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시론] 트렌드와 지속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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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산업의 발달과정을 보면 70년대에는 석유, 화학, 조선, 제철 공업이, 80년대에는 자동차, 정밀기계공업이, 90년대에는 컴퓨터, 반도체 및 정보통신 산업이 주류를 이루었다.

2000년 이후에는 인터넷 기반의 게임, 문화콘텐츠 등의 다양한 ICT 산업이 대두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국제적 환경의 변화와 문명이 발전하면서 시대의 문화와 정서가 반영된 트렌드(trend)가 변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1900년대 선망의 대상이었던 코닥의 몰락을 가져온 디지털 카메라를 처음 개발한 회사는 역설적이게도 코닥 자신이었다. 이미 1975년 CCD 방식의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해 놓고도 자사의 필름 판매 수익을 위해 디지털카메라 시장의 확대를 간과했다. 또한, 시장 점유율 40%로 휴대폰 시장의 최강자로 군림하던 노키아는 스마트폰 시대의 도래를 예측하지 못해 삼성과 애플에 밀려났다.

반면, 휴대폰에 모바일 기능을 결합하고 디자인을 중시한 애플의 성공은 경영방식에서 하이브리드, 집중, 유연성을 강조하면서 시장의 트렌드를 잘 읽은 대표적인 사례이다. 구글, 페이스북 그리고 우리나라의 네이버와 다음카카오도 트렌드를 파악한 결과 매출을 늘리고 사업규모를 확장할 수 있었다.

 

이렇듯 사회와 시대의 트렌드를 파악하는 것은 조직의 흥망성쇠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인이며 향후의 나침반의 역할을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최근 한류의 바람에 힘입어 문화콘텐츠, 게임, 미디어 산업 등이 트렌드에 의지하여 우리나라의 특화 산업으로, 대학에서는 특성화 교육으로 주목받고 있다.

 

그러나 트렌드는 항상 변화를 추구하고 변화는 위험부담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변화에 즉각적인 대처를 하지 못하면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지는 예측할 수 없다. 언제까지나 아이돌과 걸 그룹을 배출하고 커피만을 판매할 수 는 없다는 것은 누구나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는 10년 주기의 산업변화가 있었지만 현대에는 3~4년 주기 아니 그 보다 더 짧은 시간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트렌드에 의지한 교육과 산업을 찾는 동시에 지속가능(sustainability)한 산업이나 교육이 필요한 때이다.

 

우리나라 중고생들이 세계 올림피아드 대회에 출전하여 우수한 성적을 거두는 결과를 종종 보지만 이웃나라 일본이 22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동안 우리는 노벨 평화상을 제외한 다른 분야의 수상자는 없는 실정이다.

 

노벨상이 없는 이유는 우리의 교육이 선행학습과 심화학습만을 여러 세대에 걸쳐 반복하고 있기 때문이다. 탄탄한 기초과학의 기반위에 바벨탑을 쌓기 위해 세대를 이어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하고 계승 발전시킬 수 있는 지속가능한 교육체계를 마련해야 할 것이다. 

슈퍼스타는 하늘의 별이 내려오는 것이 아니고 지속가능한 교육과 산업의 토양에서 자라라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대학은 트렌드 살리는 교육과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교육이 적절한 조화를 이루어 혼재하여야 할 것이며, 국가 또한 시대를 대변하는 트렌드 산업의 발굴과 지속가능한 기초과학이나 기간산업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이정열 중부대학교 부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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