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최소연 ㈔규방다례 보존회 이사장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 11호 규방다례 보유자
“차 한잔 속에 선조들의 지혜… 대를 이어 차문화 보급”

“우리 선조의 지혜가 담긴 전통 차(茶) 문화를 널리 알리는 것은 국민의 올바른 인성을 형성하고 건강을 지키는 중요한 일입니다.”

최소연 ㈔규방다례 보존회 이사장은 “차 문화는 국민의 인성 및 건강 문제와 직결되는 만큼 차 문화를 널리 알리는 일에 전념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인천시 지정 무형문화재 11호 규방다례 보유자인 그는 “규방다례 보존회의 초대 이사장이자 저의 어머니이신 이귀례 명예이사장의 차 문화 40년 헌신과 평생 베풂의 뜻을 받드는 의미에서라도 차 문화 보급에 게을리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고인이 된 어머니의 대를 이어 전통 차 문화를 이끌어 갈 최 이사장의 각오와 앞으로의 차 문화 활성화 계획 등을 들어본다.

Q 어머니 이귀례 초대 이사장의 대를 이어 어려운 자리를 맡았다. 차 문화 여건이 열악한 국내에서 차 문화를 보급하려면 힘겨운 여정이 될 텐데 각오가 있다면.

A 어머니와 20여 년간 차 문화 활동을 함께하면서 평생 베풂과 봉사 정신을 지켜보며 배웠고, 그런 모습의 어머니를 존경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국민의 올바른 인성을 형성해주는 차 문화를 보급하는 하는 일이 곧 애국이라고 믿으셨다. 차인(茶人) 어머니의 뜻을 따르고 기리는 일은, 같은 차인이자 자녀로서 너무나도 당연한 이치이다. 힘들고 어렵겠지만, 어머니의 뜻을 생각하며 앞만 보고 나가겠다.

Q 왜 규방다례 차 문화를 계승하고 중요하게 여겨야 하나.

A 규방다례는 한국 전통 차(茶) 문화를 인천지역의 일상생활과 접목해 생활예절을 복원·정립한 것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차보다 예절을 중시하는 것이다. 차와 예절은 뗄 수 없다. 차를 하는 사람들은 제일 먼저 예를 배운다.

두 손으로 받고, 윗사람을 먼저 주고 하는 예절을 배우는 것이다. 차 문화에는 전통, 예절, 생활, 과학, 청결을 존중하는 5가지 존중 원칙이 있다. 그것들이 근본이 돼 처음부터 예절을 배우는 것이다. 학생들이 차를 배우고 가까이한다면 학교폭력이 없어질 것으로 확신한다. 인성교육 제일 중요하다.

어린 아이들도 예를 가르치면 이해하고 응용까지 할 수 있다. ‘서로 주고받는 것이 모두 두 손이다’라는 서로 존중하는 예절부터 배우면 왕따도 없고 폭력도 없다. 인성교육의 으뜸이 예절이라고 믿고 있다. 어려서부터 차 문화를 접해야 하는 중요한 이유이다.

Q 우리의 전통차가 정신적으로나 건강상으로 좋다는 것에는 이의가 없지만, 많은 사람이 찾고 즐기는 편은 아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며, 차 문화 활성화 방안이 있다면 무엇이 있는지.

A 많은 사람이 전통 차보다는 커피처럼 자극적인 음식을 선호한다. 그동안 규방다례와 차 문화협회 등이 나서 차 문화 보급에 힘을 쏟았지만, 차인 중심의 차 문화 보급은 대중적 활성화에 한계가 있다.

전통차를 경험한 사람은 그 가치의 의미를 높이 평가하고 있어 경쟁력이 있지만, 전통차를 접하러 오기까지의 발걸음이 느리고 적다. 이에 따라 앞으로는 쉽고 맛있게 차를 접할 수 있는 대중적인 차 문화 보급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차의 대중적 활성화 방안이라면 무엇이 있는지.

A 요즘 녹차를 많이 마시긴 하지만 이왕이면 커피나 홍차, 발효차처럼 블랜딩을 통해 차의 맛을 높이면 어떨까 고민하고 있다. 차와 함께 할 수 있는 다식과 디저트도 현대식으로 개발해 젊은이들도 즐겨 찾을 수 있는 레시피와 세트 메뉴를 만드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싱가포르에 가보면 차 이름 중에 ‘레드 크리스마스’라는 게 있다.

이름만 들어도 무슨 맛인지 궁금하고 맛보고 싶어진다. 특히 차를 이용한 창업 예정자에 대한 맞춤형 교육프로그램도 운영할 계획이다. 전통 차 카페가 도심 곳곳에 자리 잡게 되면 차 문화를 알리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

차 문화 예절교육 역시 SNS를 통한 재미있는 동영상 활용과 예비 신부, 신랑 차 예절 교육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 이 같은 프로그램을 차 업계 및 생산 농가와 연계한다면 ‘차산업 발전→국내 차 문화 활성화→전통 차 세계화’로 이어지는 선순환도 가능할 것으로 믿는다.

 

Q 차 문화의 종주국을 자처하고 있는 일본과 중국을 제치고 전통 차의 세계화가 가능한가.

A 물론 어렵겠지만, 이왕이면 세계화를 해야 한다. 우리나라 국민부터 차는 중국에서 왔다고 생각하지만 틀렸다. 신라의 왕자였던 구화산 김교각 스님이 차와 벼, 삽살개를 갖고 중국에 들어가 전파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차의 발상지이다.

일본 ‘동대사요록’에는 백제인이 일본에 차나무를 심었다는 기록이 있다. 일본은 차 문화를 전수하는 80여 개 파가 있다 보니 ‘차 하면 일본’이라고 생각하지 쉽다. 반면 우리는 외침도 많고 속국으로 살다 보니 임진왜란 이후 역사기록이 많이 없어져 아쉬움이 있다. 그래서 승정원일기에 기록된 다례만 엮어서 책을 내기도 했다. 우리도 이제 차에 대한 자긍심을 가져야 한다.

Q 전통 차의 세계화 추진 방안이 있는지.

A 최근 일본 교토에서 교포 3세 일본인 3명이 한국의 규방다례 문화를 배워갔다. 차의 본고장이라고 자부하는 일본에서 한국의 규방다례를 심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규방다례 대학원 1년 과정과 시험을 마치고 오는 22일 졸업한다. 이들은 일본에 한국의 규방다례를 전수한다면 한국의 뿌리를 그곳에 심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들의 각오가 대단하다. 대충 배워서 하는 게 아니라 정말 잘 배워서 가져가겠다는 마음이 대단하다. 잘할 것으로 생각한다. 일본에 한국차를 배우려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계속 가르치고 지원해주면 일본에도 규방다례 지부를 만들 수 있을 것이고, 그것이 곧 우리 전통 차 세계화의 첫 걸음이 될 것이다.

Q 차 맛의 브랜딩이나 차 관련 창업 프로그램 운영 방안 등은 그동안의 순수 전통 차 문화와 비교하면 상당히 파격적이다. 지나온 차 문화와 앞으로의 차 문화간 정체성 충돌도 우려되는데.

A 전통성 있는 것은 가르치고 배우고 계속하겠지만, 차의 다양성을 꾀하자는 것이다. 전통은 이어가면서 계승발전하는 것이다.

현재 있는 규방다례 회원 2만 명으로도 전통성은 충분하다. 앞으로는 일반인과 함께 어우러져 차를 마시는 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활동성을 높여 차를 더 많은 사람이 차를 마시는 방법을 찾는 거다.

이 같은 방법은 차인구가 늘어나면 당연히 전통 차 문화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 차를 마시면 차를 연구하게 된다. 우리나라는 인터넷 강국이다. 궁금한 게 있어서 검색하다 보면 규방다례와 한국차문화협회까지 오지 않겠나. 단순하고 재미없는 차를 억지로 권하는 게 아니라 맛있고 재밌는 차 문화를 만들어 찾아 오게끔 하는 것이다.

Q 차 문화 활동은 정성이나 노력에 비해 성과가 느리고, 어렵다. 차 문화 활동을 하는 사람들에 대한 격려가 필요할 것 같다.

A 차 문화 활동이 경제적 이익을 내거나, 티를 내며 대접을 받고자 하는 일이 아니다. 그래서 어머니도 평생을 그러셨고, 저도 그렇듯이 사재를 넣어가며 묵묵하게 활동하고 있다.

다만, 몇몇 차 문화 단체나 개인만의 차 문화 활동으로는 우리 사회가 요구하는 만큼의 성과를 거두기에 역부족인 만큼 지방자치단체와 기업들이 이 성과에 대해 살펴보고 관심을 두기를 바라는 희망은 있다.

많은 학생이 차 문화를 통해 인성을 갖춘 인재로 성장하는 것이 차 문화의 성과이고, 그 성과가 곧 대한민국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Q 차 문화에 대한 정부 지원은 일본이나 중국에 비해 어떠한가.

A 일본과 중국은 차의 종주국을 자처하며 정부뿐만 아니라 범 국민적으로 지원한다. 일본만 해도 모든 국민이 차를 마셔야 한다고 생각하고 마신다.

어딜 가든 차가 있다. 지원이 아닌 것 같지만, 그 모든 게 정부 지원이다. 자판기나 어디에서든 차를 판다. 일본은 호텔에 들어가도 가운데 차 탁자가 있고 차가 있다. 유카타도 있다.

유카타를 입고 일본사람이 돼서 차를 마시라는 뜻이다. 외국 대통령도 일본에 가면 무릎 꿇고 차를 체험한다. 국가가 그렇게 하니 차의 나라가 되는 것이다. 우리는 그것을 하지 않는다.

Q 인천도 차 문화 지원을 하고 있지만 부족한 것 같다. 인천시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A 솔직히 차 문화 활동 예산지원이 필요하다. 문화는 돈을 버는 것이 아니다.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다.

차인은 절대 차 문화를 하면서 영리를 바라지 않는다. 그래도 우리 사회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니 사재를 넣어 하는 것이다. 하지만, 개인이 하는데 한계가 있다. 시나 정부가 관심을 갖고 나서는 것이 필요하고 중요하다.

Q 끝으로 차의 효능은 무엇인지.

A 차는 의학적으로 정신을 맑게 해주고 이뇨작용과 소화촉진 등의 효과가 있는 것으로 널리 알려졌다.

당나라의 의학자인 진장기(陳藏器 678~757년)가 지은 의학서적 ‘본초습유(本草拾遺)’에는 ‘백가지 병에는 백가지 약이 있지만, 차는 만병통치약’이라 할 정도로 예부터 사람의 건강을 이롭게 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진장기가 말하는 ‘만병통치’란 정신적 치유를 일컫는 힐링을 의미하는 게 아닌가 싶다.

대담=유제홍 인천본사 정치부장

정리=김미경기자

사진=장용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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