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通인터뷰] 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관리실장(감염내과 교수)

메르스 무풍지대 인천사수 ‘1등 공신’

메르스 사태가 확산되던 지난 6월 2일 SNS를 중심으로 인하대병원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진 환자가 이송됐다는 괴담이 돌기 시작했다.

괴담은 사실로 확인됐고, 곧바로 병원에 항의전화가 빗발쳤다. 하지만 인하대병원은 경영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되는 와중에도 별도의 외부대응 없이 묵묵히 21번 확진 환자 치료와 2차 감염 차단에 주력했다. 또 메르스 치료병원인 국민안심병원으로 지정돼 사태 안정화에 발벗고 나섰다.

그렇게 기나긴 24일의 시간이 흘렀고 결국 21번 확진 환자는 완쾌 판정을 받고 6월 26일 퇴원해 가족의 품으로 돌아갔다.

이를 진두지휘한 이진수 인하대병원 감염관리실장(46·감염내과 교수)을 만나 치료과정과 메르스 대처방안 등에 대해 들어봤다.

Q 24일간 21번 확진 환자의 치료과정과 퇴원은 어떻게 진행됐나.

A 21번 확진 환자는 중증폐렴을 함께 앓으면서 초기에 몇 차례 산소호흡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증세가 심각했다. 이미 알려졌다시피 메르스의 경우 아직 치료제가 없어서 항바이러스제 등을 투여하고 대증요법으로 증상을 완화하는 데 주력했다.

그렇게 의사 2명과 간호사 8명이 음압병동에 전담 배치돼 24시간 21번 확진 환자의 상태를 세밀하게 관찰했다. 나뿐만 아니라 감염관리실 모든 직원이 하루 2~3시간만 자면서 환자 치료와 병원 감염대책 수립에 몰두했다. 다행히 고비를 넘긴 후 환자 상태는 안정을 되찾았으며, 이후 수차례 검사와 폐렴이 완전히 가라앉기를 기다려 퇴원이 결정됐다.

Q 21번 확진 환자 치료 못지않게 2차 감염 여부가 관심 받았다. 어떻게 대처했나.

A 확진자 치료 이외에 모두 4곳의 선별진료실과 격리진료실을 원외에 별도로 운영하며 매일 65∼70명의 인력을 투입했다.

감염관리실과 격리실의 의료진은 야간이나 휴일 개념도 없는 열악한 근무여건에서 메르스 의심 환자를 가리고 적절한 치료가 이뤄지도록 역할을 다했다. 병원 내 출입구는 지하주차장 연결통로 1곳과 정문 1곳으로 제한하고 출입 인원에 대한 체온검사와 문진이 이뤄졌다.

또 응급실의 경우 일반 환자와 호흡기 질환 환자가 섞이지 않도록 따로 공간을 분리해 혹시 발생할지 모르는 2차 감염에 대비했다. 다른 병원도 열심히 잘 대비하고 있지만, 인하대병원은 보다 강화된 시스템을 갖고 있다고 자부하며 이번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본 것 같다.

Q JCI는 인하대병원이 다른 병원보다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A JCI란 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로 전 세계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3년마다 환자 안전과 의료서비스의 질적 수준 등을 심사해 인증서를 주고 있다.

JCI의 기준을 충족하려면 병원의 모든 의료진과 직원이 1년 이상 준비해야 할 정도로 엄격해 국제적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인하대병원은 2010년 첫 인증에 이어 2013년 국내 최초로 전 부문에 걸쳐 재인증을 받는 데 성공했다. 특히 JCI는 병원 내 감염에 대한 안전을 제일 중요시하기 때문에 사전에 중환자실, 응급실 등에 대한 위생 수준과 행동 요령 등을 매뉴얼로 만들어 평소에 훈련이 이뤄지고 있다.

Q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체계 개선이나 전반적인 감염관리에 대한 의식 전환이 요구되고 있다.

A 메르스 사태는 우리 사회 모든 안전 관리에 문제가 생긴 것으로 세월호 때의 연장선에 있다. 의료계, 의료보험체계, 정부, 시민, 언론까지 모든 분야에서 기본을 다시 점검하는 계기가 됐다.

의료 역시 암 질환에만 관심을 가질 것이 아니라 공공의료 같은 부분에 더욱 관심을 갖고 비용과 인력을 투입해야 한다.

감염내과 역시 환경 변화와 약에 대한 내성이 강해지면서 중요성이 커지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감염내과는 일 많이 하고, 공부 많이 해야 하지만, 돈을 많이 벌지 못한다는 이유로 비인기 과목으로 꼽힌다. 밥 먹으려면 밥값을 내듯이 사회적으로 보건복지에 대한 사회적 투자가 더욱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공공의료체계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의식이 개선되길 바란다.

글=박용준기자 사진=인하대병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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