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 리더십 ‘화합의 조직’ 잉태
흔히 인형을 좋아하고, 핑크색 원피스를 즐겨 입는 여자아이들을 보면 “천상 여자네”라고 말한다.
그런데 최근 만난 김성회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59)은 천상 ‘남자’였다.
호탕한 웃음과 쩌렁쩌렁한 목소리, 호랑이 눈썹(일명 장군 눈썹)에 부리부리한 눈매, 날카로운 눈빛까지. 강한 첫인상은 상대를 주목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몇마디를 건내기만했는데도 그의 거침없는 언변과 사내다움에 압도당한 내 자신을 발견했다. 그런데도 정작 본인은 감수성이 풍부한 감성형이라고 강조한다.
김 사장은 “예전엔 여학생들이 모여 있는 곳은 부끄러워서 지나지도 못했는데, 이후 ‘들이대’를 졸업한 뒤에는 사람들 앞에 서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졌다”면서 껄껄 웃는다.
넘치는 위트까지, 인터뷰 내내 ‘참 유쾌하고, 사람 냄새가 나는 남자’라는 생각이 머리 속을 떠나지 않았다.
동네에서 알아주는 개구쟁이에서 대한민국 육군 대령과 정치인, 교수, 기업인에 이어 집단에너지 사업을 총괄하는 수장까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인간 김성회’의 두둑한 ‘배짱’은 어디서 나오는지 궁금해졌다.
마냥 노는 게 즐거웠던 개구쟁이… 미래를 빛낼 경영인이 되다
김 사장은 ‘한번 떳다하면 동네 장독대가 남아나지 않아 아줌마들의 경계대상 1호였다’고 어린시절을 회고했다. 자치기를 했다하면 친구 얼굴에 자를 날려 얼굴이 엉망이 되기 일쑤였고, 새총을 쐈다하면 동네 참새는 그야말로 씨가 말랐다.
화성 남양의 작은 마을에서 자란 ‘꼬마 김성회’는 마냥 친구들과 어울려 노는 것이 즐거웠던 ‘개구쟁이’였다. “한번은 내가 살던 마을 인근 바닷가에서 친구들과 놀다 파도에 휩쓸려 물골에 빠져 그야말로 죽음의 문턱에서 허우적대고 있었는데 천만다행으로 지나던 동네 아저씨의 도움으로 살아난 적이 있다”며 “그때 그 양반이 아니였으면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라고 큰소리로 웃는다.
그런데 그런 아이가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다. 변화의 중심에는 ‘어머니’가 있었다.
김 사장은 “어머니는 참 지혜로운 분이셨다”면서 “예를들면 낮에 큰 말썽을 부려 그 걱정에 늦은 밤이 되서야 몰래 집에 들어와 잠들어 버리면 그냥 자게 뒀지. 아침 밥도 든든히 먹게 했고. 그리고는 회초리를 들어 엄하게 야단을 치셨다”고 회고했다.
여기서 잠시 그는 지난 날을 회상하는 듯 생각에 잠기더니 다소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이어 갔다.
“그런데 어느 날 내가 변하고 있는 걸 알았지. 공부가 무척이나 하고 싶었던 거야” 김 사장은 그때를 국민학교(지금의 초등학교) 5학년때로 기억하고 있었다. 이후 중학교에 입학하고는 수학 과목에 빠졌다.
“어렵다고 선별된 3천개의 수학문제 중에 2천998개를 풀었어. 내가 아마도 수학 선생님보다 수학을 잘 했던 걸로 기억나. ‘수학 천재’로 통했으니까.”
그리고 명문 서울고를 졸업하고, 육군사관학교(36기)에 진학했다. 생도 시절에는 럭비선수로 활약했다. 경쟁률이 높기로 유명한 럭비부 주장도 맡았다. “내가 학창시절부터 리더십이 남 달랐지”라며 또 한번 크게 웃는다.
육군 대령으로 예편한 뒤 연세대에서 행정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앞 날을 내다본 투자였고 정치에 대한 열망과 국가에 대해 봉사하고자하는 소신을 실천하는 첫 걸음이었다. 경남대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나서는 대학 교수로도 초빙됐고, 2008년에는 화성에서 제18대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김 사장은 “여러 분야에 도전하면서 나만의 행로를 개척하고 내공을 쌓았다”면서 “난관도 있었지만 최선을 다하고 열정적으로 임한 덕분에 여기까지 온 것 같다. 매 순간을 감사하게 여겼기 때문에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또 다른 기회가 주어졌다고 생각하면서 항상 주어진 일을 천직이라 생각하며 살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지난해 한국지역난방공사 사장으로 취임하며 공사의 대대적인 혁신을 이끌어낸 공로를 인정받아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후원하는 ‘2015 한국의 미래를 빛낼 CEO’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김성회식 리더십’ 방만경영 조기졸업
지역난방공사 직원들 사이에서 그는 ‘화합의 아이콘’이자 ‘부드러운 리더십의 소유자’로 통한다.
“나를 포함한 모든 경영진이 진솔한 자세로 직원들과 함께 위기 극복을 위해 노력했고 소통으로 신뢰를 쌓은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특히 노사 간 협상채널 유지를 위해 노사합동 TF를 구성하고 경영진 워크숍 및 전 지사 순회 설명회를 열었다.
이 과정에서 나온 직원들의 건의사항을 경영에 반영했지. 이를 통해 방만 경영 기관으로 지정된 대형 공기업 중 가장 먼저 20개 전 과제를 개선해 중점관리대상에서 조기 졸업했다”고 힘줘 말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는 현 정부의 핵심과제 중 하나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로 지역난방공사는 대형 공기업 최초로 노사가 방만경영 개선에 전격 타결하면서 정상화의 고삐를 당겼다.
기획재정부로부터 방만경영 개선 우수기관으로 선정돼 지난해 방만경영 중점관리 대상기관에서 해제되면서 공기업 혁신의 본보기가 됐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렇다면 김성회식 리더십은 무엇인지 궁금했다. 이에 대해 그는 “소통을 통해 마음을 얻는 것이 진정한 리더의 덕목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항상 섬김의 자세로 직원들에게 신뢰를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누구보다 스마트하고(smart), 빠르게 움직여 관료주의를 탈피하고(speedy), 변화에 따라 유연하게 적응해야 한다는 생각(soft)을 갖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경직된 조직문화를 바꾸고자 노력했고 3.0 경영회의를 신설해 소통하는 기업문화를 만드는 데 한발 다가선 것 같다”고 밝혔다.
지역민과 소통하는 지속가능한 회사 만들터
지역난방공사는 ‘희망·나눔·녹색 에너지’를 기치로 적극적인 사회공헌활동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특히 성남시민햇빛발전소 건립은 사회에 녹색에너지를 나누고자 추진했으며 9천만원의 건설비와 기술력을 지원했다. 지난 3월에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김 사장은 “성남시민햇빛발전소 운영을 통해 생긴 수익금은 에너지 빈곤층 지원과 시민에너지 절약 의식교육 사업에 전액 사용할 생각”이라면서 “특히 에너지 소외계층을 위한 사업 추진에도 적극 나설 생각”이라고 말했다.
앞으로의 계획을 묻자 역시 거침없는 답변이 돌아왔다. “합리적 열 요금 제도를 운영하고 전력거래 시장규칙을 개선, 공사 제2의 도약을 위해 기반조성에 나서는 한편 연료 다변화를 추진하겠다”고 했다.
또 “각 지자체 및 공공기관과 협업해 신사업 모델 개발에 적극 나설 방침”이라면서 “신규 사업 영역을 개척하고 우리의 경쟁력을 분석해 신재생 에너지사업과 연계 가능한 경쟁력 있는 신·수종의 사업 영역을 모색해 나갈 생각”이라고 밝혔다.
현재에 안주하지 않고 미래를 향해 끝없이 도전하고 있는 ‘인간 김성회’, 어떻게 그에게 박수를, 그리고 응원을 보내지 않을 수 있겠는가.
글=김규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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