들 모두 메르스에 대해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는 것만 같아 질병 확산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커지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와 함께 지난 5일 사망한 메르스 5번째 희생자가 다음 날인 6일에야 메르스 감염 확진을 받는 등 사망자 5명 중 3명이 ‘사후 확진’을 받아 뒷북진단에 대한 비난도 만만치 않다.

특히 보건당국은 지난달 30일 메르스 확진 판정을 받은 A씨(54·여)가 확진자 명단에서 누락(본보 5일자 1면)된 것으로 확인되자, 일주일이 지난 7일에서야 14명이 메르스에 추가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발표하면서 A씨를 확진자 명단에 슬그머니 포함시켜 정부에 대한 국민 불신은 커져만 가고 있다.

김예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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