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청춘] 최금왕 동화작가

동화속 사랑스런 이야기가 현실로…

항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아야 하고, 누군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는 아이로 보이는 주인공이지만 글을 다 읽고 나면 각박한 현실과 바쁜 일상생활의 현대인들이 오히려 애잔이에게 삶의 여유를 배우게 된다.

동화 속 애잔이는 실밥 터진 곰인형에서 새어나온 변기 속 물에 뜬 솜이 구름을 닮아 ‘구름똥’이라 부른다. 말 못하는 인형도 생명이 있을 것이라 믿고 싶은 애잔이는 길을 걷다 누군가와 부딪혀 다쳐도 자기 것은 보이지 않고 다른 사람의 상처에 슬퍼한다.

그런 애잔이네처럼 맑고 밝은 집에서 이 동화처럼 살고 싶어 노력해 온 최금왕씨 가족은 이번에 귀촌을 결심했다.

동화작가로 제2의 인생을 연 최금왕씨와 함께 남편 백광흥씨(58)도 30년간 근속한 글로벌 굴지기업인 한국IBM을 지난 3월에 조기 명예퇴직, 제2의 인생에 도전장을 던졌다.

최금왕씨 가족은 가영이와 남편이 등산을 좋아해 선택한 충북 단양에서 새둥지를 튼다. 이 결정엔 남편 백광흥씨의 결심이 가장 컸다. 백씨는 대학 졸업 후 1985년 한국IBM에 입사했다.

또래인 아내 최씨와는 1977년 대학 1학년 때 부천의 한 야학에서 교사로서 첫 인연을 맺었다. 첫 만남 뒤 9년이 지난 1986년 결혼했고, 가영이가 태어났다. 하지만 심상치 않았다.

가영이가 3살로 접어들 무렵 당시 아이의 행동에서 자폐성향이 발견됐다. 하지만 좌절할 순 없었다. 세상과 현실에 대한 증오를 오기와 긍적적 마인드로 바꾸어 준 건 가영이었다. 가영이에게 세상을 보여주고 싶어 자주 다닌 국내외여행에 늘 가족이 함께했고, 그 덕에 새보금자리도 찾았다.

 

 지난해 8월 교황이 방한했을 땐 가영이를 잘 아는 수녀님들의 추천으로 초대받아 맨 앞자리에서 교황과 마주보고 미사를 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최씨는 “남편은 가영이의 사회복지시설 계약기간(5년)이 후년(2017년 1월)에 만료되는 시점에 맞춰 단양으로 옮기기 위해 명퇴를 서둘렀다”며 “내년에 집을 짓고, 내후년엔 그곳에서 살고 있을 것”이라고 했다.

집은 지인들이 오갈 수 있는 맞춤형 게스트하우스 형태로 짓는다. 남편은 가족건강과 찾아올 지인들을 위한 요리삼매경에 빠져있다. 가영이의 독립적 생활을 돕기 위해 별도로 예쁜 집을 지을 예정이다.

남편 백광흥씨는 제2의 인생 목표를 명퇴 이전부터 세웠다. ‘백수(白手)로 백수(百壽)까지 산다’는 것. 가영이가 환갑될 때까지다.

백씨는 가영이에겐 자손이 없으니 인생에서 크게 경하해야 할 예순나이까지 아이가 사는 것을 보고 갈 수 있도록 공기좋은 시골에서 부부가 100살까지 살고 싶다고 한다.

최금왕씨의 동화책 ‘구름똥’에 등장한 이름(누나 애잔이, 동생 힘찬이, 엄마 아빠, 친구인 수진이와 창호, 강아지, 금붕어, 신부님 등)은 그 대상을 지칭할 뿐만 아니라 작가의 그 인물에 대한 바람의 표현이라고 한다. 최씨의 그 바람은 실제로 충북 단양의 한 시골마을에서 현실로 이뤄지게 된 것이다.

그는 “그간 여러 차례 저희 가족에 대한 언론사들의 취재 문의가 많았으나 일언에 거절했다”며 “남에게 드러내는 것을 싫어하는 남편이 이번에 처음 세상에 공개되는 만큼 쉽지 않은 결정이었지만 자폐장애 가족으로 힘들어하는 분들께 조금이라도 보탬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다”고 백씨를 대신해 말했다.

글·사진 = 최대억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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