뚝심있는 남자의 뒷심을 기대하라
일하는 사람에게서는 어쩔 수 없이 소리가 난다는 의미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그릇을 깰 일도, 소리가 날 일도 없다는 말이다.
최근 경기문화재단이 소란스럽다. 조직개편에 따른 인사가 진행됐고, 팀 신설에 따른 새로운 사업들을 추진하고, 도내 지자체 및 기관 등과 MOU를 체결하는 등 확실히 달라진 모습이다.
큰 폭의 조직개편이나 결이 전혀 다른 신규 사업 등은 시비(是非)를 떠나 그 누구도 100% 만족하게 할 수 없는 것들이다. 취임 이후 지난 1년간 소리가 날 수밖에 없는, 아니 굳이 시끄러운 행로를 선택한 이유를 묻는 말에 조창희 경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입을 뗐다. “하면 할수록 어려워요.
그렇다고 안 할 수는 없잖아요. 문화재단은 도민을 위한 문화정책을 펴는 기관이어야 합니다. 누가 뭐라하건, 흔들리지 않는 원칙이죠. 해야 할 일을 할 뿐…. 꼭 해낼 것입니다.”
변화하지 않으면 도태될 뿐… 팀장·기관장 공모제 도입 등 조직개편 단행
인터뷰를 진행한 조창희 대표의 집무실은 ‘방주인’ 특유의 근무 스타일과 확고한 의지를 드러내며 180도 바뀐 모습이었다.
무거운 덩치의 낮은 테이블과 소파 대신 날렵하고 높은 테이블과 가벼운 의자가 높여 있었다. 바로 옆 회의실에도 권위적인 소파는 사라지고 온돌방에 좌식 나무 테이블이 정갈하게 자리했다.
이보다 더 크게 변화한 것은 경기문화재단이다. 국내 최초 민간 주도 광역문화재단으로 출발한 문화재단은 지난 2008년부터는 경기도박물관, 경기도미술관, 백남준아트센터, 전곡선사박물관 등 10개 문화예술기관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조직이 방대해진 만큼 할 일도 많아졌다. 혁신이 필요했다. 이 같은 중요한 시기에 취임한 조창희 대표는 ‘능력 중심의 능동적으로 일하는 조직’으로의 탈바꿈을 강조했다.
“예술인 대상 지원 공모 사업과 기관 운영에만 급급한, 수동적인 태도가 배어 있었습니다. 특정 분야 및 사업 중심에서 경기도와 도민 전체를 아우르는 조직으로 바꿔야 했습니다.”
이에 본부 체제로 조직을 개편하고 직급에 아랑곳하지 않는 파격 인사를 진행해 주목받았다. 30년간 문화체육관광부 문화산업국장, 관광·레저도시기획단장, 종무실장 등을 역임하면서 확고하게 지켜온 문화예술관광 부문 정책 입안자로서의 가치관을 실현하기 위한 초석이었다.
하지만 같은 직급의 동료가 실장과 기관장으로 파격 승진하고 전혀 다른 업무를 담당했던 사람을 배치하는 등 불만의 소리가 나올 수밖에 없는 과정이었다.
“제가 감수해야 할 부분이죠. 처음으로 팀장직에 대한 내부 공모를 통해 발탁하고 소속 문화예술기관장에 대해서도 내외부 공모를 진행했습니다. 조직개편 후 6개월가량 지났는데, 경영본부를 중심으로 안착하는 분위기입니다. 특히 스스로 일하는 분위기가 형성돼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조 대표는 내외부에서 들려오는 질책은 리더로서 감당해야 할 당연한 몫이라면서 뚝심을 드러내며 향후 계획을 밝혔다. 조직개편 당시 신설한 문화재생팀과 생활문화팀이 가장 중요한 축이었다.
“문화는 이 시대에 경쟁력과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요소로 지역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발전시키는 데 가장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최초로 해당 2개 팀을 신설한 이유입니다.”
생활문화를 강화하면서 도민 전체로 문화서비스를 확대하고 문화재생을 통해 도내 31개 시군의 경쟁력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이에 문화재단은 직접 사업을 기획 진행하는 대신 ‘코디네이터’와 ‘큐레이터’를 자처하고 있다.
일단 생활문화 부문은 도민의 다양한 여가 레저를 간접 지원하는 방식으로 접근한다. 예술 장르로 한정 짓지 않고 도민의 다양한 동호회와 접촉, 이들에게 실력을 뽐내면서 자원봉사할 기회를 엮어 주는 코디네이터가 된다. 크게는 경기도 차원의 생활문화운동을 벌인다는 계획이다.
특히 경기도를 동서남북으로 구분해 도민과 예술가들이 자유롭게 소통할 수 있는 거점 만들기에 주력한다. 문화재로 지정된 궁집을 기부채납 받아 동부권의 생활문화센터로 운영할 계획이며, 서부는 경기창작센터, 북부는 북부사무소, 남부는 미술관을 중심으로 추진한다.
“(개인적으로 소개받은)유명 화가 부부가 감사하게도 문화재로 지정된 한옥을 기부채납 키로 해 이를 생활문화센터로 활용하고, 기존의 북부사무소는 창고로 이전해 그곳에서부터 문화재생과 생활문화 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지도록 할 계획입니다.”
이어 해당 도시의 인프라와 특성을 파악한 전문가, 경제 전문가, 기획자 등 재단 외부 인재로 구성한 자문위원단의 창의적이고 능동적인 지원사격에 힘을 싣는다. 이 모든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민간단체와 협회, 문화원 등과 적극 협력해 수요자, 공급자, 유통 등의 3개 주체에 고른 무게 중심을 둔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다.
지난 1년을 ‘밑그림을 그리는 시간’으로 정의한 조 대표는 쉼 없이 추진 사업과 전략 등을 쏟아냈다. 우려되는 각종 상황에 주저하기보다 ‘일해야 한다’는 특유의 추진력이 돋보였다. 그릇 깨지는 것을 피하지 않는 뚝심 있는 남자의 뒷심 강한 활약상이 기대된다.
글=류설아기자 사진=오승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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