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청춘] ‘꿈꾸는 카페’ 바리스타 심관자씨

연륜 만큼 그윽한 커피향

“손님들이 제가 만든 커피를 드시고 ‘맛있어요’ 하실 때 너무 행복하고 보람돼요.

제 성격에 딱 맞는 직업을 이제야 찾은 것 같아요.” 인천시 연수구 탑피온빌딩 4층 연수구노인인력개발센터에서 운영하는 ‘꿈꾸는 카페’. 이곳에서 일하는 심관자씨(65)는 즐거운 표정이 얼굴에 한가득이다.

심씨는 원래 옛 한국통신, 즉 전화국의 공채 출신 직원이었다. 지난 1970년에 입사해 1997년 명예퇴직할 때까지 무려 26년을 이 회사에 몸담아 왔다.

심씨는 25세 때 처음 부천전화국의 국제전화를 연결해주던 ‘117’의 교환원으로 입사했었다. 원체 밝고 명랑한 성격 탓에 ‘친절하고 일 잘하는 직원’으로 사내에서 유명했다고 한다. 하지만 위기는 왔다. 1997년 IMF로 전 국민이 힘든 시절, 심씨는 정든 회사를 떠났다. 후배들을 위한 자발적 명퇴였다.

그래서 시작한 바리스타였다. 우연히 알게된 교육생 채용 전단을 보고 옳거니 했다. 매일 새벽 1~2시까지 바리스타가 되기 위한 공부에 매진했고, 동기생 7명 중 가장 먼저 국가 공인 바리스타 2급 자격증을 따는 데 성공했다.

연수구 실버 바리스타 1호가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바리스타가 된 것으로 그의 도전은 끝나지 않았다.

매일 야간에 버스 타고 30분을 이동하며 학원에 다니면서 ‘라떼 아트’를 배웠고, 결국 단 하루의 결석도 없이 훌륭하게 교육을 마쳐 수료증을 받아냈다. 심씨는 현재 1급 자격증에 도전을 준비하고 있다. 물론 1급은 2급과 달리 커피 머신까지 공부해야 하기에, 기계를 잘 만지지 못하는 소위 ‘기계치’라는 게 큰 부담이다.

현재 심씨는 연수구 노인인력개발센터가 운영하는 보건복지부 지정 노인 일자리 사업 중 하나인 ‘꿈꾸는 카페’에서 하루에 4시간씩 일을 하고 있다. 최소임금 수준의 적은 급여를 받지만, 그에겐 이 일자리가 곧 삶의 보람이다.

심씨는 “여기서 ‘인사 잘하는 아줌마’로 불리는데, 동료 바리스타와 함께 지금처럼 즐겁고 행복하게 일하는 것 자체가 너무 좋을 뿐”이라며 “바리스타로 시작한 새로운 인생이 너무 기대된다. 더 많은 사람이 내가 만든 커피를 맛있게 먹고, 난 그 손님들의 행복한 얼굴을 바라보는 이 직업 ‘바리스타’가 너무 좋다”고 말했다.

글=이민우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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