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만의 세대교체… 변화와 혁신
“검게 탄 얼굴에 곱슬머리, 수수한 옷매무새 그리고 거침없는 말투까지.”
지난 3월11일 실시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가 끝나고 며칠 뒤 당선인 인터뷰를 위해 화성시 양감면 자택에서 만난 장주익 수원화성오산축협 조합장(54)의 첫인상은 ‘고집’으로 똘똘 뭉친 축산농의 모습 그 자체였다.
이곳 토박이로, 고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지금까지 보람농장을 운영하며 젖소 그리고 한우와 함께 30년을 살아오면서도 양질의 소를 키우는 것 외에는 단 한번도 한눈을 팔아보지 않았다고 말하는 장 조합장.
가족이 건강하고 신선한 음식을 먹어야 하듯 본인이 키우는 소들도 질 좋은 사료를 먹어야 한다는 일념에 “그래 내가 직접 조합장이 돼 축산농가 모두가 양질의 사료로 질 좋은 소를 키울 수 있도록 해 보자”는 생각에 조합장 선거에 나섰다고 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그리고 장 조합장이 내건 캐치프레이즈는 바로 ‘변화와 혁신’.
그동안 보수적인 성향이 짙었던 조합의 성격상 “너무 진보적인 것 아니냐”는 일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지만, 그는 자신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아직 50대로 축협 조합원 사이에서는 ‘막내급’에 속할 만큼 젊기에 지금이 아니면 조합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일념으로 주위를 설득하고 또 설득했다. 그리고 수원축협에 대한 미래 청사진을 제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선거 하루 전까지 “신선함은 좋지만 조합장이 되긴 너무 젊은 것 아니냐”는 주위의 평가 속에서도 당당히 제18대 수원축협 조합장으로 당선돼 17년만의 세대교체를 이뤄냈다. 축산농에서 조합장으로 제2의 인생을 시작한 장 조합장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고집으로 똘똘 뭉친 축산농… 이제는 ‘준비된 조합장’
곱슬머리를 가진 사람은 고집이 세다는 선입견에 말을 돌려하지 않고 거침없이 던지는 화법 때문에 오해도 참 많이 받았다고 한다.
자신의 이미지를 너무 강하게 보는 이들도 많았고, 특히 지난 조합장 선거를 치르면서 ‘변화와 혁신’이라는 모토와 강한 이미지가 결합돼 본의 아니게 ‘투사’ 이미지가 강해져 나름 어려움도 있었다고 털어놓는다.
그래서 조합장이 되면 수원축협에 “피바람이 불 것”이라는 이상한 소문까지 생겨났다고 한다. 하지만 그것은 기우에 불과했다. 축산업에만 30년간 종사해오며 쌓아온 풍부한 현장 경험은 조합원들의 마음을 읽는데 큰 역할을 했고, 합리적인 의사결정과 매사 투명한 경영을 선보이면서 이미 ‘준비된 조합장’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독단적인 의사결정보다는 항상 전문가와 상의하며 일을 추진하고, 수시로 갖는 운영공개를 통해 작은 것 하나까지 조합원에게 알리는 경영 스타일은 “수원축협이 변화의 시기에 제대로 적임자를 만났다”는 이야기가 들릴 정도로 그의 일에 대한 고집이 조금씩 통하고 있었다.
‘협동조합다운 조합’ 만들 것
취임 100일 지나 다시 만난 장 조합장은 당선인 신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1천500여명의 조합원을 이끄는 수장이 됐음에도 번듯하고 화려한 양복대신 축산농 시절에 입었던 옷을 지금도 고집한다. 인터뷰를 진행한다고 사전에 공지했음에도 그의 생각에는 변함이 없었다.
“수원축협의 미래 먹거리를 책임지고, 조합의 향후 100년의 청사진을 제시해달라는 조합원의 염원으로 당선된 만큼 자나깨나 조합과 조합원, 직원 그리고 고객들에게 득이 될 수 있는 방향으로 경영을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앞선다”면서 “내 스스로의 외형적인 변화는 중요하지 않다.
조합이 잘 발전해 조합원과 직원, 고객들이 더 나은 삶을 살면 그걸로 족하다”고 딱 잘라 말했다.
조합과 조합원을 먼저 생각하는 그의 철학은 취임이후 행보에도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선거의 약속인 조합원과 함께 하는 조합을 만들기 위해 수많은 내외부 인사들과 함께 만나 고민하고 토론해왔다.
특히 지난달 열린 운영공개에서는 대의원들과 격의 없는 토론으로 조합원 농가의 애로사항을 듣고 사료품질 개선, 투명한 운영과 정보 공개, 경영혁신을 통한 수익성 제고를 약속했다”면서 “조합장으로 있는 동안 우리 조합을 협동조합다운 협동조합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소비자 신뢰 얻는 것이 최우선 목표
장 조합장은 허투루 말하는 성격이 아니다. 오랜 시간에 걸쳐 고심에 고심을 더한 뒤 결정된 사안에 대해서는 결코 물러섬이 없다. 조합장이 되고 수원축협의 현안 사항으로 꼽은 것은 바로 축분 자원화시설과 축산물 전문판매장을 설치하는 것.
전문가와 심도 있는 논의를 거쳐 조합원 그리고 직원들과도 격의 없는 토론을 통해 청사진을 제시할 단계까지 사업을 끌어올리고 있다.
“현재 조합원 농가의 가축분뇨 처리 문제가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우리 조합은 에코팜랜드 사업안에 가축분뇨 처리를 위한 자원화시설을 계획하고 있었다.
그러나 대외적인 문제로 원활히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축분 자원화시설이 조기에 완공될 수 있도록 대외문제 해결 또는 기존 계획과 분리해 접근하는 등 다각적인 해결방안 모색을 검토하고 있으며, 축산농가의 분뇨처리를 조합이 책임처리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통 사업 활성화에 대한 생각도 확고했다.
“수원 곡반정동에 있는 유통센터를 축산물 전문판매 하나로마트로 조성할 계획이며, 올 하반기 완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축산물 전문판매장은 일본의 맥주공장과 서울의 우유공장이 견학과 시식 등을 통해 소비자의 신뢰를 얻는 것처럼 육가공 과정을 공개한 축산전문마트로 탈바꿈 시켜 운영할 예정이다.
소비자가 눈으로 직접 보고, 신뢰도를 바탕으로 브랜드 가치를 높여 소비를 촉진하도록 유도할 생각”이라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확실한 생각을 전했다.
농가 경영·재무 컨설팅 한번에 ‘OK’
처음으로 당선된 조합장이지만 조합의 미래를 위한 청사진 만큼은 확실히 그리고 있었다. 수원이라는 지역 특성상 신용사업을 소홀히 할 수 없는 만큼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는 금융사업에 대한 생각을 거침없이 설명했다.
“경제사업을 추진할 동력으로서 안정적인 수익을 담보하는 신용사업이 앞으로 협동조합이 살아남기 위한 중요한 요소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다. 현재의 금융시장은 비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진 지 오래며, 최적 환경을 선택해 적절한 규모의 합리적 점포배치를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할 시점”이라고 말한다.
이어 “궁극적으로는 우리 조합의 조합원 농가경영 컨설팅 역량과 금융 재무컨설팅 역량을 한데 모아 조합원 농가 및 지역사회 농가의 경영과 재무를 아우르는 종합컨설팅 역량을 만들어 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협동조합의 새로운 서비스 모델을 제시하는 일인 만큼 조합의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합원의 선택이 잘못되지 않고 후회스럽지 않은 그런 조합장이 될 수 있도록 매사 노력하겠다는 장 조합장. 조합과 조합원을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려 노력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는 그의 바람 속에 진심이 느껴진다. 조합원의 조합으로써, 지역사회의 동반자로써, 대한민국 협동조합의 리더로써 나아가기 위한 힘찬 도약을 응원해본다.
글=김규태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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