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건당국 오판이 메르스 도내 확산 불렀다
평택 성모병원 전담병원 지정·통제 요구 묵살
대책없이 의심자 강제 퇴원, 타 지역으로 번져
보건당국이 평택 성모병원의 메르스 전담병원 지정 및 병원 내·외부 통제 요구를 무시한 채 메르스 감염 의심자와 일반 환자 수십여명까지 강제로 퇴원 및 이송조치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타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강제 퇴원 후 자체적으로 이동하면서 메르스 감염환자가 거쳐간 병원은 10일이 지난 7일 현재, 경기지역 11곳 등 모두 24곳으로 늘어났다.
또 메르스 감염환자는 64명(사망 5명 포함), 격리관찰자도 도내 1천809명을 포함해 2천361명으로 크게 증가했다. 보건당국이 메르스 저지 ‘골든타임’을 스스로 차버린 꼴이 됐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7일 오전 긴급회견을 갖고 메르스 감염이 확진됐거나 확진자가 거쳐간 병원 24곳을 전격 공개했다.
이날 공개된 병원은 첫번째 감염환자가 입원한 평택 성모병원을 비롯, 평택 굿모닝병원, 평택 푸른병원, 평택 365병원, 평택 박애병원, 평택 연세허브가정의학과 등 평택지역에서만 6개 병원이다.
이를 포함해 수원 가톨릭성빈센트병원, 화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부천 메디홀스병원, 가톨릭대부천성모병원, 오산한국병원 등 도내 총 11곳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보건당국이 지난달 28일 단행한 평택 성모병원 내 감염 의심자 이송 및 일반 환자 강제 퇴원 조치가 오히려 평택지역 추가 5개 병원을 비롯 전국 24개 병원으로의 메르스 사태 확산을 부추기는 매개가 됐다는 지적이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평택 성모병원의 메르스 전담병원 지정 및 병원 내·외부 통제 요구를 묵살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서 보건당국은 지난달 20일 첫번째 감염환자의 메르스 확진 이후 이 병원 환자와 가족, 의료진 등 6명이 추가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자 지난달 28일 오후 평택 성모병원에서 긴급 대책회의를 가졌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보건당국은 평택 성모병원의 지정병원 요구를 묵살했다. 평택 성모병원 측이 메르스 확산을 억제하기 위해 병원 자체를 통제하고 이곳에서 메르스 관련 치료 등을 전담하자고 건의했으나 거부한 것이다.
평택 성모병원 관계자는 “질병관리본부에 지정병원 및 집중치료, 병원통제 등을 건의했으나 거부당했다”고 밝혔다. 대신 감염이 의심된 환자를 비롯 일반 환자까지 강제 퇴원 또는 강제 이송조치되면서 결국 평택 굿모닝병원이 휴진조치 되는 등 메르스가 도내는 물론, 전국으로 확산되는 양상으로 전개됐다.
화성 한림대동탄성심병원 관계자는 “평택 성모병원에서 퇴원한 뒤 평택 굿모닝병원에서 치료를 받던 환자 2명의 상태가 악화돼 본 병원에 입원을 했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 6일 확진 판정으로 지역 전체를 격리시킨 순창군 A씨(72여) 역시 평택성모병원에서 퇴원, 고향으로 간 바 있다.
최해영안영국기자
로그인 후 이용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