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인터뷰]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사장

“14억 中 시장개방… 우리 농산물 수출 지금이 골든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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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FTA(자유무역협정)로 국내 농식품 산업의 대변화가 예고됐다. 

국내 농식품 산업 정책을 진두지휘하며 이끌어 가는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지난 2011년 부임해 3년 임기를 마치고 2년 연속 연임이라는 공공기관 장으로서는 선례가 없는 기록을 세운 김재수 aT사장을 지난 14일 만났다. 연임 비결도 그렇고, 무엇보다 거대 시장인 중국과의 FTA로 농심이 상처를 받은 상황에서 국내 농식품 산업의 전망과 aT의 역할이 궁금했다.

 

이내 그는 “농산물 시장개방에 대한 우려와 위기를 기회로 바꿀 골든타임”이라며 오히려 기회임을 강조했다. 이어 확신에 찬 표정으로 “변화와 혁신을 통해 aT가 그 역할에 앞장서겠다”고 다짐했다. ‘공기업 최초 연임’, ‘최장수 공공기관장’의 타이틀은 그냥 나온 게 아니었다.

Q 연임 비결이 궁금하다

A 쑥스럽지만, 지난날을 되돌아 본다면 무엇보다 혁신과 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왔던 것 같다. 조직문화와 제도, 고객서비스, 사회공헌활동 등에서 창조적인 혁신을 통해 고객만족과 공공서비스 향상에 힘을 쏟았다.

특히 개방화에 대비하고 농업분야에 산적한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지난 4년 동안 농업 정책 집행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또 정책적인 성과를 내려고 노력한 점을 인정받은 것 같다. 앞으로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혁신경영을 통해 우리 농수산식품의 미래를 책임지고 지켜나가는 모범적인 공기업으로 aT가 성장해 나가도록 노력했다.

 

Q 임기 중 가장 보람있는 성과를 꼽는다면 무엇인가.

A 지난해 116개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에서 농업관련 준정부기관으로는 aT가 유일하게 A등급을 받았다. 지난 한 해 임직원 모두가 힘을 합쳐 노력해 얻은 성과라 더욱 보람이 컸다. 우선 수출ㆍ유통ㆍ식품ㆍ수급 등 업무영역의 주력사업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특히 aT가 가진 자원 및 인력을 재배분하고, 대외환경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조직을 재정비했던 게 주효했다. 공기업으로서의 사회적 책임과 지역사회와의 동반성장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2015 대한민국 나눔국민대상’ 희망멘토링 분야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고, 대한적십자사 창립 110주년 기념행사에서 사회공헌 분야 감사패를 수상한 것은 그 결과라고 생각한다. 또 농산물 개방화로 농정의 패러다임 변화가 절실한 상황에서 농업 수출 경쟁력 강화를 위해 해외 기반 구축 등 다양하게 돌파구를 찾은 점이 결실을 본 것 같다.

 

Q 농업 관련 공공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면서 도시민과의 단절에 대한 우려가 크다. 양재동 aT센터를 새롭게 리모델링한 것도 이런 부문을 고려한 것인가.

A 그렇다. aT본사가 나주로 이전하는 등 농업 관련 기관들이 지방으로 옮겨가면서 수도권 고객들과의 연계, 소통이 절실했다. aT센터를 농업ㆍ농촌과 도시를 잇는 가교이자 소통의 공간으로 만들어 나가는 데 주력한 것도 이러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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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수 aT사장이 서울 양재동 aT센터 내에 마련된 북카페 ‘HELLO aT’에서 책을 골라 펼쳐보이고 있다. 신분당선 4번출구 aT센터 지하 연결통로 광장에 마련된 ‘HELLO aT’는 도시민들이 농식품 관련 정보를 쉽게 이

용할 수 있도록 농업 관련 도서, 간행물 등 다양한 자료를 비치한 공간으로 누구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Q 구체적으로 설명해달라.

A 지난 2013년 설치한 aT창조마당은 농업과 농촌, 농민, aT에 관한 건의 사항이나 창조적 의견을 수렴하는 소통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또 농식품 전문 북카페인 ‘Hello aT’를 마련했고, 올 1월 식품ㆍ수출기업을 위한 ‘비즈니스 라운지’를 열어 국민과의 소통 경영을 추진했다. 

지난달에는 농식품 비전 전시관과 aT 스마트 스튜디오를 새롭게 만들고, 청년 외식 창업 인큐베이팅 사업도 시작해 농촌과 도시를 잇는 가교 역할이 기대된다. aT센터가 우리 농업 보전의 필요성과 농식품의 가치확산을 이끌어 가는 농업 메신저 역할을 수행해 나가도록 전력을 기울이겠다.

 

Q 청년 실업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면서 다양한 청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을 도입했다고 들었다.

A 지난해부터 미래 농식품 인재육성 발굴을 위해 대한민국 농식품미래기획단인 ‘얍(YAFF, Young Agri-Food Fellowship)’을 운영하고 있다. 국내 2천5백명, 해외 5백명의 대학생들이 참여해 국내 농식품 관련 강소기업을 탐방하고, 산업 전망 등을 직접 체험하고 나서, 최종 취업으로 연결되는 농식품 인재육성 포털 서비스다. 

또 ‘식품ㆍ외식기업 일자리 페어’, ‘글로벌 진출 식품기업 해외인턴십 프로그램’ 등을 운영해 학생들이 현장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 있다. aT와 같은 공공기관이 각 기관의 특성에 맞는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하나씩 만들어 제공하면 116개의 청년 일자리 대책과 아이디어를 얻을 것으로 기대한다.

 

Q 올 한해 국내 식품업계에 이슬람 할랄식품에 대한 관심이 유난히 뜨거웠다. 농식품 수출확대를 위한 구상이 있나.

A 당연하다. 전 세계 할랄식품 시장규모가 2018년에는 세계 식음료 시장의 17.4%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블루오션인 할랄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2013년에는 인도네시아에 aT 자카르타 지사를 설립해 다양한 농식품 시장개척활동을 펼쳐왔다. 

올 2월에는 수출 교두보를 구축하고자 두바이 수출 마케터를, 9월에는 아부다비 사무소를 설립했다. 지난해엔 자체 할랄식품 인증기준을 정립하는 등 걸프 6개국(GCC)의 할랄인증 기준 통일을 주도해 나가고 있다. 중동지역에 한국 농식품에 대한 인지도를 높이고자 국제식품박람회, K-Food Fair, 안테나숍, 수출상담회 등 현지 마케팅도 지속적으로 확대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Q FTA가 발효된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 시장이다. 하지만 값싼 농산물로 인해 농가의 어려움이 가중될 거란 걱정이 많다.

A 농산물 개방에 따른 농업인들의 우려를 잘 알고 있다. 농식품 분야에서 중국은 우리나라보다 평균 4~5배 저렴한 농산물 가격, 비슷한 식습관 등으로 국내에 위기로 인식된다. 하지만, 중국이라는 14억 거대시장에 우리 농산물과 식품을 수출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우리 농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값싼 원재료를 수입해 가공 후 수출하도록 체질을 개선하고, 농산업 구조를 개편해 나가야 한다.

 

Q 이에 대응한 aT만의 전략은 있나.

A 물론이다. 농산물 품질과 안전성, 맛, 디자인, 포장 등 전방위의 개선이 필요하다. 그동안 세계 최대 식품소비 시장으로 급부상한 중국시장 수출을 확대하고자 현지 소비자 맞춤형 마케팅과 품목 차별화 마케팅 등 다양한 활동들을 펼쳐 왔다. 지난 2월 중국 현지에 진출한 외식업체 ‘한라산’과 업무협약을 체결해 한식 식자재 공급의 신규 루트를 개척하기도 했다.

중국 온라인 시장 개척을 위해 지난 5월 최대 B2C 인터넷 쇼핑 사이트 티몰(T-mall)에 한국관을 열었다. 특히 한국 농식품 수출확대에 걸림돌이 되는 중국 내 냉동ㆍ장 물류인프라 부족문제를 해결하고자 칭다오 물류센터를 건설, 준공했다. 이를 통해 통관기간 단축뿐만 아니라 비용 절감으로 중국 수출 경쟁력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한다.

 

Q 글로벌 농업개방화 시대를 맞아 국내 농업의 경쟁력 강화가 우선이다. 이를 위해 어떤 준비와 대처가 필요하다고 보는가.

A 국내 농업에 가장 필요한 것은 수출을 통한 신시장ㆍ신수요 창출과 판로 확대다. FTA를 활용해 농식품 수출을 공세적으로 확대해 나가려면 국내 생산기반을 안정적으로 확충하고, R&D를 통한 수출 유망품목을 전략적으로 개발ㆍ육성해야 한다. 신선농산물 수출은 실질적인 농어민의 소득증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만, 검역, 통관, 물류, 안전성 등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수출시장에 대한 정확한 정보를 여러모로 수집해 수요자에게 전파해야 한다. 

고품질 고부가가치의 가공식품 수출을 확대해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개방화 시대에 수출농업으로 농업의 패러다임을 바꿔 나가는데 aT가 중추적인 역할을 지속적으로 수행해 나가도록 힘을 쏟겠다. 

정자연기자

사진=전형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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