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현장] 빛바랜 도시의 부활… 더 아름답다

▲ 위)독일 오버하우젠 가소메타, 독일 드레스덴. 아래)프라하의 야경, 체코 프라하 도시전경

몰아쳤던 개발붐으로 성장가도를 질주했던 대한민국의 도시. 그러나 지금은 쇠락의 길을 걷고 있다.

고령화, 산업 구조의 변화, 도시핵심시설의 노후화 등에 따른 예견된 현상이었다.

실제로 ‘경제기반 강화를 위한 도시재생 방안’(2013년, 책임연구원 유재윤)에 따르면, 전국 230개 시군구 중 128개(55.7%) 지역이 ‘쇠퇴진행 지역’이었으며 38개(16.5%)가 ‘쇠퇴징후 지역’으로 조사됐다. 정부와 각 지자체는 쇠퇴하는 도시에 각종 재개발 및 재정비 사업으로 응급 처치를 실시했다.

그러나 종전의 전면 철거 방식은 실업, 육아, 노인복지 등 도시별 복합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도시의 생존전략으로 새로운 개발 패러다임 ‘재생(再生)’이 등장한 이유다.

이에 경기일보는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 등 ‘경기도형 묘수’를 찾기 위해 해외 도시재생 현장을 찾아갔다. 천편일률적인 재생 방식을 지양하고 대안을 찾기 위함이다. 도시재생이 이뤄진 혹은 진행 중인 해외 도시들은 많은 이야기를 건넸다.

첫 번째 묘수는 기능을 다한 공간과 시설을 보존이다. 예를 들어 독일 산업화의 꽃이었던 두 도시 오버하우젠과 뒤스부르크는 산업구조 변화에 기능을 읽은 대규모 산업시설을 철거하지 않고 재활용했다.

오버하우젠시의 가스저장고(가소메터)는 전시장과 공연장으로 활용, 획기적인 전시로 수 십 만명의 관람객을 유치하고 있다.

뒤스부르크 시의 10년 이상 방치돼 있었던 대규모 철강 제철 시설은 생태교육장, 공연장, 연회장, 스킨스쿠버 연습장, 실외 암벽등반장 등으로 변신해 주민은 물론 인근 국가의 발길을 이끌어냈다.

이처럼 폐시설을 활용한 다양한 아이디어가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공간이 가진 역사성을 보존함으로써 도시에 대한 주민의 재인식을 이끌어내고 그것을 도시재생의 최대 효과로 꼽는 대목이 더 의미있다. 

두 번째 이야기는 역사를 보존하라는 것이었다. 도시재생에는 각 지역의 자산과 특성을 기반으로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체코 프라하와 독일 드레스덴은 역사와 문화유산을 활용한 대표적인 ‘역사도시’로 꼽힌다.

그러나 오래됐다는 것은 그만큼의 낡고 불편한 것을 의미한다. 그럼에도 두 도시의 시민들은 한결같이 “전통을 유지하는 것은 모든 시민의 당연한 바람”이라며 “이대로 유지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처럼 현지인이 감수한 불편함은 관광객에을 매료시켜 도시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세 번째 도시재생의 방법으로 찾은 것은 ‘예술가’다.

오스트리아의 외면받던 서민 임대 아파트는 공공예술을 선도한 건축가이자 화가, 환경운동가 등으로 유명한 ‘훈데르트 바서’(Hundertwasser·1928년~2000년)를 통해 관광객을 낳는 ‘황금알’이 됐다.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추구했던 철학이 담긴 아파트는 도심 속 하나의 공공예술작품이 되었고, 인근 주택 거리는 관광 거리로 변모해 새로운 관광 프로그램을 탄생시켰다. 쓰레기 처리장과 같은 기피 시설마저 관광 명물로 탈바꿈시킨 것 역시 훈데르트 바서, 단 한 명의 예술가였다.

이 같은 도시 재생이 기존에 형성된 도시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새로운 계획도시에도 ‘재생’의 가치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시대다. 유럽에서 가장 큰 규모의 재생 프로젝트를 자랑하는 독일 함부르크 하펜시티 프로젝트에서 찾은 네 번째 묘수가 그 예다. 항구도시였던 하펜시티는 기능 잃은 폐허였다.

그러나 지금 일관된 총괄 책임기관의 지휘 아래 자연과의 공존,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 등 도시의 미래발전가능성을 고려한 공사가 한창이다. 건강한 미래가 예견되는 도시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거주, 향후 10년 후 독일 최대 도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였다.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세계 각 국의 도시재생에는 다양한 묘수가 존재했다. 그 묘수의 핵에는 ‘사람’이 존재했다.

폐시설을 철거 대신 선택한 것도, 불편한 생활을 감수하면서 역사성을 보존한 것도, 확고한 철학을 갖춘 예술가도, 공존과 배려의 가치를 심은 도시계획을 세운 것도 모두 사람이었다. 쇠락한 도시들의 외침이 들리는 듯 하다. 나를 살리기 위해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을 만들어 달라고.

글=류설아기자 사진=경기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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