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 속, 놓치고 있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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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학생들에게 미디어는 가깝고 친근한 존재다. 

디지털 테크놀로지가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미디어의 장벽은 낮아졌다. 방송사가 딱 두 개만 존재하던 시절에는 밤 아홉시가 되면 대한민국의 어린이들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납시다”라는 멘트에 맞춰 잠을 자야 했다.

매일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은 새로운 정보를 깨알같이 전달해 주고 사회현상을 이해하도록 도와주는 위대한 종이였다. 

그 시절 미디어는 넘기 힘든 벽이었고 전통적 미디어로부터 전달되는 일방향(one-way)의 정보는 권위 그 자체였다. 

하지만 이제 TV채널은 수백 개가 되었고 다수의 방송사가 등장했으며 언론사를 자청하는 군소 온라인 매체들까지 등장하면서 미디어는 사회적 소통 수단으로 개념을 재정립하게 되었다. 

여기에,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으로 대변되는 소셜미디어(social media)는 개인 미디어 시대를 활짝 열면서 정보 소통의 패러다임을 변화시켰다. 미디어의 권위나 벽은 사라졌고, 정보는 대중으로부터도 생산되고 공유되는 세상이 되어버린 것이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서는 사고 현장을 취재한 일반인의 영상이 미디어 보도보다 더 신속하게 확산된다. 예컨대 세계인의 마음을 울렸던 시리아 난민 아동 쿠르디의 사진은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확산되면서 전 세계인의 관심은 물론, 유럽 지도자들로 하여금 난민정책을 되짚어보게 만들었으니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은 실로 어마어마하다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소셜미디어상에서 정보를 공유하는 주체는 바로 대중이며, 대중에게 얼마나 많이 공유되는가가 콘텐츠의 영향력이나 성패를 좌우하는 하나의 잣대가 되었다. 상황이 이렇기에, 언론사도 시청률 집계만으로 프로그램의 성과를 측정하는 것을 넘어 콘텐츠 파워지수(CPI) 등을 보완책으로 채택하는 추세다.

 

당연히 미디어를 교육하는 방식과 내용은 또한 달라졌다. N-스크린 시대에 걸맞는 미디어 시장의 프레임을 새로 제공해야 하며, 빠르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적합한 프로그램을 발굴하는 능력도 키워야 한다.

소셜미디어 등을 통해 유통시킬 수 있는 콘텐츠를 기획·제작하는 것은 이미 필수코스이고, 새로운 미디어 이론과 정책, 뉴미디어 기술 등을 가르쳐야 하는 미디어 교육 현장은 기술 진화의 속도에 맞춰 숨 가쁘게 돌아가고 있다.

 

그러나 미디어 교육에서 간과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학생들이 기술의 환상에만 젖게 하고 기술 발전에 비례해 성숙된 의식과 문화를 고양하는데 소홀했다는 점이다. 너무 빨리 발전해버린 테크놀로지만 탓할 수는 없다. 미래의 희망인 학생들이 스마트 테크놀로지 사회에서 아노미 상태를 벗어나도록 하는 것이야말로 뉴미디어 환경에서 필수적인 가르침이 되어야 한다.

 

면대면(face-to-face) 상황에서 같이 사이버 공간서도 같은 수준의 예의교양을 보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 미디어는 스트레스 해소의 장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하에 윤리적으로 그릇된 언행을 스스로 제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양을 갖추도록 해야 한다.

 

다양한 정보 접근이 가능한 미디어 환경의 장점을 활용해 편향되고 왜곡되지 않은 관점을 갖출 수 있도록 지도하는 것이야말로 지금 시점에서 중요한 과제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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