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용인경전철에 문화의 힘을 싣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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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각 지역에 있는 문화재단들의 상황이 어렵다. 문화융성의 시대에 무슨 어울리지 않는 말인가 하겠지만, 필자가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으로 직접 만나서 들어본 그들의 부정적 상황은 내년이라고 나아질 것 같지가 않다. 솔직히 각 지자체의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문화를 내세우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용인의 경우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오래 전에 용인 경제에 적신호가 켜진 후, 상대적으로 시민이 체감하는 문화 욕구는 커져만 갔다. 하지만 용인 경전철 건설로 인해 발생한 부채가 경제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다보니, 자연스레 경전철이 경제난의 화두가 되었고 문화는 관심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얼마 전 반가운 소식이 전해졌다. 용인시가 8년 동안 갚아야 할 부채를 단 3년 만에 조기 상환하게 된 것이다. 각고의 노력 끝에 부채가 어느 정도 해결될 수 있게 되었고, 경전철 이용객 수도 빠르게 늘고 있다는 소식이다. 하지만 진정한 문제는 이용객 숫자가 아니라 이용객을 위한 부가 가치를 찾기 어렵다는 것이다.

필자는 그 해결방안의 실마리를 문화예술에서 찾고자 한다. 경전철이 문화예술을 싣고 달리는 문화 공간으로 바뀐다면 어떨까. 경전철을 교통수단이라는 1차원적인 의미를 넘어 모노레일이 갖는 특성을 십분 발휘해 남녀노소 누구나 한번쯤 타 보고 싶은 재밌는 경험의 산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문화예술을 함께 경험할 수 있도록 한다면 그 가치는 더욱 상승할 것이다. 용인시민이라면 누구나 함께 즐기며 탈 수 있는 것, 용인에 오면 꼭 타보고 싶은 것으로 이미지화 하는 작업이 시급하다.

물론 혹자는 문화예술 역시 돈 없이 될 수 없다며 반감을 표할 수도 있다. 고비용이 허락된다면 고품격의 문화예술 콘텐츠를 발현할 수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꼭 돈이 있어야만 문화예술이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것도 알리고 싶다.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바로 필자가 몸담고 있는 용인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용인거리아티스트’라는 문화 브랜드의 성공을 직접 경험했기 때문이다. 재단 출범과 함께 탄생한 용인거리아티스트는 문화예술에 애정을 품은 아티스트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지난해 거리에서 500회가 넘는 공연을 성공리에 마쳤다.

 거리 공연에 낯설어하던 시민들이 적극적인 호응과 격려를 보내며 즐거움을 함께 나눴다. 이는 거리라는 삭막한 공간에 문화예술이 자연스레 스며든 결과라 할 수 있다.

이번에는 거리가 아닌 경전철로 공간을 옮겨보고자 한다. 거리에서 시민들이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용인거리아티스트가 전하는 문화예술을 접하는 이용객은 경전철을 다시 찾고 싶은 공간으로 여기게 될 것이다.

용인거리아티스트는 시민의 삶에 새로운 문화적 충전의 기쁨을 안겨줌과 동시에 어려울 때일수록 문화예술이 또 다른 혜안이 될 수 있음을 증명하게 될 것이다. 나아가 용인 경제난의 골칫거리였던 경전철의 이미지 전환에 문화예술이 일조하리라 기대한다.

어쨌든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야 하는 과제를 전국의 재단 모두 안고 있다. 과연 그게 가능할까라는 의구심을 갖는 이도 분명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용인시민을 위해 ‘문화를 싣고 달리는 용인경전철’이 시민을 위한 문화적 가치 상승의 길이라면, 이렇게 문화예술과는 조금은 다른 하드웨어를 적극 활용하는 방안이 오늘의 어려움을 헤쳐 나갈 수 있는 실마리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확신해본다.

김혁수 전국지역문화재단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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