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시론] ‘사회적경제’ 개념의 재검토

최근 인천시 부평구가 도로환경미화 사업을 사회적기업에 민간위탁하려다 심한 몸살을 앓았다. 부평구 관내 1개 주민센터 관할 퇴직 환경미화원 9명 중 7명분의 예산을 사회적기업으로 돌려 구의 비용도 줄이고 지역의 사회적경제도 육성시키겠다는 안이 지역사회와 노동조합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우선 부평구의 민간위탁 계획 철회를 환영하며, 지역사회에서 사회적기업 육성을 명분으로 공공사업을 민영화하려는 시도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사회적경제의 본질과 관련 정책에 관한 몇 가지 중요한 사실을 짚어보고자 한다.

 

첫째, 사회적기업이나 협동조합이 주축이 되는 사회적경제는 본질적으로 공공사업 영역에서 파생되는 것이 아니다. 사회적경제는 공공기관과 민간기업 및 NGO와 같은 민간주체가 제대로 대응하지 못 해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지역의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작동하는 대안적 경제시스템이다.

즉 사회적기업은 공공기관도 또 민간기업 및 시민사회단체도 제공하지 못 하고 있는 사회 서비스를 틈새시장으로 활용해야만 그 지속가능성이 담보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응당 공공기관이 맡아야 할 사업영역을 사회적기업에 위탁하는 것은 사회적경제를 위장한 신자유주의적 민영화 조치에 다름없다.

 

둘째, 지자체의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은 지역 내에 이미 일정 부분 형성돼 있거나 더 성장할 수 있는 ‘시장’에 사회적기업이 진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지자체의 지원에 의해 발족된 사회적기업도 ‘시장’ 없이는 그 지속가능한 발전이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부평구내 1개 주민센터 관할 도로거리청소 사업을 ‘시장’은 지극히 한정돼 있고, 또 이 사업을 대행하게 된 사회적기업의 수익적 지속가능성의 중요한 조건일 될 ‘시장의 확대’ 가능성 역시 전무하다. 

따라서 그곳에 ‘간접고용’의 형태로 고용될 환경미화 노동자들의 임금고용의 절대 수준과 질의 향상은 기대 불가능하다. 결국, 공공기관이 맡는 것이 당연한 사업을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에 위탁해, 해당 사업에 취업된 노동자들의 고용의 질과 양, 임금 수준이 취약해질 수밖에 없는 새로운 ‘사회적 문제’를 초래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다.

 

셋째, 지자체의 사회적기업 육성 정책이 공공기관 고유의 사업 영역의 사회적기업이라는 민간 주체에 대한 이양을 통해 이루어진다면, 결국 지자체 자체의 존재 의유가 없어지게 된다. 공공의 영역을 사회적경제로 편입시키는 것은 전형적인 신자유주의적 민영화 조치다.

 

넷째, 사회적경제의 중요한 목적 중 하나는 고용의 질을 업그레이드하는 것에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사회적 약자의 불안정한 고용을 사회적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을 통해 보다 안정된 고용으로 바꿔나가는 것이 전 세계의 ‘고용창출형’ 사회적기업의 공통점이다. 

공적기관과의 계약을 통한 ‘직접고용’을 사회적기업 민간위탁을 통해 ‘간접고용’으로 다운그레이드하는 사례는 전무하며, 이러한 민간위탁 조치는 이론상 ‘고용의 질’을 높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회적기업과 대립되는 것이며, 지역사회에 사회적경제 개념을 왜곡된 형태로 확산시키는 계기가 된다.

 

이런 맥락에서, 부평구의 계획 철회를 환영한다.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경제에 대한 올바른 인식이 우리 지역사회에 뿌리내릴 수 있으면 한다.

 

양준호 인천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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