삭막한 디지털시대, 가슴 따뜻한 아날로그를 깨우다
인터넷이 한창 발전을 거듭하던 2000년대 초반에 정부의 인터넷정책을 담당하기도 했던 백 청장은 “빠르고 간편한 디지털도 좋지만, 사람들 간에 정이 넘치는 아날로그야말로 우편사업이 중심이 되는 우정사업본부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 강조한다.
이 때문인지 백 청장이 오고 난 뒤 경인지방우정청에서는 아날로그적 감성이 충만한 각종 사업이 펼쳐지고 있다.
스승의날 학생들이 교사에게 손편지를 쓰고 이를 교사들이 제출해 경연하는 편지쓰기 대회와 흡사 타임캡슐처럼 나 자신, 혹은 가족과 연인, 친구에게 반년, 1년 후 보내는 느린우체통이 대표적이다.
지난 2월 취임해 어느덧 경인청의 수장으로 1년 가까운 시간을 보낸 백 청장과 경인지역 우정사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봤다.
Q 디지털시대가 되면서 손편지 등 아날로그적 감성이 사라지고 있다
A 안타까운 일이다. 멋스러움과 정이 넘치는 편지가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이메일과 SNS, 스마트폰 문자가 자리를 잡았다. 누구나 손쉽게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는 점도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예전의 아날로그적 감성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이에 우정사업본부의 주요 업무이기도 한 편지 보내기를 토대로 손글씨와 손편지를 쓰는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내년에는 직접 손으로 쓰는 편지문화 확산을 위해 각종 편지쓰기 대회와 ‘느린우체통’ 설치·확대에 역점을 두겠다. 초·중·고등학생을 대상으로 편지쓰기 대회를 개최해 부모에 대한 효사상과 스승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는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또 엽서나 편지에 사연을 적어 우체통에 넣으면 3~6개월이나 1년 뒤에 기재된 주소로 배달되는 느린우체통 서비스를 우체국의 대표 문화 상품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 현재 용주사 외 10여개소에서 운영되고 있는데, 내년에는 수원화성 등에도 추가로 설치할 예정이다.
Q 2016년 새해 구상 중인 역점사업은
A 우체국은 올해 한국능률협회 컨설팅이 실시한 한국산업의 고객만족도 조사에서 공공서비스 부분 17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2015년도 택배분야 국가고객만족도 및 한국서비스 품질지수에서도 9년 연속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또 세계 우편관련 국제기구인 만국우편연합(UPU)에서 실시하는 158개 회원국 국제특송(EMS) 서비스 품질평가에서 우체국 국제특송이 8년 연속 금상을 받은 바도 있다.
이러한 브랜드파워를 바탕으로 2016년에도 국민에게 더욱 더 신속·정확·친절한 우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
그리고 학생들을 대상으로 건전한 정서함양과 올바른 인성교육을 지원하고 창의적인 인재 육성에 이바지하고자 찾아가는 꿈나무교실도 운영하고 있다. 편지쓰기·나만의 우표 만들기·경제금융·창의 인재 강좌 총 4개 과정으로 새해에는 경기도와 인천광역시교육청에서 운영하는 1년 정규프로그램에도 반영할 예정이다.
이 밖에 소외계층의 생활상태 제보와 독거노인 불편 위험사항 신고 등을 하는 ‘우체국 365봉사단’등의 활동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마지막으로 지역사회와 상생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사회공헌사업과 어르신 스마트폰 사용교육 등 각종 재능기부 활동도 확대하겠다.
Q 지난해 말 경인청 단독 청사가 준공됐다
A 경인청은 다른 지역 우정청보다 발전 가능성이 큰 지역이다. 경인지역 인구는 현재 1천530만명에서 오는 2020년엔 1천600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가구 수도 2020년까지 118만가구가 신규로 입주할 예정이며 1만세대 이상의 대규모 도시개발 계획도 30여개 지역에서 진행되고 있어 우편물 소통 등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 따라서 우리 청에서는 새로운 우체국 신설과 집배 인프라를 적기에 확충하는 데 힘써 지역주민이 불편 없이 고품격 우편·예금·보험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
사실 과거 서울지방우정청에서 서울과 경기·인천을 모두 관장하던 시절에는 권역이 워낙 넓고 인구도 2천500만 명에 달해 경기·인천지역까지 제대로 담당하는데 어려움이 컸다.
하지만 경인청이 개청 되면서 경기·인천지역만 전담, 지역실정에 들어맞는 우정서비스 기반이 마련됐다. 특히 2010년 11월 개청 이후 단독청사까지 준공되면서 명실 공히 우정사업의 경인시대를 열게 됐다.
경인청은 국내 전체 우편물량의 37%를 소화, 한국 우편 물류의 심장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당연히 신경써야 할 일도 많고, 책임감도 남다를 수밖에 없다. 올해 2월에 취임한 이후 ‘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는 생각으로 경인지역 28개 시, 5개 군, 8개 구에 소재한 우체국을 1회 이상 모두 방문했다.
현장에서 직접 직원들을 만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건설적 제안에 귀를 기울였다. 단순히 듣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개선책을 찾고자 힘쓰고 있다.
또 지난 8월1일부터 다섯 자리 새 우편번호가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경인청은 경기도와 인천광역시를 비롯해 37개 지자체와 업무 협약을 체결하는 등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 새 우편번호 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는 데에도 힘쓰고 있다.
그 밖에 우정수요에 선제로 대응하고자 인천 남동지역을 담당하는 우체국을 신설했고 화성동탄2지구·인천서창2지구에도 우체국 부지를 확보했다.
A 우정사업은 국가기반 사업으로 공익성을 추구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 하지만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것이 아닌, 각종 사업을 통해 벌어들인 수입을 재원으로 운영되고 있기에 수익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이에 경영효율화를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정부 기업을 구현하는 것이 현재로서는 가장 큰 목표가 될 것이다. 경영의 관점에서 본다면 수익성이 떨어지는 시골이나 도서지역에 우체국을 감축, 수지를 개선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우정사업은 모든 국민에게 공평하게, 보편적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사명감도 간과할 수 없다.
결국 공익성과 수익성 2마리 토끼를 잡아야 한다. 이에 우리 경인청에서는 접경지역인 백령도와 연천 등을 포함해 외딴 지역에 단 몇 가구만 살고 있더라도 동일 요금의 우편서비스와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경기·인천지역에서 모두 581개 우체국을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 우정사업본부는 안정적 수익을 확보하면서 국민 여러분이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국민행복 우정서비스 구현에 최선을 다할 것이다.
Q 우편부문에서 적자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대안이 있다면
A 최근의 통상 우편 분야는 IT의 영향으로 계속해서 물량이 감소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비용절감은 물론, 새로운 시장창출을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반면 물량이 증가하는 분야도 있는데 바로 택배와 국제특송 분야다. 이 분야들은 앞으로 새로운 우편사업의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아울러 빅데이터를 이용해 고객 맞춤형 상품 개발 및 우편·금융을 결합한 결합마케팅 등을 통해 시너지 창출에도 힘쓰겠다. 마지막으로 알뜰폰 판매사업과 생활정보 홍보우편물 등을 통해 사업을 다각화하고 원가 절감 노력으로 비용을 최소화하는 등 경영효율화에도 중점을 두겠다.
특히 최근 미래산업의 발전 방향을 보면 정보·지식·기술의 융합으로 새로운 변화가 두드러지고 있는데, 미국 웰스파고 은행의 경우 빅데이터를 통해 고객정보를 최대한 공유한 결합마케팅을 실시, 1인당 6.2개의 결합상품을 판매하는 등 미국 소매 금융 분야의 강자로 부상하고 있다.
우체국도 농어촌까지 점포망이 골고루 설치돼 있고 우편업무뿐 아니라 금융업무도 취급하고 있어 다양한 결합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좋은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이런 장점을 이용한 우체국쇼핑은 9천600여개 농어촌 지역특산품을 전국 우체국을 통해 판매, 생산자에게는 안정된 판로를 제공하고 소비자에게는 품질 좋은 우리 농산물을 공급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
앞으로 우리 우체국 전 직원은 130년 역사의 노하우와 전국 최대 규모의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더욱 신속·정확한 우편서비스와 친서민 예금·보험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다.
대담=이용성 사회부장
정리=안영국 기자
사진=전형민 기자
PROFILE
△1958년 6월11일 서울 출생 △평택고 △서울대 영어영문학 학사, 서울대 행정대학원 행정학 석사, 숭실대 대학원 IT정책경영학 공학박사 △행정고시 32회 △정보통신부 인터넷정책과장 △대통령비서실 정보과기보좌관실 행정관 △방송통신위원회 기획조정실 정책기획관·국제협력관 △미래창조과학부 성과평가국장 △미래창조과학부 정보통신방송정책실 정보통신융합정책관 △우정사업본부 경인지방우정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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